독프, 얘네가 전통적인 숙적이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영프 관계보다도 더 심했죠. 프랑스는 부르봉 왕가 때부터 혁명 정부 때까지 끊임없이 라인강을 목표로 독일쪽으로 밀고 들어갔고(프랑스의 자연스러운 동쪽 국경은 라인강이다, 뭐 이런 식으로요)나폴레옹 시절에는 그러한 프랑스의 우위가 극에 달해서 프로이센은 집어삼켰던 폴란드를 내뱉어야했고 라인란트의 소국들은 프랑스에게 합병됬고 팔백년 역사의 신성로마제국은 결국 최후의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다 이게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정반대로 역전됩니다. 프로이센은 18세기부터 계속되어왔던 산업화 + 군국화가 절정에 달하며 유럽에 발호하는 젊은 맹호로 성장했고, 그것은 덴마크를 무찔러 슐레즈비히 홀슈타인을 얻고 오스트리아를 떡실신시켜 독일 연방으로부터 오스트리아를 제외시키며 극에 달했습니다. 프로이센은 프랑스와 영국 같은 기존의 세계열강들에 비해 여전히 한 수 낮다 평가됬었지만, 온 유럽의 눈이 프로이센에 고정됬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지요.
그리고 보불전쟁을 통해 프로이센은 독일통합이라는 장대한 대서사시에 피날레를 날립니다. 그랑드 아르메의 육군전통이 여전히 남아있는 프랑스를 프로이센은 무려 육군대 육군의 전쟁에서 놀라운 성과로 압승을 거뒀고, 한때 온 유럽을 두렵게 만들었던 프랑스의 대육군은 프로이센군의 맹공 앞에 후퇴를 계속하다 퇴로를 잃고 포위섬멸 당했습니다. 결국 모든 프랑스인의 영원한 수도 파리는 프로이센에게 무참히 함락됬고, 프로이센 왕 빌헬름 1세는 다른 곳도 아닌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카이저 빌헬름 1세로 즉위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힘의 균형이 급격히 독일로 쏠렸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지요. 독일과 프랑스는 그 후에도 양차대전을 거쳐 이리저리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쟁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프랑스는 1952년 ECSC를 창설해 양국간의 경제교류를 시작했고 양국간의 우호적 경제교류는 실리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며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 유럽연합이 됬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은 세계에 발호하는 새로운 슈퍼파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전 이것을 보니 문득 든 생각이, 한일 관계도 이러한 독프 관계처럼 될 수는 없을까 싶더라고요. 한국과 일본간의 경제 교류를 통해서 양국이 실리적인 이득을 얻고, 그 후에는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미얀마, 뭐 이런식으로 서서히 동남아의 저개발 국가(싱가포르와 대만 제외)에 연합국을 늘려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은 동남아의 무지막지한 자원과 인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미얀마, 이러한 저개발 국가들은 새로운 경제연합을 통해 극동과 싱가포르로부터 투자유치를 증가하고 자국의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진국의 리그처럼 보이는 유럽연합도 자세히 보면 유럽연합을 이끄는 선진국과 그러한 유럽연합을 통해 경제발전에 박차를 당기는 중진국으로 나뉘어집니다. 전자라면 영프독과 이탈리아가, 후자라면 스페인, 그리스, 동유럽이 있겠지요. 동아시아도 그러한 유럽연합식 모델을 통해 태평양 연안의 국가들을 통합하고 과거의 분쟁에 종말을 선언한 다음 상호경제발전을 함께 얻으며 새로운 열강으로서 발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핵심에는 한국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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