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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4.03.04 12:28
조회
2,322
최홍만.jpg
아이러니하게도 최홍만과 밥 샙은 격투기를 알아가면서(?) 임팩트가 떨어졌다. ⓒ 데일리안 DB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덤벼들 수 있다는 의미다. 대개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4)과 ‘야수’ 밥 샙(36·미국)은 K-1이 낳은 대표적 파워형 거인캐릭터다. 최홍만은 218cm라는 놀라운 신장, 밥 샙은 196cm·170kg의 근육질 흑인 괴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스모 챔피언에 빛나는 아케보노(203cm·220kg), 씨름 천하장사 출신 김영현(217cm) 등 이들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도 꽤 있었지만, 최홍만-밥 샙처럼 강렬한 임팩트를 떨친 거인 파이터는 많지 않았다. 212cm의 ’격투로봇‘ 세미 슐트(41·네덜란드)는 파워뿐 아니라 테크닉-경기운영 능력까지 겸비한 파이터로 같은 범주에 넣기는 어렵다.

최홍만은 씨름선수 출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K-1에 데뷔하기 무섭게 자신의 자리를 잘 잡아나갔다. 지역예선인 서울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중하위권 파이터들에게는 웬만해서는 패하지 않았고, 제롬 르 밴너 등 레전드 파이터들을 상대로도 선전했다. 체구만 따졌을 때는 자신 못지않은 아케보노와 밥 샙을 물리쳤고, K-1 역사상 최고의 강자로 불리는 슐트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임팩트로 따지면 밥 샙은 더 강했다. 체구와 파워는 좋았지만 격투 수련 경험이 거의 없었던 그는 데뷔 초창기 최강자로 군림했던 최고의 테크니션 어네스트 후스트(47·네덜란드)를 무려 두 번이나 잡아냈다. 한 번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2차례 맞대결에서 졌다는 것은 후스트 입장에서도 굴욕이다.

후스트가 누구인가. 보는 사람까지도 아프게 한다는 채찍 로우킥,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원투 콤비네이션, 그리고 상대의 공격패턴에 따라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하는 컴퓨터 같은 격투 센스는 그야말로 철옹성 그 자체였다. 격투 아이큐가 있다면 천재급이다.

후스트는 거리와 타이밍 싸움 등에서 절대 허점을 보이지 않는 파이터였다. 외려 상대가 수싸움을 걸면 내주지 않는 선수였다. 외려 상대가 수싸움을 걸면 그 이상의 수로 절망을 안겨주기 일쑤다. 정상적인 입식대결에서 밥샙이 이길 방법은 없어보였다.

초창기 밥 샙의 공격패턴은 지극히 단순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체격의 우위를 앞세워 무섭게 달려든 뒤 특정한 타점을 생각하지 않은 채 양손으로 마구 두들긴다. 상대가 가드를 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그저 힘으로 무시무시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체력안배를 못하는 탓에 중간에 지쳐버리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다시 한 마리 들소처럼 돌격을 감행한다. 백전노장 후스트도 이런 식의 파이터는 극히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어처구니없게도 TKO와 KO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후스트의 자존심이 상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특기인 로우킥을 활용해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 그답지 않은 ‘오기(?)’가 발동해 펀치로 맞대결을 벌이다 천추의 한을 남기고 말았다.

이처럼 초창기 최홍만-밥 샙의 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개 경험을 쌓아가며 발전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후 성장세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홍만과 밥 샙은 격투기를 알아가면서(?) 임팩트가 떨어졌다. 데뷔 초 과감하게 상대를 밀어붙이던 저돌성이 사라졌고,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퇴보했다. 괴물의 진화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겼다.

본인들은 신중하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이 됐고, 그만큼 위력이 반감됐다. 그들이 무서웠던 이유는 무시무시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밀고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테크니션 흉내를 내면서부터 상대선수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쉬웠다.

물론 그렇게 바뀐 데에는 결정적 넉아웃 패라는 계기가 있었다. 각각 ´사모아 탱크´ 마이티 모(44·미국)와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0·크로아티아)에게 타격에 의한 큰 데미지를 입으면서 ‘맞는 두려움’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185cm, 133kg 모는 체구는 매우 컸지만 신장에서 최홍만과 많은 차이가 났다. 더욱이 스피드가 좋은 것도 공격기술이 다채로운 것도 아니었다.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듯 궤적 큰 스윙으로 힘차게 휘두르는 단발펀치가 필살기의 전부였다. 하지만 최홍만이 그것을 정통으로 맞고 실신 KO패, 특유의 호전성을 잃고 말았다.

밥 샙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창 때의 크로캅에게 카운터를 맞고 안와골절까지 당하면서 광폭한 맹수에서 순한 검은 사슴이 되고 말았다. 현재 최홍만은 사실상 격투계를 떠났다. 밥 샙은 월드투어를 하며 상대선수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이상한 역할(?)로 파이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최홍만과 밥 샙이 모와 크로캅에게 승리를 거뒀거나 혹은 패하더라도 선전을 했다면 이후 행보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진화하지 못한 두 야수의 격투사가 자못 아쉽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4.03.04 12:47
    No. 1

    최홍만 한창 때 레미 본 야스키 거의 건드리지도 못하는 걸 봤죠......
    엄청난 속도의 로우킥으로 행하는 히트앤런.....
    밥샙도 최홍만도, 맞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비운의 파이터.....
    밥샙은 그렇다고 해도 최홍만은 왜 일본 예능에서 여자 팬티를 벗기는 건지 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4.03.04 12:52
    No. 2

    휴우...최홍마이......제가 본 첫 경기가 바로...
    [ 무섭다 다가오지 마라 kick ] 이 등장하던 때였죠.
    그냥 다른 다른 채널 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4.03.04 13:46
    No. 3

    이건 저도 경험이 있죠. 검도할 때 그랬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시디
    작성일
    14.03.04 14:14
    No. 4

    최홍만이 조금만 더 배짱있고 몸이 더 빨랐으면 완전 날라다녔을텐데 아쉽죠
    덩치빨로만 밀고나가도 중간이상은 갔는데 작은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때리니까 관광타고 급 망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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