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3 비룡마스터
작성
04.08.12 03:31
조회
284

중국인들은 불법복제품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상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돈을 버는 행위를 일종의 전략이나 지혜쯤으로 여긴다. 또 가짜를 단속하면 지방경제가 위축된다는 생각 때문에 지방정부는 가짜 상품을 묵인·방조하기조차 한다. 오죽하면 ‘중국에는 사람 빼고 모든 것에 가짜가 있다’는 말이 있을까. 진짜와 가짜가 한데 어우러져 속고 속이며 흘러가는 ‘짝퉁 천국’이다.

상하이 중심가 샹양(襄陽) 시장에는 외국에까지 소문난 800여개의 가짜명품 가게가 밀집돼 있다. 이곳에는 세계 명품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똑같은 모조품이 등장한다. 시장 입구에 ‘삐끼’들이 먹이를 노리듯 대기하고 있다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들러붙는다. 무슨 물건이든 말만 하면 다 구해줄 수 있다며 잡아 끄는 삐끼를 따라간 곳은 뒷골목의 어느 허름한 식당 주방이었다. 지지고 볶는 주방 화로 옆으로 난 조그만 쪽문을 여니 창문도 없는 넓은 창고에 각종 가짜 명품이 가득했다. 최신형 롤렉스 시계, 프라다 핸드백, 샤넬 지갑, 몽블랑 만년필 등 각종 유명브랜드가 번쩍였다. 물론 이 상품들은 모두 가짜다.

시장 입구에서는 공안(公安·경찰)이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공안도 눈앞에 가짜 상품이 있어야 단속할 것 아니냐”며 시치미를 뗐다. 심지어 한 상인은 “경찰이 있어야 시장질서가 잡히고,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까지 소문난 이 가짜 시장을 찾아 캐나다에서 왔다는 관광객 주디스 힐러(35·여)는 “경찰이 지켜주는 이같이 큰 짝퉁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짝퉁시장의 가짜는 차라리 애교다. 상하이 한 교민의 씁쓸한 경험담이다. 정식 담배판매점에서 담배 한 보루를 샀는데 찬찬히 보니 가짜였다. 곧바로 그 판매점에 가서 따지자 판매상은 얼굴색도 안바꾸고 “여기 진짜 있는데, 바꿔줄까?”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폐도 가짜에서 예외는 아니다. 100위안짜리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햇빛에 비춰본다. 웬만한 업소에서는 대부분 지폐감별기를 구비하고 있다. 중국 관영TV의 보도에 따르면 올들어 적발된 위조지폐 액수만 4억위안(6백억원)이다. 위폐가 자기 손에 들어오면 신고하기보다 모른 척하고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짜약이 유통되는 곳도 중국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가짜약은 5억위안어치다. ‘재수 없이’ 적발된 가짜약 제조·유통업체만도 994개다. 각종 증명서도 가짜가 판을 친다. 뒷골목 벽이나 전신주에는 가짜 졸업증명서는 물론 인감증명까지 똑같이 위조해주는 전문가들의 전화번호를 쉽게 볼 수 있다. 7,000위안이면 ‘출세 보증서’라는 베이징대의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컴퓨터 조회도 통과할 수 있게 위조할 수 있다고 한다. 불량식품은 도를 지나칠 정도다. 지난 5월에는 광저우(廣州)에서 가짜술을 마시고 20여명이 사망했고, 안후이(安徽)성에서는 가짜분유가 유통돼 젖먹이 수십명이 숨졌다.

불법복제는 지적재산권 분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이를 근절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비디오·DVD 등의 문화상품은 단속 포기상태다. 충칭 시내의 대형 백화점에서는 한국영화를 포함한 각종 해적판 DVD가 단돈 10위안(1,500원)에 팔린다. 최근에 나온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자서전 ‘나의 인생’도 여러가지 해적판 번역본이 이미 중국 서점에 깔렸다.

‘가짜’는 중국 경제의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대형 비디오·DVD·VCD 대여업체 ‘블록버스터’는 불법복제품에 시달리다 올해 초 중국 진출 4년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반도체나 통신 등 외국의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의 시장조사기관인 CLS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투자한 161개 일본 기업 중 22%가 중국의 가짜상품이 중국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의 한 교수는 중국 불법복제품 문제의 원인으로 “돈벌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윤리의식 결여”를 꼽았다. 자본주의에 대한 윤리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개방정책이 시행되면서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잘못된 자본주의관(觀)이 만연되고,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하이 출신으로 시카고대학 연구원을 지낸 허칭롄(何淸漣)은 ‘중국은 지금 몇시인가’란 책에서 “도덕적 타락을 먼저 바로잡지 않으면 중국은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사기꾼의 천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477 [설문조사] 다들 사시는곳이 어디시져? +24 가림토검사 04.07.18 434
23476 왜 새벽 4시에는 채팅하는 사람들이 없는 거죠! ㅠ.ㅠ +13 둔저 04.07.18 374
23475 아.....로또여... ㅜ.ㅜ +4 Lv.1 잘생긴님 04.07.18 486
23474 아.....스타리그~ +7 Lv.39 파천러브 04.07.18 497
23473 장하다 나도현....ㅜㅜ +9 Lv.17 紅淚 04.07.18 638
23472 청룡장 구하시는 분께 정보..... +5 Lv.1 북천권사 04.07.18 378
23471 미인이 완성되기까지 ...... +10 Lv.52 군림동네 04.07.17 631
23470 알게 모르게 7000점 돌파. -_-; +15 Lv.17 억우 04.07.17 495
23469 오늘 있었던 건방진 꼬맹이 이야기. -_-) +26 Lv.17 억우 04.07.17 706
23468 스카이 프로리그 현상황........... +4 가림토검사 04.07.17 405
23467 최근에 본 젤 가는 바보 +10 Lv.1 하오문도 04.07.17 601
23466 배트맨 5편이 나온다네요 +16 Lv.21 CReal 04.07.17 698
23465 책 사야되는데 뭘 살까요-_-? +14 Lv.1 공공의적 04.07.17 481
23464 [펌]미국 여성팝에서 젊은층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2 Lv.18 永世第一尊 04.07.17 438
23463 이런 황당한 경우가... +4 Lv.17 紅淚 04.07.17 534
23462 [펌] 여자는...남자는... +3 Lv.1 박정현 04.07.17 587
23461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신체 부위.....라고 하는군요. +27 Lv.15 푼수무적 04.07.17 1,336
23460 강사병 +8 Lv.11 알테 04.07.17 642
23459 할머니 집에서 씁니다,ㅋ ㅣ. +1 Lv.1 소우(昭雨) 04.07.17 307
23458 답답할때. +1 해성 04.07.17 265
23457 잠시 들림 +6 Lv.30 남채화 04.07.17 359
23456 고무림 서울 놀기모임 어때요? 잡담입니다. +9 Lv.13 은검객 04.07.17 393
23455 우리수역에서 석유를 개발한다는데...중국놈들 진짜 욕심... +7 Lv.99 곽일산 04.07.17 789
23454 남자 소찬휘 +11 Lv.1 마징가제투 04.07.17 531
23453 어콰이어? 어라 재밌네.// +3 Lv.13 은검객 04.07.17 287
23452 sk텔레콤 한달무제한 이용하셈???? +2 Lv.67 개고기 04.07.17 374
23451 부시,"한국 소녀들도 미국서 인신매매" (종합) +7 Lv.93 비룡마스터 04.07.17 515
23450 결론은 포맷.. +2 Lv.99 잊어버린꿈 04.07.17 340
23449 나도 담배가 좋다 +2 Lv.1 하오문도 04.07.17 273
23448 천마군림이 7권에서 완결이라니...말도안돼... +9 Lv.99 곽일산 04.07.17 70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