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1 한혈
작성
15.10.29 18:35
조회
914

타인에게 자기 글을 공개한다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한 달 동안 글을 올렸을 때 선작수 10 언저리였을 겁니다.
괜찮아. 흥행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잖아. 작품성이었다구.
지금 생각해보면 이 합리화는 틀림없이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였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다가 리메이크하며 다시 올리기 시작했을 때 부쩍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선작수 100, 추천수 500, 조회수 1만을 넘어가고 왠지 뿌듯한 느낌, 실패하지 않았다는 만족감.
여기서부터 일희일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댓글 하나 없이 달리던 글에 과한 칭찬들이 붙는 반면, 댓글까지 달아주며 꾸준히 따라오시던 독자분이 떨어져나가고, 선작수가 잠깐 사이에 두 개가 빠져나가고......
사실상 이미 40만자를 넘어갔으니 시장의 결론은 이미 나온 셈. 처참한 기분.

또다른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초반의 긴 호흡을 버텨주는 독자가 적어서 그래. 내 글은 책으로 출판되어야 인정받을 거야. 책을 사면 진중하게 읽어줄 테니까.

이쯤되면 이 합리화가 과연 자기위로의 방어기제일까 하는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내가 날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날 위해 글을 쓰면서 글을 위해 나를 기만한다?

예전에 글을 쓸 때에는 완결 시까지 타인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런 번민의 과정을 겪어 볼 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공개한 지금 당혹스런 지경에 몰립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자꾸만 천착하게 됩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계신 걸까요. 그분들도 끊임없는 합리화를 지나 자기기만에 이르렀을까요?


바람이 꽤 찹니다.


Comment ' 16

  • 작성자
    Personacon 가디록™
    작성일
    15.10.29 18:44
    No. 1

    어찌보면 현실도피였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도 비슷해요.
    내가 쓰고싶은 글 말고,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고. 하지만 결과가 따라준다면 그런 약하디 약한 주관마저도 훅 날아가버리지요. 제 경우엔 북한을 소재로 한 현판을 반년 써서 조회수 15만에 선작 580을 간신히 찍었는데, 지금 닥치고 다 깨부수는 글 쓰니까 한달 반만에 선작은 천이 넘고 조회조차도 따라잡았습니다. 반넌 써서 간신히 십오만이었는데, 가볍게 쓰니 한달 반에서 두달.

    그리고 깨달은 건, 합리화나 방어기제 같은 거 때려치우고 그냥 쉽고 라이트하게, 재미만을 최우선 가치로 잡고 쓰는 것이 가장 반응이 좋단 사실입니다. 나만의 소재, 나만의 메시지, 나만의 테마. 다 좋지요. 좋지만 정말 대단한 필력이 아닌 이상 두각을 드러내기엔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무난한 범인일 따름이니까요.

    다른 분들도 이런 갈등은 크든 작든 한 번은 마주하지 않을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일
    15.10.29 20:32
    No. 2
  • 작성자
    Lv.20 Lv9
    작성일
    15.10.29 18:47
    No. 3

    현실도피? 자기기만? 그게 뭐 어때요.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렇게라도 악물고 가야지요.
    그게 나쁜 일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3:03
    No. 4

    옳습니다.
    다만, 악무는 게 힘드니까.. 자기 위로를 찾는 것이겠죠.
    작품을 쓰는 게 독립운동 하듯 역사적 소명을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지막 대단원의 구둣점을 찍는 성취감을 우린 알고 있으니, 이 고민의 결론도 뭐 뻔하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5.10.29 18:54
    No. 5

    저는 처음에는 노트에 손으로 글을 쓰고 타이핑으로 옮겼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사이트도 없었고 아무에게도 보일 곳이 없었습니다. 잦은 이사로 무참하게 사라져 가던 원고 종이들. 그렇게 고독 속에서 혼자 손으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고 그 위에 또 꾹꾹 눌러 썼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저만의 상상 속 세상. 그리고 무수한 출판사와 공모전 출품. 십 수 년이 넘도록 허망하게 흘러간 세월들. 혼자 곱씹는 아픔과 고독들. 나는 그저 혼자 살다 혼자 죽어가는 그늘 속 외로운 잡초구나 하는 절망.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다 떨쳤습니다.

    지금은 그저 쓰고 싶어서 씁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선 보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고요. 한 동안은 아무리 좋아해도, 아무리 쓰고 싶어도 글을 쓸 수 없는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야만 했던(감옥 같은 거 아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다시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 시간과 환경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관작 같은 거... 저도 신경은 쓰이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는 건 저 자신입니다.

    쓰고 싶어서 쓰는가? > 그렇다. > 그러면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감사하자.

    끝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3:00
    No. 6

    글쓰는 게 행복임은 분명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15.10.29 19:00
    No. 7

    다들 처음엔 비슷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ㅎ
    그런데 두 길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빠질 것 같습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벌 것이냐, 나는 글을 쓰면서 취미를 즐길 것이냐.

    앞쪽을 선택했다면, 나만 만족할 글이 아니라 나와 독자가 같이 만족하고 호흡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이고.
    뒤쪽을 선택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만족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할 것입니다.

    물론 개인 의견이고, 절대적인 옳은 말은 아니니 ㅎㅎㅎ
    다들 그렇게 고민하고, 써보고, 지우고, 킥하고, 댓글보고, 달고...

    전 그랬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티타
    작성일
    15.10.29 19:15
    No. 8

    저도 항상 똑같은 고민중입니다. 저 자신이 제일 큰 적이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성진(成珍)
    작성일
    15.10.29 19:26
    No. 9

    좋은 작가라는 말은 너무 이상적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많이 팔리는(혹은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면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 글은 정말 좋은 글인데 독자들이 몰라주는 거야.' '한국 장르소설 독자 수준이 너무 낮아서 내 글이 빛을 못 보는 거야.' '양판소 따윈 내 글과 비교할 수 없지'.......... 이 모든 말들은 그저 말도 안 되는 핑계일 뿐입니다.

    결국 작품의 흥행 여부에 대한 결과는 조횟수라는 너무나 적나라한 수치로 나타납니다.
    잘 읽히지 않는 글 중에 좋은 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저도 동의하지만 그 좋은 글이 흥행도 할 수 있는 글이란 주장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흥행을 목적으로 쓴다면 독자들의 선택(조횟수 등등)를 보고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인정을 한 후 독자들의 선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노력하는것....
    이게 흥행을 위한 글을 쓰는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8
    No. 10

    아마도 작가의 이 절박함을 글로 풀어내면, 다음 작품부터는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호뿌2호
    작성일
    15.10.29 21:55
    No. 11

    한마디로 엿같죠.
    작품성을 추구하면 재미가 떨어지고, 재미가 올라가면 작품성이 떨어지고......
    특히나 문피아 독자분들은 호불호가 확실해서 자기 맘에 안드는 글은 아예 눈에 담지도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욕하는 글들이 가볍게 조회수와 선작수 1만찍는 모습을 보면 참, 뭐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이 모든 걸 독자분들 탓으로만 돌리기도 뭐한게 이런 환경을 조성한 건 다름 아닌 작가님들이니까요.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기묘한 논란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쓰니까 더 엿같네요. 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7
    No. 12

    시장이 언제 안그런 적 있었나요?
    당선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당선되는 정치 시장.
    거래되어서는 안되는 성 상품 시장.
    작단이라고 다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보헤미아.
    작성일
    15.10.29 22:07
    No. 13

    난 그냥 내 길로 갈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악산(岳刪)
    작성일
    15.10.29 22:50
    No. 14

    한혈님 포기 할건 포기 하세요. 그럼 편해져요.
    어차피 글 쓰는 재미를 알아버렸잖아요.
    다른 일 못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29 22:54
    No. 15

    ㅋㅋㅋ 악산(岳刪)님 말씀이 정답인 듯....
    지금의 제 고민이 어떤 변화를 강제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죽기 전에 반드시 써야겠다고 벼르던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흥행 요소는 제 만족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작품을 고려해 보려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아를레
    작성일
    15.10.29 23:43
    No. 16

    저도 한혈님과 마찬가지로군요.
    오죽하면 종이테이프로 선작수, 조회수를 가리고 접속을 할까요. 그리고 댓글을 보며 주화입마.
    그럼에도 자신의 세계를 글로써 풀어내는 이놈의 마력같은 매력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않네요.
    결국 묵묵하게 글을 쓰며 버티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6325 신기淚 님께서 좋은 나눔 해주셨어요 ㅎ +7 Lv.1 [탈퇴계정] 15.10.29 769
226324 룰렛,,, +13 Lv.45 타카야 15.10.29 852
226323 UFC 베우둠, 헤비급 주름잡는 ‘초 주짓수인’ +1 Personacon 윈드윙 15.10.29 683
226322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책 읽어보신 분? +24 Lv.21 란돌2세 15.10.29 774
226321 관작수가 곧 작품성인가요... +29 Personacon 밝은스텔라 15.10.29 1,056
226320 해외 독자분들이 꽤 많은 듯합니다 +2 Lv.51 한혈 15.10.29 833
226319 긍정적인 생각 +2 Lv.53 소설재밌다 15.10.29 770
226318 완결작품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3 Lv.82 안지오 15.10.28 1,011
226317 그린타워 디펜스에 빠져 하루가 훌쩍.. +6 Lv.24 약관준수 15.10.28 1,123
226316 연기본좌 김명민...흐 살떨리게 잘하네요 +4 Lv.60 카힌 15.10.28 977
226315 취업원서쓰면서 느끼는건 항상같은거같아요 +4 Lv.70 식인대왕 15.10.28 770
226314 지난번 전공 시험 성적표가 잘못 나온 것 같다던 사람입... +4 Lv.41 거믄밤 15.10.28 887
226313 도보중 스맛폰 사용. 조심하세요 +2 Personacon ANU 15.10.28 818
226312 여러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ㅋㅋ +14 Lv.70 졸린고먐미 15.10.28 942
226311 채팅방.. 주것나요?ㅠ Lv.16 뽕나무검 15.10.28 913
226310 놋흐북 고수님들 사양 추천 좀 요. ^^ +10 Lv.42 가프 15.10.28 686
226309 어제 책을봤는데 +2 Lv.54 古今第一魔 15.10.28 703
226308 어떤 이야기가 자작인지, 현실인지 파악하는 법. +10 Lv.99 미에크 15.10.28 999
226307 중세의 문맹은 하나 생각해봐야 할게 +14 Lv.18 터베 15.10.28 1,085
226306 알약 삼키기 힘드네요. +23 Personacon 그늘바람 15.10.28 904
226305 아 죄송합니다 +1 Lv.55 짱구반바지 15.10.28 937
226304 살다 보면 느낍니다. 기본을 지킨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5 Lv.60 카힌 15.10.27 1,067
226303 결제하기 짜증나네요. +6 Lv.37 쎄쎄쎄 15.10.27 901
226302 케이블에서 터미네이터2를 하는데 +5 Personacon 가디록™ 15.10.27 886
226301 암걸릴 것 같은, 친구의 마인드 +22 Lv.55 짱구반바지 15.10.27 1,389
226300 카드 게임 소설은 어떨까요? +7 Lv.15 티엘이 15.10.27 1,162
226299 권혁이 +1 Lv.99 이통천 15.10.27 1,048
226298 전자책 읽기 좋은 테블릿 좀 추천해주세요 +5 Lv.91 에데니아 15.10.27 2,190
226297 오랜만에 와서 글 한 자 남깁니다. +10 Lv.1 [탈퇴계정] 15.10.27 885
226296 한번 생각해본 중세시대 문맹률 +10 Lv.80 아아앋 15.10.27 1,17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