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쩌다 특허를 따게 되었는데 그래서 아주 살짝 공부를 했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특허는 반드시 문언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그것을 ‘청구항’ 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즉, 어떤 물건이 있을 때 글로 묘사를 해야되고, 그것을 기준하여 판별한다고 합니다. 즉 어떠한 물건 A가 청구항으로 명시된 a, b, c, d, e 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칩시다. 이럴 경우.
1) a + b + c + d 의 물건 = 표절
2) a+ b‘ + c + d 의 물건 = 표절의 가능성 있음
3) a + b + c + d + e +f 의 물건 = 표절아님(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
4) a + b + c+ d + g 의 물건 = 표절의 가능성 적음 or 표절아님
대략 이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3번이죠. 기존의 것에 하나만 덧붙여도 표절로 인정받지 않습니다. ‘개선’ 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죠. 사실 모든 것에 표절딱지를 붙이면 말도 안되는 것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는 명제 때문에 그래요. 순수 자기 머리에서 100%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보통 어느 분야에서는 창작이란 99% 남의 것에 1% 자기 것을 덧붙이는 식으로 이루어지거든요.
4번도 중요합니다. 기존의 것에서 변형(e떼고 g 붙임) 역시 표절시비가 붙을 수 있는데 법적으로는 표절로 판명될 가능성이 아주 적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오크’ 라는 생물을 특허로 청구할 경우...
오크란,
청구항 1) [대부분] 녹색 피부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인간형 생물체이며,
청구항 2) [흔히] 전투를 숭앙하며 토템을 신봉하는 문화를 가지며,
청구항 3) [보통] 족장이 클랜을 통솔하는 사회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청구항 4) 아래턱의 뻐드렁니가 양 옆에 돌출되고 눈이 움푹 들어가고 째진 외모이며,
청구항 5) 사용무기는 곤봉 등의 근접무기를 선호하고 원시적인 목재 투사무기를 쓰지만 특별히 화기火器를 쓰는 것은 전투문화에서 배척한다.
라고 명시합니다. 여기서 대부분, 흔히, 보통 이라고 쓰는 부분은 빼야합니다.
(일부러 썼습니다. ‘명시’ 가 뭘 뜻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저런 어정쩡한
부사를 쓰게 되면 백퍼센트 특허청에서 특허등록 반려소견서 날아옵니다...)
자, 그럼 이 청구항들을 판타지 작가가 보았을 때, 1, 2, 3, 5의 개념으로 오크 종족을 구현한다, 표절일까요? 아닐까요? 표절입니다.
그런데! 1,2,3,4의 개념에다가 [청구항 6) 오크는 기계와 마법에 관심이 많아서 근접전보다는 강력한 마법공격과 총포류 화력공격을 선호한다] 라고 덧붙이면 표절이냐?
표절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워해머 40k표절요소(엘다종족->프로토스, 다크엘다종족->프로토스의 다크템플러 병사, 타이라니드종족->저그, 타이라니드의 하이브마인드->오버마인드, 이외 수십가지(시지탱크, 골리앗의 모델->베인 블레이드, 워하운드 타이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워크래프트도 워해머 판타지 표절요소(오크의 녹색피부, 드워프는 총포류를 잘 다루며 마법을 못 쓰고 인간에 지극히 우호적, 엘프는 날렵한 체형에 마법을 쓰며 인간에 적대적, “오우거는 중립세력”)에도 문제가 없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것들이 바뀌거나 새로이 더하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예를 들면 워해머 판타지에서 오크는 정박아 개그민족인데 고귀한 전투민족 성향을, 드워프는 폭격기를 타고다닌다던지 하는 부분들..
어제쯤에 올린 스레드에 표절 개념을 너무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알고 있는 것을 자세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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