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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3.10.09 15:03
조회
1,382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그냥 역사책에 나오는 사례들만을 보아도 승자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와 가장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폴란드는 폴란드 분할이라는 사건을 통해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에게 말 그대로 분할되었습니다. 벨라루시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동부 폴란드는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갈리시아 로도메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서부 폴란드는 프로이센의 영토가 되었습니다. 폴란드라는 국가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고 3개 국가의 영토로 변해버렸지요. 누가봐도 폴란드가 패자라는 것이 뻔히 보입니다. 폴란드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았나요? 폴란드의 언어와 풍습이 사라졌나요? 폴란드의 민족적 정체성이 지워졌나요? 폴란드는 3개 국가 사이에 분할된채 무려 100여년을 지냈지만 폴란드의 역사는 잘만 기록되고 잘만 남았으며 폴란드의 언어나 전통및 풍습같은 민족적 정체성도 잘만 남았습니다.

비슷한 사례 더 많습니다. 이건 역사라기보다는 인류학에 좀 더 가까운 사례인대, 아프리카의 티브족 관련 이야기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프리카의 티브족의 경제는 3개의 분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 3개는 각각 피라미드 형식으로 계급이 나뉘어져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계급의 경제는 생활분야, 그 위가 위상분야, 가장 위가 결혼분야입니다. 모든 티브족은 낮은 계급의 경제를 이용해 상위 계급의 경제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좀 특이한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티브족만의 독특한 풍습입니다. 누가 연구했을까요? 유럽사람들과 미국사람들이 연구했습니다. 얼라? 승자가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패자의 역사를 써주네요?

역사학자들에게는 교차검증이라는 놈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2개 이상의 사료들을 교차해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과거 사람들은 분명 승자의 관점으로 기록을 남길 때가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승자의 기록이 역사로서 남기 위해서는 교차검증을 통과해야하고 교차검증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기록으로서 역사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가 그저 미국의 아량 덕분에 남은 것이고 지우고자 했다면 완전히 지워졌을 것이라고요? 너무 황당하고 기가 차서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말도 못하겠네요. 불가능합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가정해봅시다. 우가우가 땅에 울랄라 부족이 살고 있었는대 유럽 국가들이 갑자기 울랄라 부족을 지워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럽 사람들은 갑자기 총들고 달려와서 울랄라 부족을 한명도 남김없이 죽였고 울랄라 부족은 그렇게 존재했었다는 사실마저 잊혀졌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현대가 됬으며 인류학자와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울랄라 부족이 살던 곳에 발굴장이 들어서면 고고학자들은 인간의 거주 흔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창촉이나 토기를 발견하게 되겠고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몇년도에 울랄라 부족이 살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대 고고학자들은 조금 더 연구하다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대규모의 뼈무더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근처에서는 부러진 창촉, 납탄, 쇳조각, 그외 다양한 전투의 흔적도 발굴됩니다. 그 외에 고고학자들은 꽃가루 분석과 인류학자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어느 시기에 울랄라 부족이 이 지역에 정착했는지, 울랄라 부족 전에는 어떤 부족이 살고 있었는지, 그들의 숫자는 얼마나 됬었는지, 그들의 식생활은 어떻게 됬는지, 그들의 풍습은 어떻게 됬는지, 그들의 문화는 어떻게 됬는지, 그들의 발전상황은 어떻게 됬는지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그럼 역사학자는 울랄라 부족이 씻듯이 지워진 당시 근처에 어떤 조직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후 관련 조직들의 공문서나 편지나 수필이나 일기나 소설같은 문서화 된 기록들을 조사해 정확히 어느 조직이 어떠한 이유로 울랄라 부족을 공격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짜잔, 울랄라 부족은 문명화된 세계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고 울랄라 부족은 단 한명도 남김없이 죽었지만 현대의 발달 된 고고학과 인류학과 역사학의 도움을 빌어 정확히 어느 시기에 울랄라 부족이 몇명이나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무엇을 먹으며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고 어느 시기에 어떠한 이유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공격당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역사에는 몇년도부터 몇년도까지 우가우가땅에 울랄라 부족이 살았으며 누구누구에 의해서 몇년도에 어떠어떠한 이유로 공격당해 사라졌다라는 한줄의 기록이 남게 됩니다. 이 역사책만 본다면 단순히 한줄의 내용만 보일테니 아 지우기 참 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 한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리는지를 알게 된다면 그런 말 못합니다.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10.09 15:21
    No. 1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은, 상기된 방법으로 실제 역사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 승자의 기록만이 남아서 그 입장을 토대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뜻합니다.
    인류역사학 등지에서, 말씀하신 울랄라 부족처럼 과거의 일을 정확히 재구성할 수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오늘도 그 때문에 수많은 학자들이 필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지요. 그렇지 못한 역사의 경우는, 보통 기록을 남긴 자의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기록을 남긴 자는 패한 쪽보다는 이긴 쪽이지요. (그래서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붙은 겁니다.) 물론, 패자가 문화적으로 월등하거나 승자가 패자의 기록을 추적하여 없애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 예시를 드신 폴란드처럼 (그 기록을 전부 쓸어버리기에는 이미 문명이 너무 발달한 뒤였습니다.) 역사는 비로소 중립적인 관점에서 서술될 수 있게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0.09 15:57
    No. 2

    애초에 그런 승자의 기록만이 남아서 그 입장을 토대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드물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주장을 본문에 적었던 것 같은대 저도 좀 헷갈리네요. 자볼로치예 원주민들, 페름 지역 코미족, 페초라족, 유그르족. 이들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개척 초기에 맞이했던 시베리아 원주민들입니다. 이들은 러시아에게 패배했고 러시아는 승자, 자볼로치예 코미족 페초라족 등등은 패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승자인 러시아가 쓴 역사에만 의존해야했냐면 그것은 좀 애매한게 애초에 러시아라는 것 부터가 당시에는 노브고로드 공화국과 모스크바 공국으로 나뉘어져있었고 합쳐지기 전까지는 각자 독자적인 개척을 펼쳤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각 공국과 공화국 안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국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의지와 목적하에 역사를 쓰거나 개척에 관한 기록들을 남겼습니다. 어디의 누구누구에게 '그 땅은 내가 정착할 것이니 귀공은 저 땅을 노리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다던가, '요즘 저 땅에 살고있는 요런저런 원주민들이 세납을 바치지 않고 골머리를 썩힙니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쓴다던가, '전에 보냈던 어디어디 개척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편지를 받았다' 라고 일기를 쓴다던가, '어디어디 개척민들의 보급품을 위해 이번 달에 얼마얼마를 소모했다' 라고 소비및 수익현황을 기록한다던가 등등. 훗날 국가가 승자의 기록을 남기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와는 상관없이 당장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말해주는 저런 소소한 기록들은 역사학자들에의해 수집되고 연구되는대 당장 이것들만해도 오로지 승자의 기록만 존재하는 상황이 있기 힘든 이유중 하나가 되죠.

    그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개척민들에 대해 러시아 사람들만이 역사를 남긴 것도 아닙니다. 티무르조, 백양조, 흑양조, 비잔틴 제국, 제노바 공화국, 금장한국, 그 외 기타등등의 국가에 살던 다양한 사람들이 당시의 세계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런식으로 두 집단이 싸워서 그중 한 집단이 승자의 기록을 남긴다고해도 그 두 집단을 이웃하고있는 다양한 타 집단들은 각각 그들의 관점에서 기록을 남깁니다. 오로지 승자의 기록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1문단에서 얘기한 민간의 기록들도 모두 사라지고 2문단에서 얘기한 인접국가들의 기록들도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운좋게 승자의 기록만이 살아남아야되는대 이게 그리 자주 있는 일이라 생각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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