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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나는 힙합이 싫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10.01 00:11
조회
1,319

요 몇 년간 TV를 전혀 보지 않으며 살고 있다.
 '로망스'니 '인어공주'니 하는 드라마들이 있다는 사실도 인터넷에서 듣고 겨우 알 정도다.
그러니 요즘 '뜨는' 가수며 탤런트들을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도 모를 수밖에.
뭐, 어차피 난 요즘 노래들은 통 성에 안 찬다.
그 중에서도 특히 힙합 뮤직은 영 싫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도 힙합 패션은 내 마음에는 영 들지 않는다.
여전히 팔등신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허리선을 아래로 낮추는 패션이 인기를 끄는 까닭이 뭔지 모르겠다.
그런 옷을 입고 이어폰에서 들리는 힙합 리듬에 맞춰 그 장르 특유의 제스처인 퍽큐 사인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영락없는 뒷골목 양아치들 같다.


이런 내가 사실 나도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 힙합 뮤직이란 걸 좋아해 보려고 조금은 노력을 기울여 보았다.
그래 봤자 나오는 음악을 일부러 끄지는 않고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닥거려 보는 정도였지만.
헛수고였다.
그 장르는 난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야 기분이 아주 다운되었을 때는 그럭저럭 들을 만할 때도 있긴 있다.
가뜩이나 기분이 처져 있는데 가지 말라느니, 나를 버린 것을 이해한다느니, 돌아갈 테니 용서해 달라느니 하는 발라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더 힘이 빠진다.
무척추동물이나 입밖에 낼 수 있을 듯한 그런 달짝지근한 소리들을 질리지도 않고 늘어놓는 발라드보다는 차라리 힙합이 그럴 땐 낫다 싶다.
  '그렇지, 화끈하고 쿨한 맛은 있지, 힙합에. 아마 그것이 힙합의 미덕이겠지.'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지, 화끈하다 못해 폭력적이고 쿨하다 못해 살벌한 힙합의 정서를 내 감성은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못마땅한 현실에 대해 적개심만 왕성하고 정작 개혁의지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저 날카로운 요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철사줄 같은 신경이 필요할 터이다.
같은 '시끄러운 음악'이라도 록이나 헤비 메탈은 좀 낫다.
요란하게 쿵쾅거리는 록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조금씩 의식이 몽롱해지며 차라리 기분 좋은 최면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힙합의 경우, 기관단총을 쏘듯 퍼부어 대는 래핑 때문에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된 래핑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튼 저기 누군가가 나를 향해 뭔가를 놓고 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의식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똑같이 강도 높은 사회성 메시지를 발신하더라도 록음악은 순진한 맛이 있다.
그 순진성이 더러 파괴적인 경향을 띠는 경우에도 그 바탕에 흐르는 우직함 때문에 일단 공감이 간다.
그러나 랩뮤직의 메시지는 신랄한 조롱으로만 여겨진다.
말하자면 록이 '이게 뭡니까? 지금 당신들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정면으로 진지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데 비해 힙합은 삐딱하게 다리를 꼬고서 '헤이, 꼰대들!' 하고 빈정거리는 느낌이랄까.
이렇듯 매사를 애시당초 기성세대 입장에 서서 받아들이게 된 현상이 내 나이를 말해 주는 셈이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힙합을 좋아해 보려는 노력을 일단 포기하였다.
나한테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좋아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 말이다.
나이 먹은 것만도 억울한데 젊은이들에게 아첨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ㅡ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이 자기 취향에 맞는 것들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젠 스타일이라던가? 최대한 장식을 배제하고 심플하게 나가는 인테리어 스타일. 그 정결하다 못해 살균적인 느낌마저 주는 스타일을 내 방에 도입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차분한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나도 이해할 수는 있었었다.(사실은, 밥먹고 배설하고 씻고 하는 결코 생략할 수 없는 생활의 과정들을 남들과 똑같이 치르면서도 그런 무균질의 상태를 내내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마저 느낀다.)


분명한 것은 싫어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더 많은 인생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이다.
힙합은 나한테 맞지 않지만 그래도 좋아해 보려는 노력은 계속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꼭 그래야 할 의무가 내게 있어서가 아니라 내 감각이 싱싱해졌으면 해서, 젊은 세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추고 살아가고 싶어서다.
한 번뿐인 내 삶을 위해서 내게 맞지 않는 것들도 최대한 수용해 가며 살아가야 할 듯하다.


Comment ' 15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01 00:15
    No. 1

    저는 제게 맞는 노래를 참 찾기 힘들더군요
    음악은 좋은데 가사는 꽝이고
    가사는 좋은데 가수가 꽝이고
    가수는 좋은데 음악이 꽝이고...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는 그냥 두 그룹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치면 가끔 외도?를 하구요.
    요즘은 뭣도 모르지만 클래식일 조금씩 집적거리는 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1 00:17
    No. 2

    올드 팝은 어때요? 추천합니다. 70년대 이전에 나온 팝송들을 찾아 들어 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레몬티한잔
    작성일
    13.10.01 00:37
    No. 3

    글쓰신분께서 말씀하신 힙합의 포지션이 딱 펑크의 초기 포지션이죠. 섹스피스톨즈같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7 레몬티한잔
    작성일
    13.10.01 00:39
    No. 4

    물론 저도 펑크는 별로 안좋아해서 잘 모르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1 17:01
    No. 5

    그러고 보니 힙합의 원류 일부는 펑크라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던 듯하기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일
    13.10.01 01:11
    No. 6

    글쓰신 분께서 말씀하신 힙합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말을 드리고 싶네요. 예전에는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졌어요. 감성 힙합도 많아요 ^^ 날카롭게 쏘아대지 않고 혀에 착 감기고 부드러운 랩핑을 하는 엠씨들도 있고요. TV에 나오는 주류 힙합 노래는 주로 G드래곤처럼 약간 양아치스럽고, 반항적인 것이어서 편견이 생길만 하긴 하죠. 힙합을 좋아해 보려는 노력을 하신다고 하니 제가 추천을 드리죠. 재지팩트(Jazzyfact)의 앨범을 한번 들어보세요. 지금까지 들었던 힙합이랑은 사뭇 다르실 거에요.
    아, 영어 섞어쓰는 거랑 발음을 꼬아서 하는 것을 싫어하시면 그것도 싫어하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랩을 하나의 '악기'라고 생각하시면 괜찮을 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1 17:00
    No. 7

    진짜 꼭 갖고 싶은 가수들 앨범조차 구입할 여유가 없는질....
    zazzyfact 음악이 어떤 건지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지만 들을 수가 없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심중섭
    작성일
    13.10.01 01:28
    No. 8

    싫어하는 것을 굳이 시도할 이유가 있나요. 특히 철저하게 취향과 관계된 것이라면요. 남의 취향을 폄하하는 무기로만 사용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언젠가 또 다른 느낌이 들면 그걸 따르면 되는 거고요.
    젠(zen)은 선(禪)의 일본식 발음이 수출되어 서양권에서는 불교관련 통칭 젠이라고 하는 습성이 있더군요. 정갈한 불자의 수행의 방이란 휀뎅그렁 할 수 밖에 없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1 17:06
    No. 9

    윤리적 이유에서 싫은 거라면 저도 절대 양보하지 않았을 테지만 단지 취향이 문제된 거라면 좋아해 보려고 노력할 가치는 있다고 봐요. 물론그렇게 해야 할 의무는 나한테 없죠. 순전히 자발적으로 노력해 보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惡賭鬼
    작성일
    13.10.01 10:15
    No. 10

    힙합이 '헤이 꼰대들'이라는 펑크는 'XX 닥쳐 꼰대들'인지라. 오히려 락의 기본 정신이 더 거칠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뭐... 좋은 노력이고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펑크 말고 다른 것 좀 들어야 할텐데...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1 17:08
    No. 11

    클래식도 좀 듣고 살아요, 우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통통배함장
    작성일
    13.10.01 23:22
    No. 12

    흠흠... 그래도 힙합 듣다 보면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 과시하는데는 이 장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ㅋ 물론 저도 힙합 자주 안듣습니다만... 그 무지막지한 베이스들은... 우퍼 값 자랑하는데 최고죠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2 00:04
    No. 13

    엥? 오디오 품질이 가장 문제되지 않는 장르가 힙합인 줄만 알았더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방으로
    작성일
    13.10.02 00:50
    No. 14

    기본적으로 힙합의 음악은 오물던지면서 자학하고 상처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화되고 아닌척하고 다른색을 입히고 해서 많은 모습이 달라졌지만
    들려오는 음악을 생각없이 듣다 문득문득 그 본질을 알고 짜증내하며 피하고 외면합니다.

    존재자체로는 의미있고 그런 문화도 있고 그런 예술도 있다는걸 알지만
    그걸 이해하고 포용하는건 다른 문제입니다.
    요즘의 문화답게 원하지 않아도 들어야 할때가 있으니 인식도 바꾸고 조금은 더 편하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은 저도 있지만 정말 좋아지지 않는 음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2 01:07
    No. 15

    니나 무스쿠리도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랩만은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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