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낮과 밤을 회사에서 보낸 나는 지금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하고 있다.
한 손에는 주간에 온 버그 테스트 항목과, 디자인 수정건, 그리고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익스플로어 6의 호환성 문제를 들고 있다.
이제 그 것을 주말을 즐겁게 보내고 우울한 기분으로 회사를 찾은 이들에게 선물하려 한다.
하나씩. 하나씩. 내가 당한 고통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고객의 클레임으로 영혼까지 야근에 빠진 나는 이제 더이상 달아날 것도 없다는 듯 자포자기하고 철야에 몸을 맡겼다.
이제 더이상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월요일 아침의 살인자가 될 것이다.
첫번째 희생자는 디자인 팀의 L씨다.
평소에도 평일 저녁을 클럽에서 보내는 그녀. 주말엔 뭘 했는지 볼 것도 없지.
그녀가 홀로 책상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을 때 조용히 뒤로 갔다.
인기척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놀란 표정을 즐길새도 없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가볍게 A4지 1장을 찔러넣었다.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후후."
그녀의 눈에서 드러나는 소리없는 비명.
'그래. 실컷 논 만큼 이제 일을 하라고. 어제 나오지 않은 걸 후회해도 이제 소용없어.'
이번에 던져준 디자인 수정건은 클럽에서 발산한 아드레날린을 다시 항문으로 회수하게 할 정도로 무거운 건들이다.
디자인 시안 5개 정도의 고통을 느꼈겠지.
첫 번째 희생자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퍼블리싱 파트의 김대리에게 갔다.
토요일에 잠깐 나와 일을 봐주긴 했지만 그걸로는 일이 충분히 끝난게 아니다.
그저 회사 가까운 곳에 약속이 있어 생색을 내듯 출근을 한 것을 난 안다.
난 그런 위선자가 제일 가증스럽다.
내가 무엇 때문에 주말에 나와 일을 한 건데?
하지만 이제 괜찮아.
난 이제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익스플로어6 호환성이라는 과제로 마구 난도질 할거니까.
비명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난 일을 완벽하게 끝을 냈다.
그의 한 주는 이제 피로(로) 물들 것이다.
이제 세 번째 희생자이다.
평소에도 자신은 프리한 영혼임을 자랑해오던 프리랜서 박과장.
마침 기획자가 가장 잔인해지는 월요일 아침 11시.
손에 들려있는 것은 개발 일정표.
멀티스태킹 능력을 자랑하듯, 한 쪽 모니터에는 에디터, 두 번째 모니터에는 곰 플에이어에서 왕좌의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IT의 개발 역군인듯 재는 듯 자랑하던 이 개발자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고 있는지 모를 거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
프로젝트 일정이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네드 스타크가 조프리 바라테온의 명령으로 처형당하는 순간, 그의 목에 도끼를 날리듯 일정표를 날렸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무자비한 야근의 압박.
그의 입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얼굴의 표정은 구겨졌다.
'넌. 개발을 소중히 대하지 않았어. 자 이제 야근을 시작하지.‘
네드 스타크의 머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머리가 힘없이 책상에 부딛치며 쿵 하는 소리를 냈을 때, 난 묘한 희열을 느꼈다.
아아 그렇게 난 오늘 살인자가 되었다.
내 이름은 야근 대리.
퇴근을 모르는 남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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