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3.09.03 10:11
조회
2,141

그저께였나 어제였나 여하튼 나온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독일산 게임인대 the dark eye라는 매우 유명한 독일 trpg 룰을 배경으로 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the dark eye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독일에서는 겁스나 dnd같은 룰의 싸닥구를 맛깔나게 때려줄만큼 독일에서(만) 무지막지한 사랑을 받는 룰이지요. 


메모리아의 스토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합니다. 새사냥꾼 게론은 요정 누리와 함께 안더가스트 왕국을 지켰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며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해주지 못합니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오로지 게론, 누리, 그리고 몇 안되는 동료들 뿐이지요.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요정 누리의 몸과 영혼이 녹아내려서 함께 대리고 다니던 까마귀의 몸에다가 누리의 영혼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누리는 이제 까마귀가 되었지요.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지 않았던지, 영혼은 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로 누리에게 원래의 몸을 되찾아주지 않는다면 누리는 모든 기억을 잃고 까마귀의 영혼만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를 잃는 것이지요. 그래서 게론은 누리의 원래 몸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대 플레이하다보면 여러번 암시가 되는 내용이 있는대, 게론이 누리의 원래 몸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단순히 누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론은 어려서부터 많은 멸시를 받으며 자라왔고 새사냥꾼으로서 낮은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비록 ‘나는 그들이 뭐라하던지 신경쓰지 않아’ 라고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부정을 해도 제 생각에 게론은 상당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안더가스트를 지킨 것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괜찮을리가 없습니다. 그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영웅이라고 물고 늘어져봤자 스스로만 추해질뿐임을 알기 때문에 괜찮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게론을 가치있는 사람, 게론이 멸시받는 새사냥꾼이라는 현실보다 더 가치있는 사람임을 게론 스스로에게 증명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누리가 유일합니다. 아름답고 상냥하고 생명력넘치는 요정 누리와 함께 한다는 것 만이 게론을 가치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 그런 누리가 없다면 게론은 그저 멸시받는 새사냥꾼이라는 현실에 처박혀있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게론은 누리에게 집착을 하게 됩니다. 정작 누리 스스로는 까마귀의 몸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게론이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되찾아주려는 이유는 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게론 스스로의 집착 때문입니다.


엔딩 직전에 게론은 2개의 선택지를 얻게 됩니다. 요정의 기억을 잃고 완전히 까마귀가 되버린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되찾아주는 것, 혹은 그대로 까마귀의 몸을 유지하게 하는 것. 여기서 까마귀의 몸을 유지하게 한다면 한 업적을 얻는대, 그 업적의 이름은 ‘자유’ 입니다. 누리에게 요정의 몸을 돌려주지 않음으로서 게론은 누리를 스스로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게론은 스스로또한 스스로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었습니다. 이제 게론은 정말로 남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누리와 게론은 함께 자유를 얻었고, 그 자유는 그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아주 인상깊은 스토리를 가진 게임입니다. 어드벤쳐 게임이지만 인터페이스에 다양한 개선점을 넣어서 고전 어드벤쳐 게임들의 위화감을 크게 없애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몇개 남아있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괜찮아졌음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보다보면 정말 경탄감만 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그래픽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스팀에서 싼값에 살 수 있으니 시간나시면 한번 해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7813 요즘 술먹는걸 안좋아하는데 좋은징조같음! +3 Personacon 마존이 13.08.31 1,320
207812 한국사 고급 EBS교재 필요하신 분 있으신가요? +3 Lv.1 [탈퇴계정] 13.08.31 1,844
207811 문피아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2 Lv.73 데비리 13.08.31 1,805
207810 아...만화이야기하니...소설도 생각나네요. 단편소설. Lv.12 인페스티드 13.08.31 1,591
207809 국민학교 1학년때가 기억납니다. +2 Lv.64 하렌티 13.08.31 1,618
207808 가끔씩 씁쓸. +11 Personacon 르웨느 13.08.31 2,105
207807 으잌! 글쓰다가 어느새 지배해버리는 일본만화체! +15 Lv.12 인페스티드 13.08.31 2,246
207806 쓰여졌다. 써졌다. +15 Lv.61 정주(丁柱) 13.08.30 4,615
207805 hsk시험까지 1주일 남았네요. +7 Lv.97 윤필담 13.08.30 1,652
207804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3 Personacon 조원종 13.08.30 1,734
207803 밑에 기묘한 얘기보고 문득 떠오른 사건. +10 Lv.97 윤필담 13.08.30 1,861
207802 유머 - 재미있는 짤방들 +5 Personacon 藍淚人 13.08.30 4,769
207801 컴터 고수님들 헬프ㅜㅜ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누르면 메뉴... +12 Lv.66 크크크크 13.08.30 2,259
207800 오늘의 제 개인 기록 +1 Personacon 藍淚人 13.08.30 1,667
207799 이벤트 한다네요. Personacon 이설理雪 13.08.30 1,760
207798 문피아에 연재해 주셨으면 하는 작가님은 현민님과 박건님.. +4 Personacon FireArro.. 13.08.30 1,762
207797 한국 드라마는 배워야 한다. 진짜 막장을...(2) +11 Personacon 엔띠 13.08.30 2,644
207796 한국 드라마는 배워야 한다. 진짜 막장을... +19 Personacon 엔띠 13.08.30 3,008
207795 계속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8 Personacon 니르바나 13.08.30 1,941
207794 으하하하 필기시험 합격했네염 +25 Personacon [탈퇴계정] 13.08.30 2,126
207793 집안살림 다 해본 제가 말하는, 가장 중노동... +8 Personacon 엔띠 13.08.30 2,098
207792 우쿨렐레 다루시는 분 있으신가요? +9 Personacon 성공(星空) 13.08.30 2,027
207791 도쿄 전력 그 사람은 어디에? +7 Lv.64 하렌티 13.08.30 2,266
207790 글을 읽다보니 저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5 Lv.76 아르케 13.08.30 1,724
207789 군은 어디가 좋을까요? +13 Lv.5 푸리푸리롱 13.08.30 3,079
207788 쓸만한 온라인 게임좀 추천해주세요~ +9 Lv.64 하렌티 13.08.30 2,113
207787 필명 이라는 것을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10 Lv.30 자견(自遣) 13.08.30 2,229
207786 면은 댕기고, 두 눈은 울룩불룩한 나의 뱃살을 쳐다봅니다. +6 Lv.64 하렌티 13.08.30 1,519
207785 우헤헤 공구 환상 네이밍 사전 이거 대박이네요 +6 Lv.31 에이급 13.08.30 2,017
207784 자유인을 쓴 조항균 작가는 뭐할까요? +4 Lv.99 곽일산 13.08.30 2,96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