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회사에 다녀 본 적도 없으면서 어쩌다가 회사 다니는 등장인물을 설정했는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그 사람 직업으로는 중소기업체의 무능한 회사원이 딱이었으니까.)
상황은 이렇습니다.
무능하여 허구한 날 상사에게 야단을 맞는 40대 중반의 회사원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히 무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워낙에 심약한 성격이라 억울하게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입사 동기는 벌써 부장이나 차장이 되었는데도 만년 과장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상사에게 야단을 맞는 장면을 묘사해야 하는데, 그런데 평생 수퍼마켓이나 공장이나 피시방 같은 몸으로 떼우는 직종에만 종사해 온 사람이라 회사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가지고 어떻게 상사에게 혼이 나는지 짐작이 안 되는군요.
일단, 자재과 과장인 그가 재고 파악을 잘못하여 혼이 나는 것으로 설정을 해봤습니다.
자기 딴에는 정확하게 일처리를 한다고 했지만, 평소 그에게 깐죽거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부하 직원이 마땅히 그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을 보고하지 않아 그만 에러가 난 거죠.
그러니까, 중소기업체인 이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전국 대리점 중 하나가 영업 부진으로 대리점 계약이 취소되어 그곳에 가 있던 제품들이 모조리 본사로 반납되었는데 그 일을 처리했던 부하 직원이 상사인 그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던 거죠.
.... 이런 상황을 묘사하려 하는데, 학력이 낮아 회사 같은 곳에는 이력서조차 넣어 본 적이 없는 제가 뭘 아나요.
어떻게든 묘사를 한다고 하긴 했지만 영 불안하네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글이 된 게 아닌가....
일단 제가 써 놓은 부분을 보여 드릴 테니 한번 읽어들 보시고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셨으먼 합니다.
부탁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 원, 집에서 하는 잔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꼭 그렇게 일부러 회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잔소리를 해야겠어?
툴툴거리며 담배를 피기 위해 사내 흡연실로 향하는 재식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과장님, 부장님이 찾으세요."
미스 김이었다.
충청도 어느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아가씨.
재식과는 같은 시골 출신끼리의 공감 같은 것을 서로 나누고 있는 터였다.
실상 재식의 고향은 시골 정도가 아니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하나 없을 정도로 궁벽진 두메산골이지만.
"부장님이 날? 무슨 일로.... "
미스 김은 난처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상황이 파악된 재식은 더 캐묻지 않고 풀죽은 얼굴로 부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 왜소한 뒷모습을 미스 김은 처형장으로 끌려나가는 죄수에게 던지는 것 같은 연민의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부르셨다고.... "
쭈삣거리며 부장실에 들어서는 재식을 본 박부장의 송충이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은밀한 새디즘이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은밀한? 아니, 은밀하다는 건 영업과 차장이던 그가 자재과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재식의 직속 상사가 되었던 초기의 얘기일 뿐, 박부장이 작은 꼬투리만 생기면 재식을 불러다 야단을 치는 진짜 이유가 새디즘에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야단을 치고 야단을 맞는 두 당사자들은 이미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자네,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나?"
드디어 시작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
"그렇지? 내가 지금 뭘 갖고 이러는지도 모르지?"
"제가 또 무슨 실수를.... "
"이걸세, 이거!"
박부장은 서류철로 책상을 탕 내리친다.
어제 재식이 제출했던 월말 재고 현황 파악 서류였다.
저놈이 왜 말썽이 된 거지? 행여라도 계산이 틀렸을까봐 두 번 세 번 확인을 했는데?
벙 떠 있는 재식을 본 박부장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이 친구, 아직도 문제가 뭔지 파악을 못하고 있군. 이보세요, 김재식 씨. 폐쇄된 대리점에서 반납된 제품들은 재고에 포함이 됩니까, 안 됩니까?"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