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RPG 배경으로 쓴답시고 가공의 도시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뭐 굳이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할거라면야 서울을 써버리는게 가장 좋습니다만(아무래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죠), 제가 서울에 가 본적이 그다지 없다는 엄청난 약점으로 인해 폐기하고... 그렇다고 제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해 봤자,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하여간 그래서 어지간한 클리셰를 대부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인구 30~50만 수준의 가상 도시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어느정도 지형이나 분위기, 주요 지역, 대략적인 발전 역사 정도를 잡고 나니,
구, 동, 면, 읍이 어떻게 나뉘는가?
인구수에 따른 학교의 적정 수는 어느정도인가?
같은 기본적인 도시 설계, 구조 측면에서 전혀 지식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대강 그만뒀습니다. 뭐 어차피 뒷골목에 요괴가 돌아다니는 도시에 너무 디테일한 설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긴 하지만...(아파트단지 땅값이 떨어지는 걸 막기위해 반상회 아줌마들이 귀신 때려잡을 기세)
하여간에 저런 지식을 조사하는 것 보다 차라리 서울에 대해 조사하는게 더 빠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뭐, 저런식의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가공의 공간'에 대한 설정을 만드는건 즐거운 것 같아요. 디테일 외에 어느정도의 분위기나 세력구도 정도만 구축해줘도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곳도 많죠.
대표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라면
역시 블랙라군의 '로아나프라' 정도입니다. 세계구급 범죄 집단의 미묘한 세력 균형으로 유지되는 무법천지의 태국의 한 도시!
현대 배경이 아니더라도, 판타지 세계에서 '한 도시'의 디테일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꽤나 있죠. TRPG의 캠페인 세팅 같은 물건도 지역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들이 있고...
인터넷의 소위 '모의전'이라 불리는 형식의 게임 카페 등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 경우 생성된 지역이나 집단을 기반으로 A, B, C, D...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연계된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것을 보는게 즐겁습니다.
하여간 가상도시 어떻습니까, 가상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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