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52년전 대학생의 글..

작성자
Lv.99 白雨
작성
12.04.19 10:26
조회
1,004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같은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이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 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박토(薄土)에 뿌리려 하는 바이다. 오늘의 우리는 자신들의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규탄(糾彈), 광정(匡正)하려는 주체적 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천명하는 바이다. 우리의 지성은 암담한 이 거리의 현상이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전제주의의 표독한 전횡(傳橫)에 기인한 것임을 단정한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의 정치사는 자유의 투쟁사이다. 그것은 또한 여하한 형태의 전제로 민중 앞에 군림하던 '종이로 만든 호랑이' 같은 헤슬픈 것임을 교시(敎示)한다. 한국의 일천한 대학사가 적색전제(赤色專制)에의 항의를 가장 높은 영광으로 우리는 자부한다.

근대적 민주주의의 기간은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이제 막 자유의 전장(戰場)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정당히 가져야 할 권리를 탈환하기 위한 자유의 투쟁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가고 있다. 자유의 전역(全域)은 바야흐로 풍성해 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공복이며 중립적 권력체인 관료와 경찰은 민주를 위장한 가부장적 전제 권력의 하수인으로 발벗었다. 민주주의 이념의 최저의 공리인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농단(壟斷)되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을 무식한 전제 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빡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같은 밤의 계속이다.

나이 어린 학생 김주열의 참시(懺屍)를 보라! 그것은 가식 없는 전제주의 전횡의 발가벗은 나상(裸像)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저들을 보라! 비굴하게도 위하(위협과 협박)와 폭력으로써 우리들을 대하려 한다. 우리는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인간적으로 부르짖어야 할 것 같은 학구(學究)의 양심을 강렬히 느낀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打手)의 일익(一翼)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아래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의 사수파(死守派)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현실을.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1960년 4월 19일,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학생 일동

필력이 엄청나네요...


Comment ' 10

  • 작성자
    Lv.99 자의(子儀)
    작성일
    12.04.19 10:33
    No. 1

    필력도 필력이지만 이승만이 얼마나 전횡을 휘둘렀으면 저랬겠어요. 이런 게 진짜 패기만발이라는 거겠죠. 저렇게 아버지들이 투쟁해서 우리는 투표권 등 주권을 얻었는데 지금 아들 세대는 투표에 소홀하니 대선 땐 주변 친구들 독려합시다!!! 젊음의 힘을 보여주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아자씨
    작성일
    12.04.19 10:47
    No. 2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대학생들이 저런 글쓰며 토론하고 지냈더군요. 예전에 동아리 정리하다가 나온 토론 노트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고작 10년차이인데 대학생의 의식도 생활도 달라진것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게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그땐 저러고 놀았구나 하는 느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雪雨風雲
    작성일
    12.04.19 10:54
    No. 3

    공부하러 가던 대학교에서 졸업장 따러 가는 시대로 변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청청루
    작성일
    12.04.19 12:21
    No. 4

    와 수준이 달라요. 진짜 본받고 싶음. 하지만 저런 장면 안쓰면 딱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비비참참
    작성일
    12.04.19 12:32
    No. 5

    이런 기회를 놓칠수 없는 뻘글!!!!


    제가 쓴겁니다. 훗~~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4.19 13:43
    No. 6

    그렇죠 젊은이의 이상이 현실에서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본인은 자신이 변했다는 걸 쉽게 인정하기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현실에 무너지는 너무도 나약한 인간의지의 한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 청와대 대변인에 공보수석 그리고 나중에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던 이수정씨는 5, 6공 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분이었습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도 4. 19때 고대의 학생대표로 의거의 주역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그때 가난하고 어렵지만 순수함을 지녔던 시절을 기억이나 하는 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더 슬픈 것은 저 당시 비난의 주인공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청년시절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일제와 싸워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애국 애족 그리고 민주 청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말년이 청년시절과 전혀 달랐고 저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난하던 이수정씨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에 앞장섰으며 가난하지만 굽히지 않고 의를 외치던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부자들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점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공은 공이고 과는 과입니다. 공을 이유로 과를 부인하는 것도 잘못이고 과를 이유로 공을 외면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봅니다. 인생이 어찌 변할 지 모르지만 그 인생에서 누구나 공도 있고 과도 있을 겁니다. 공을 인정하고 그 공을 본받으며 과를 지적하고 그 과를 피하는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을 까요?

    지금 현실을 사시는 모든 분들은 훗날 지금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어려운 싸움일라도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인의검사
    작성일
    12.04.19 14:00
    No. 7

    오늘도 모르던 사실을 하나 알아가네요. ~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비비참참
    작성일
    12.04.19 15:19
    No. 8

    이럴수가... 나의 뻘글이 반응이 없다니....

    뻘글을 썻더니 뻘쭘해 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후회는늦다
    작성일
    12.04.19 21:47
    No. 9

    당연히 차이가 나죠. 요즘은 아무나 대학가는 세상인데... 대학을 공부하러 가는게 아니라 인맥+돈벌려고 가는판인데, 차이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Host
    작성일
    12.04.21 01:20
    No. 10

    그래서 숱한 유혹에도 타락하지않은 사람만이 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되죠... 룰라 대통령이 좋은 예인거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52년전 대학생의 글.. +10 Lv.99 白雨 12.04.19 1,005
189089 오늘은 419 혁명일입니다. +5 Lv.11 강찬强璨 12.04.19 506
189088 태어난 후 느끼는 첫 숙취. +6 Personacon 엔띠 12.04.19 606
189087 첼시vs바르샤. .첼시가 홈에서 신승했네요.ㅎㅎ +1 꿀도르 12.04.19 646
189086 일본 유명만화가들의 농담..?! +2 Lv.8 Moete 12.04.19 1,135
189085 적도의 남자!! +2 민(珉) 12.04.19 668
189084 1루수가 누구야...!!! +6 Lv.99 자의(子儀) 12.04.19 699
189083 장르소설 속에서 커플이 엮이는 경우요 +6 Lv.65 天劉 12.04.19 637
189082 바르셀로나 vs 첼시 +4 Lv.57 아자씨 12.04.19 742
189081 동해 표기논란 중 북해에 관한 소소한 잡담. +3 Lv.9 에일 12.04.18 479
189080 눈밑에 애교살이 생겼습니다. +4 Lv.97 윤필담 12.04.18 371
189079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6 Lv.7 피자왕 12.04.18 647
189078 오늘 참 불행한 날이었네요. +1 Lv.97 윤필담 12.04.18 394
189077 첫사랑이 뭐길래.. +10 Lv.79 카나코 12.04.18 495
189076 리그오브레전드를 어베스트가 위험인자로 인식했음..ㅠㅠ +9 Lv.91 슬로피 12.04.18 689
189075 지구 자전이 멈추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4 Lv.8 showdown 12.04.18 614
189074 집에 있던 술인데.. +29 Personacon 엔띠 12.04.18 549
189073 대선주자로 무협화라..... +4 Personacon 체셔냐옹 12.04.18 635
189072 삼국지11 개사기 ㅡㅡ +8 Lv.1 오미크론 12.04.18 953
189071 촛불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려면 어떻게... +8 Lv.55 유여 12.04.18 399
189070 일본 성범죄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4 Lv.21 雪雨風雲 12.04.18 931
189069 냠냠냠냠 +5 Personacon 히나(NEW) 12.04.18 418
189068 가공의 도시를 만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 Lv.29 스톤부르크 12.04.18 492
189067 컴퓨터 그래픽관련 궁금한게 있어요...... +4 Lv.9 young虎蟲 12.04.18 378
189066 미얄 6권 마지막에 반전이네요 +2 Personacon 적안왕 12.04.18 384
189065 드디어 SSD가 도착해서 윈도우7을 깔고 게임하는중입니다. +5 Personacon 페르딕스 12.04.18 602
189064 건담이 리얼이라니. +19 더블 12.04.18 603
189063 라이트노벨과 한국 장르소설의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게... +22 Lv.29 스톤부르크 12.04.18 657
189062 진짜 못 살겠습니다. +3 Personacon 엔띠 12.04.18 456
189061 라이트노벨을 접하였습니다. +20 Lv.68 인생사랑4 12.04.18 65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