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남들이 키우는거 보니까 귀엽고 말도 잘 듣고 그래서 나도 키워야겠다란 마음으로 입양하신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그 입양된 애완동물을 위해서 애완동물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에 집에 갔더니 고양이나 개가 참 이쁘고 귀여운 짓을 하고, 말도 참 잘 듣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냈을까라는 걸 생각을 안 합니다.
애완동물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인간보다 지능이 매우 낮고 체구도 작지만 원하는게 있고, 스트레스도 받는 생명체입니다.
개든 고양이든 새로운 주인과 만나게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람도 먼 지방으로 이사가면 극도로 예민해지죠. 낯선 장소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행동거지도 조심스러워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도 몰라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나마 사람은 동등한 사람들간의 관계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그 정도인 겁니다.
고양이나 개의 경우엔 자신보다 훨씬 크고 강하며 무서운 존재(사람)들이 있는 낯선 곳에 떨어진 것이라서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큽니다. 아주 어린 고양이나 강아지의 경우엔 주변 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금방 적응하지만 다 자랐거나 거의 다 자란 고양이나 개의 경우엔 이미 전에 살던 곳에서 적응을 끝낸 경우라서 새로운 곳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죠. 이미 거의 다 자라서 주변 사물에 대한 인지도도 높습니다.
개의 경우엔 고양이보다 인간에게 보다 더 쉽게 적응하는 유전자가 내려오기 때문에 먹을것으로 유혹하거나 하는 식으로 보다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예민한 개의 경우엔 고양이만큼이나 어렵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개는 고양이보다는 쉽게 친해지죠.
하지만 고양이는 다릅니다.
애초에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늦게서야 인간에게 애완동물로 키워졌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인간과의 친화성이 개보다 훨씬 낮죠. 성격도 개와 크게 다릅니다. 군집 생활을 하고 서열이 정해지면 군집내의 서열에 철저하게 반응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군집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독자적으로 움직이는게 일반적인 고양잇과 생물답게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이나 자신의 상관정도로 인식하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동반자 정도로 생각합니다. 때되면 밥도 주고 화장실도 치워주는 동반자. 쉽게 말해서 집사나 감옥의 간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나마 집사라고 인식하는 고양이는 인간과 좀더 친화적인 성격을 가진 고양이라서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좀더 빠릅니다. 하지만 인간을 간수라고 생각하는 고양이의 경우엔 새로운 장소에서의 적응이 좀더 더디죠.
생각해보세요. 원래 지내던 감옥에서 다른 감옥으로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이송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감옥의 간수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계속 주변을 맴도는 겁니다. 간수는 자기보다 훨씬 크고, 목소리도 큰 무시무시한 생물인데 말이죠.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그런데 만약 다른 감옥에 이송되었는데 자신이 돌아다닐 장소도 많고 간수가 자신을 거의 신경도 안쓰고, 잘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항상 멀찍이 있다면 어떨까요? 안심되지 않을까요?
그럼 고양이는 새로운 장소에 보다 더 쉽게 탐색을 마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간수가 어떤 존재인지 자신에게 적의가 있는지 호의를 가진 존재인지 보다 쉽게 깨닫게 되겠죠. 멀리서 안전하게 지켜보면서 관찰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고양이를 새로 집에 들인 후 고양이에게 새로운 장소를 탐색하고 적응할 시간을 최소 1주일은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남이 키우는 고양이나 개가 귀여운 것만 보고 자신도 귀여운 애완동물 키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데려온 사람들은 데려오자마자 안고 쓰다듬고 하려고 난리죠. 그러면 애완동물은 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을 전혀 안해요. 그래놓고 스트레스 받은 애완동물이 아무대나 실례를 하던지 물건을 부수거나 하면 화를 내죠.
제발 부탁이니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으신 분들은 자신과 가족이 인내심이 많은 사람인지 먼저 생각부터 하세요. 그리고 일주일이나 한달정도 묵묵히 인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세요.
그저 호기심과 귀여움에 대한 감정만으로 애완동물을 데려오면 당신과 당신의 가족, 그리고 애완동물 모두에게 스트레스 받고 지옥같은 며칠을 보내게 될 겁니다.
결국 애완동물은 길에 버려지거나 다시 원주인에게 돌아가게 될 거구요. 하지만 짧은 시간 환경이 자주 바뀌었던 기억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건 새로운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낯선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도 같은 겁니다. 사람을 입양할 때 고심하는 것에 반절만큼이라도 고민을 하고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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