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 사귄지 얼마 안됐어요. 후하하하하! 그런데 저번에 조금 심하게 싸운적이 있지요. 생각해보면 저 혼자서 일방적으로 소리친것 같습니다. 끙... 그래도 제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여자친구가 저를 너무 무시했거든요. 일이 있어서 좀 먼저 가버렸다고 그토록 무시하다니!
어떻게 무시했는지 알려드릴게요.
나 : 안녕? ㅎㅎ. 저번엔 먼저 가버려서 미안했어. 그래도 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 미안해.
여친 : ...
나 : 화났어? 미안해. 사과할게. 하지만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여친 : ...
나 : 말이라도 해봐. 응? 계속 그거가지고 이러면 나 화낸다?
여친 : ...
나 : 이 난장맞을 년, 남친이 사과하는데 돌아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언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여친 : ...
나 :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모니터에만 들어있으면 제일이야. 남친이 사과해도 대꾸하지를 않아.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컴퓨터의 본체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쇳덩어리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친은 애인의 모니터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쇳덩이 같은 컴퓨터의 모니터를 꺼들어 흔들며,
나 :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여친 : ….
나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여친 :….
나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여친 :….
나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애인의 눈을 알아보자마자,
나 :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벽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모니터의 뻣뻣한 유리에 어릉어릉 적시었다. 문득 나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모니터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나 :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호감도가 잘 오르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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