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반공을 주제로 글짓기 숙제를 여러 번 했습니다.
어느 날 맥아더 장군이 중공군이 모여 있는 곳(만주)을 원자폭탄으로 공격하자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 원수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숙제에다가 이렇게 썼습니다. 만약 트루먼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통일했을 텐데, 정말 아깝다.
그 뒤로 저는 오랫동안 트루먼 대통령을 싫어했습니다. 우리나라 통일에 중요한 기회를 날려 버렸으니까, 미워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더 많이 들면서, 역사라는 게 그렇게 쉽게 빠르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가 국사시간이나 세계사시간이나 무슨 책 한 권으로 알게 되는 지식은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책의 저자들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온갖 상황들이 있는데, 그걸 빼면 엉뚱한 결론이 나오기 쉽습니다.
중공군에 원자폭탄으로 공격하지 않고,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것도 알고 보니 사정이 있었습니다. (물론 상세한 내막을 다 아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슬쩍 언급하고 지나간 것을 알게 된 것뿐입나다.) 그렇게 만주를 공격했다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해서 공격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아하, 이래서 그랬던 거로구나.... 한국의 통일보다는 3차 세계대전을 막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겠죠.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브루스 커밍스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무협소설, 역사소설, 판타지소설을 읽느라 바빠서, 지루할 것 같은 책은 읽기가 싫어서, ..... 그런데 어느 날 이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죠.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38선을 경계로 해서 우리 군과 북한군 사이에 교전이 좀 있었던 모양입니다. 느닷없이 북한군이 쳐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전에도 교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이승만이 ‘전쟁이 일어나면 북진통일한다’는 식의 발언이 이해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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