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르던 개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개고기구요. 길거리에 버려져서 거의 죽어가던 강아지를 제 가족이 데려와서 길렀지요. 키우는 건 거의 제 차지였어요. 똥치우기 밥먹이기 씻이기... 밥먹이고 씻기는 건 괜찮은데 똥을 치우는게 아주 고역이었죠. 뭐,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평범한 똥개요, 애완견인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놈이 아주 똑똑해요!
먼저, 똥을 싸면 제가 작게 투덜거리면서 치웁니다. 뭐, 직접적으로 혼내진 않습니다만... 흠, 어쨋든, 그 투덜거리는 것을 제가 기분나빠하는 걸로 알아들었는지, 어디서 똥을 싸면 꼭 저한테 다가하서 배를 드러내고 애교를 부리더라고요. 배변훈련은 안시켰습니다. 며칠 후 친척에게 주려고 했거든요.
애교를 부리길래 이뻐해주면 어디서 냄새가 나고, 그걸 치우면 저를 무시하고... 또 갑자기 애교를 부리길래 이뻐해주다가 냄새가 나서 똥치우고... 아니 이녀석 뭐하는거야... 그냥 똥싸놓고 모른척 하는것보다는 백배 낫지만 차라리 이럴것보다 똥오줌을 가리던가!
뭐, 이것만 보면 그냥 귀여운 놈입니다. 이놈 아주 교활하고 영악해요.
제가 알러지가 있는지라 며칠 키우지 못하고 친척에게 줬어요. 그리고 간간히 친척에게 강아지의 현황을 듣는데, 아주 가관입니다.
먼저, 똥오줌 '알아서'가립니다. 배변훈련도 안시켰는데 알아서 땅파서 똥싸고 땅을 다시 덮어요. 지가 고양이도 아니면서... 이건 저를 가지고 논 거라고 생각할수밖에 없어요.
또, 이녀석 권력자에게 빌붙을 줄을 압니다. 친척이 사는 동네에 터줏대감 개가 한마리 있습니다. 이놈 종은 직접보지않아서 모르겠는데, 어ㅤㅉㅒㅅ든 아주 커다랗고 사나운 개래요. 마을의 강아지들은 이녀석을 보면 알아서 피하는데, 개고기는 피하기는 커녕 곁으로 다가가서 알아서 복종하고 알랑방구를 뀐다고 합디다. 아주 똑똑한 개예요.
뭐, 개의 본능이기도 하니까 권력자에게 빌붙는 것은 이해가 가요. 이정도만 있으면 교활하니 영악하니 이런 악담은 퍼붓지 않아요. 이 개가 교활하고 영악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개가 마을 최강 개를 등에 업고 마을의 2인자가 된 얼마 후, 친척이 기르던 또다른 강아지가 그 최강 개에게 물려죽었답니다. 그 최강 개는 자연히 다른 강아지를 죽일까 우려되어 마을에서 쫓겨났고, 개고기는 마을의 1인자가 됐습니다. 쪼그만 강아지한테 엄청 괴롭힘받아서인지 커다란 개도 개고기한테 위축되고, 개고기는 힘도 없으면서 마을의 1인자가 됐어요. 다른 개가 없어져서 친척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요.
친척은 개고기가 범인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척의 개가 물려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개고기의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교활한 녀석... 만약 인간으로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제 2의 박정희가 될 녀석이죠. 뭐, 제가 틀린 것일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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