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1 :대화가 필요해
부제 2 : 근데 아무래도 여기 귀신이 사는 것 같아.
저는 공단 한복판에 있는 5층 빌라의 꼭대기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일자리를 옮겨다니는 계약제 중간관리직의 설움이랄까.
잦은 파견으로 집에 붙어있을 일이 없죠. 이발소를 운영하시는 어머니는 밤 10시쯤 들어오셔서는 10시간 정도 주무시기만 하고 나가시고요.
이번에는 마침 파견 교육이 있어서, 운수좋게 저번 주 내내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었습니다. 감색 양복 위에 재킷 대신 카키색 약식 작업복 상의를 걸치고, 서류가방을 한 손에 든 차림 그대로 비몽사몽해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랫집 아저씨께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30년간 셋방을 옮겨다니며 사시다, 이번에 집을 사서 들어오셨다고-전 알 필요도 없었지만, 그분께서 수차례 강조하셨기에 들을 수밖에 없었지요-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으로는, 낮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종일 어린애가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쫒겨나게 만들 거라고. 금방이라도 제 멱살을 잡을 듯한 기세로 낮게 으르렁거리셨습니다.
저는 오싹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50대의 어머니와, 20대 후반에다 덤으로 지독한 노안인 '애'가 사는.
거의 하루 종일 집을 비우고 있는 이 집에서, 한낮 내내 어린아이가 쿵쿵거리며 뛰어 노는 소리가 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Ps. 사실 집주인이 저희 어머니고 제가 세들어산다는 건 여담.
(집 비워놓고 살다보니, 집 사서 이사왔다고 해 봤자 도둑만 들죠.)
Ps2. 이후로 아랫집 현관 앞에는 계속 소금이 뿌려져 있단 것도 여담.
Ps3.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때문에-베란다 창문 열어 놓고 빨래 널었다간 옷에 냄새가 다 배고, 주말에 집에서 맥주 마시다 베란다로 나가기만 하면 호프집에 온 듯한 느낌이 날 지경입니다-미칠 것 같지만 이야기해봤자 안 통할 것 같아서 걍 버티고 참는 것도 여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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