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챗구멍에는 거름망이 걸려 있는데 그거 비우는 게 귀찮아서 뽑아 둔 다음에 수챗구멍으로 물만 흘러가도록 해놨습니다. 그날 밤에 라면을 끓여 먹고 귀찮아서 그냥 잤는데요. 오늘 설거지를 하려고 봤더니 아니 이럴 수가 물이 안 내려가고 싱크대에 그대로 고여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싱크대에 큰 냄비도 있어서 아, 고놈이 물구멍을 막고 있구나 싶어 치워 봤더니 그래도 물은 고여 있었습니다. 그 순간 직감했죠.
아, 일이 터지고야 말았구나.
나의 게으름과 안일함이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구나.
그때부터 저의 사투는 시작됐습니다. 화학조미료가 둥둥 떠다니는 뿌연 물에 고무장갑 낀 손을 팔꿈치까지 담가 하수구를 향해 영혼의 일격을 날리기 시작한 거죠. 삼 십분 간의 사투 끝에 결국, 고놈이 패배를 선언했고 물은 잘 내려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음식을 남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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