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게임을 참 많이 좋아합니다.
체력이 거뜬할 땐 내리 이틀도 하나를 붙잡고 멈추지 않았죠.
온라인 게임에서 랭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생리활동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게임에 투자해 본 적 있었으며, 초창기 웹게임이 성행할 때는 알람을 맞춰두고 삼십 분 단위로 토막잠을 자본 적도 있습니다.
인생을 파괴하는 행위였으며, 교정의 대상이었고, 니코틴중독에 버금가는 고난을 겪은 뒤에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게임 중독을 질병이라 명시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인생이 게임에 달려 있고, 게임 화면을 눈앞에 두고 멍하니 바라만 보는 한 시간은 조금도 아깝지 않으나, 게임 화면 앞에 앉지 못하는 일분일초는 피가 마르는 것처럼 아깝고 짜증이 나며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중독의 증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요.
위의 것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일상에서의 탈출, 현실 도피를 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게임은 접근성이 좋고 그 유해성을 입증하기 어려운만큼 중독 단계를 더 엄격하게 구분해요.
술 마시는 놈은 전부 개라는 인식이 만연했지만, 주류회사는 커지고 또 생겨납니다.
도박 중독자는 사람도 아니라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카Z노가 올라가고 있죠.
마약중독자는 인생을 망치는 길이라 하지만 연간 수십 명, 때로는 백여 명 이상 검거되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국내에서만 해도 말이죠.
게임 중독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여지가 분명 존재합니다.
쾌락에 젖어 스스로를 망치고 타인에게까지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은 제 상식선에 있어선 분명 정신병이 맞습니다.
게임은 성역이 아닙니다.
패키지 게임의 시대에는 여가 활동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 게임의 시대에는 그것이 직장이 되고, 사회가 되고, 생활이 되었으며, 떠날 수 없는 갖가지 이유들이 생겼습니다.
게임회사는 투자금 이상을 뽑아내기 위해, 보다 적은 투자와 보다 많은 수익으로 단기간에 막대한 소득을 뽑아내기 위해 어떻게든 더 자극적으로, 어떻게든 반짝할 때 소비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올린 뒤 폐기하기까지 보다 중독적이고 유해한 아이템을 추구하고 만들어냅니다.
캐치프레이즈 자체가 ‘중독’입니다.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루에 한 번 이상 반드시 접속하게 하기 위해 출석이벤트를 만들고, 보다 많은 시간을 접속하게 하기 위해 레이드 컨텐츠를 만들고, 숙련도 시스템을 만들고,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왔습니다.
국내 게임업계가 정치적 논리로 칼을 맞게 된다는 게 우려되고 걱정되는 생각엔 동의합니다만, 칼을 맞아도 싼 기업은 분명 있습니다.
게임 산업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에 비해 그들이 지는 책임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며, 규제에 관해 우는 소리만 낼 뿐입니다.
보다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이고 치명적인 컨텐츠를 위해서라도 그 컨텐츠의 부작용으로 유발되는 질병에 대한 보호장치는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 접속시간, 취미 등을 억압하는 방향과 뒤로 챙기기 위한 세금 부과 등으로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올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우리나라에선 질병 치료의 명목이었다 할지라도 피해는 게이머가 받고 이득은 윗대가리들이 취할 것이 뻔하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이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인 것이지 게임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게임은 일부에게 충분히 유해하며, 그것은 병적인 수준에 접어들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유도하고 또 창조해냅니다.
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게임회사가 망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와 심의를 예로 드는데, 전 그 의견에 조금도 동의하지 못합니다.
단지 파이가 큰 온라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뿐이죠.
쉽고, 편하고, 직관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들로.
전 지난주에 토탈워 삼국을 구입했고, 아직까지 주중 여섯 시간 이상을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는 여가의 상당시간을 게임에 쓰는 사람입니다.
게임은 개인에게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으며, 게임의 제작 목적은 얼마나 더 치명적일까를 궁리하며 만들어집니다.
이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에 젖어들듯 스며들어 보다 많은 시간과 재화의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생각보다 더 유해할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소주의 달달함을 설파하지만 반대로 알콜중독자가 정신병원에 감금될 사유이기도 한 것처럼.
결국 개인의 자제력에 딸린 문제는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삶을 방해하고, 저해하며, 박탈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보호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이 모든 것이 개인의 문제이기만 하다면, 왜 마약이 단 한번 접했다는 것만으로 범죄자가 되겠습니까.
이야기와 판타지, 게임을 좋아하며 평생을 함께하리라 생각되지만, 게임은 충분히 유해합니다.
덧- 카Z노가 금칙어라 써둔 글이 한 번에 날아갈 뻔했네요.
등록 전 임시저장을 누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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