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요새 트렌드가 가벼운게 대세라는 걸 보고 한 번 써 보는 글. (꼭 문피아 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도 포함)
영화도 만화도 중 평가는 구린데 흥행은 겁나 한 것들 많이 봤지만 장르 소설은 그 정도가 더 심한 듯. 최근 잘 나가는 문피아 작품 (구매수 6000~7000 이상) 중 진짜 평가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느끼는 건 “환생표사”, “전지적 독자 시점” 요 두 개 정도.
물론 저 두 개 외에도 재밌게 보는건 많긴 한데 대부분이 그냥 가볍게 보기 좋아 재밌는 것들이지 설정이 잘 짜였다거나 전개가 매끄럽다는 소리는 차마 못 할 것들이 대부분이네요. 그 중 몇 개는 남이 보기엔 마공서라고 해도 할 말 없는 것들도 있고요.
그게 나쁘다 혹은 과거엔 안 그랬다 이런 의미로 쓰는 건 아닙니다. 가벼운 글도 전 좋아하고 과거에도 여전히 가벼운 글이 대세였다고 보니까요.
장영훈 작가가 2015년에 한 인터뷰에서 캡쳐한건데 왜 계속 작가의 신작에서 예전작들과는 달리 먼치킨 주인공들이 등장하는지 그리고 왜 글이 더 가벼워졌는지 잘 말해주는 것 같네요.
여태까지 쓴 것 중에서 제일 아끼는 작품은요?
모두 다죠. 다 의미가 다르니까요. 어떤 작품은 열심히 써서, 어떤 작품은 돈 많이 벌어줘서, 어떤 작품은 쓰고 싶은 것 써서 좋습니다.
작품들이 먼치킨적인 것 같습니다.
글 쓰면서 분기점 같은 게 있더라구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한때는 잘 쓰인 무협을 써야 하지 않나 고민하던 때도 있고, 많은 걸 줄 수 있는 무협을 써야 하지 않나 하던 시절도 있고. 요즘은 많이 팔 수 있는 무협을 쓰고 싶습니다. 많이 팔 수 있는 무협이 더 어려워요. 잘 쓰는 건 어렵긴 해도 문장을 연습하고 인물을 만들고 등등 명확한 해답이 있는데, 잘 팔리는 건 너무나 기준이 없으니까요. 대중성을 좇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서 누굴 상대하고 있는지 알고 쓰고 싶다는 거죠.
그 분기점에서 어느 날 통장을 열었는데 잔액이 7원 찍혀 있는 거예요. 결혼한 뒤였는데 그때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부터 1번 목표는 잘 팔 수 있는 작품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7원짜리 통장을 보고도 잔소리 한번 안한 아내... 내가 인생에서 제일 사랑하는 게 글인데 그 글이 가족을 괴롭히는 것이 싫었습니다.
먼치킨 아닌 걸로 이만큼 팔려면 훨씬 더 잘 써야 합니다. 독자분들도 지하철로 출퇴근하거나 자기 전에 무협을 읽는 건데, 하루 종일 힘든데 주인공까지 힘든 게 흥행에 도움은 안 되니까요. 물론 변화하려는 욕망은 있지요.
장영훈 작품 절대강호, 절대마신 중 뭐가 더 낫냐고 말하면 대부분 절대강호라고 하겠지만 고구마 전개가 중간중간 깔려있는 절대강호보다 가볍게 보기 편한 절대마신이 판매량은 훨씬 더 위라는 걸 부정못하죠. 결국 작품 완성도가 더 높다고 해도 독자들이 더 사줄 게 아닌데 굳이 더 노력해서 그런 글을 쓸 인센티브가 작가에겐 없는거죠. 문피아 내에서도 매번 칭찬받는 견마지로 작가 님 글 판매량 보면 마공서 제조기 맥치 작가 글보다도 훨씬 낮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다른 마공서 메이커인 소유현 작가도 모 플랫폼에서 엄청 활약하고 있고요. 글 판매로 먹고사는 분들인데 쓰기도 더 힘든데 판매량도 더 적은 완성도 높은 글을 추구하는 것보다 차라리 쓰기도 더 쉽고 판매량이 더 높은 가벼운 글을 쓰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아빠는 너무 강함”같은 건 그 중에서도 좀 심한 케이스라고 보고 (왠만하면 감상란에 까는 글 자제하려고 하는데 이건 그걸 하게 만들었던 작품임) 솔직히 비난받아도 할 말 없는 작품이라고 보지만 계속 이런 페이스로 흘러가도 독자층은 계속 유지할테니 작가가 굳이 글을 바꿀 필요성도 없겠죠.
읽고나면 여운이 남는 글이 그립다고 하는데 방법은 간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되는거죠. 하지만 비슷한 완성도라면 호흡이 긴 작품보다는 매 에피소드마다 가볍게 스피디하게 볼 수 있는걸 대중들이 항상 더 좋아했죠.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막상 엄청 칭찬듣는 글들 보면 정작 구매수는 매우 저조한 게 보입니다. 진짜 리뷰 쓴 사람들 다 사서 읽었나 의심될 정도로요. 예를 들어 견마지로 님 작품 추천글은 엄청 보았는데 막상 요새 판매량 보면 진짜 그 많은 추천인들 어디갔나 의심될 정도로 저조합니다.
호흡이 조금 길어져도 세계관 잘 짜인 글 쓰는 것보다 그냥 먼치킨 주인공 등장해서 독자들 대리만족 시켜주는 것들이 훨씬 더 쓰기 쉽고 무료 베스트에 올라가는 작품들 대부분이 그런거죠. 물론 약빨 빠지고 나면 공기빠진 풍선처럼 구매수 팍팍 줄긴 하지만요.
차라리 처음 10화는 무료 베스트에 안 들어가고 무료 베스트가 한 11화째부터 집계되면 더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극초반 지나면 먼치킨/클리셰 약빨 어느 정도 빠질테니. 초반에 어케든 독자들 여럿 대리만족으로 잘 공략해서 베스트 순위안에 들면 그 후로 스토리 개판쳐도 눈덩이처럼 독자 불어날수도 있는지라..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초반에 승부수 띄우고 그 다음에 막가파 전개되는 작품들 비중이 좀 더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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