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가까이 된 듯 싶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내 발로 병원을 찾아갔죠.
그리고 몇가지 설문지 작성을 마치고 나서 ‘범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왜 이제서야 왔느냐고 조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기에 ‘쪽팔려서요’ 하고 대답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불안해서 병원을 찾아왔다는 이유가 왠지 작아 보이는 느낌도 들고 해서 그렇게 말했죠.
곧바로 입원을 하고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6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고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자 퇴원을 허락하더군요.
이후 일주일, 보름, 한달,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정기 검진을 받다 증세가 다시 악화되면 재차 입원을 하는 식으로 15년을 그분과 얼굴 맞대고 살아왔습니다.
정신과는 숨겨서는 안됩니다.
숨기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죠.
속된 표현으로 마누라와 관계까지도 털어 놓을 수록 치료는 빨라집니다.
살아가는 애기, 자녀들 얘기, 당연히 그분도 가끔은 자신 애기를 했죠.
12월17일 3시30분 정기 진료를 받는 날이죠.
항상 그러하듯 자리에 일어나서 ‘000님 어서오세요.“하고 인사를 합니다.
저 또한 마주 허리를 구부려 예를 갖췄죠.
어떻게 지냈냐고 묻고 한달동안 특별하거나 기억나는 일 얘기 하고, 그렇게 10여분 얘길 나누다 이번부터 약을 조금 낮춰 보겠다고 해서 오케이 했죠.
‘한달 후에 뵙겠습니다’ 돌아서는 나를 향해 다시 일어나 인사합니다.
그리고 며칠전 뉴스를 보는데 앵커가 도중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맞아 숨을 거뒀다는 멘트를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임교수님이다’ 하고 생각 했죠.
왜 갑자기 임교수를 떠올렸는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분일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내게 의사는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고 때로는 권위적인 불편한 대상이었거든요.
그러나 그분은 오히려 내가 불편할 만큼 숫기도 없고 가벼운 농담을 하면 얼굴이 빨개집니다.
아뿔싸, 아는 간호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울먹이며 맞다고 합니다.
1월22일 3시 30분, 우린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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