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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그 분과의 만남.

작성자
Lv.28 버저비터
작성
19.01.04 11:33
조회
507

15년 가까이 된 듯 싶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내 발로 병원을 찾아갔죠.

그리고 몇가지 설문지 작성을 마치고 나서 ‘범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왜 이제서야 왔느냐고 조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기에 ‘쪽팔려서요’ 하고 대답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내 대장부가 불안해서 병원을 찾아왔다는 이유가 왠지 작아 보이는 느낌도 들고 해서 그렇게 말했죠.

곧바로 입원을 하고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6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고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자 퇴원을 허락하더군요.

이후 일주일, 보름, 한달,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정기 검진을 받다 증세가 다시 악화되면 재차 입원을 하는 식으로 15년을 그분과 얼굴 맞대고 살아왔습니다.


정신과는 숨겨서는 안됩니다.

숨기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죠.

속된 표현으로 마누라와 관계까지도 털어 놓을 수록 치료는 빨라집니다.

살아가는 애기, 자녀들 얘기, 당연히 그분도 가끔은 자신 애기를 했죠.



12월17일 3시30분 정기 진료를 받는 날이죠.

항상 그러하듯 자리에 일어나서 ‘000님 어서오세요.“하고 인사를 합니다.

저 또한 마주 허리를 구부려 예를 갖췄죠.

어떻게 지냈냐고 묻고 한달동안 특별하거나 기억나는 일 얘기 하고, 그렇게 10여분 얘길 나누다 이번부터 약을 조금 낮춰 보겠다고 해서 오케이 했죠.

‘한달 후에 뵙겠습니다’ 돌아서는 나를 향해 다시 일어나 인사합니다.

그리고 며칠전 뉴스를 보는데 앵커가 도중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맞아 숨을 거뒀다는 멘트를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임교수님이다’ 하고 생각 했죠.

왜 갑자기 임교수를 떠올렸는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분일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내게 의사는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고 때로는 권위적인 불편한 대상이었거든요.

그러나 그분은 오히려 내가 불편할 만큼 숫기도 없고 가벼운 농담을 하면 얼굴이 빨개집니다.

아뿔싸, 아는 간호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울먹이며 맞다고 합니다.


1월22일 3시 30분, 우린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어떡하죠? 


Comment ' 12

  • 작성자
    Lv.65 마실물
    작성일
    19.01.04 12:56
    No. 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9.01.04 13:05
    No. 2

    좋은사람은 하늘이 시샘해서 얼른 올라와서 쉬라고 일찍 데려간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길...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27 쿤빠
    작성일
    19.01.04 13:31
    No. 3

    안타깝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62 손님온다
    작성일
    19.01.04 15:07
    No. 4

    아,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
    먼산의 불처럼 뉴스로만 접하다가 이런 글을 보니 실감나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15 독특하안
    작성일
    19.01.04 15:33
    No. 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9.01.04 15:34
    No. 6

    가슴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5 dlfrrl
    작성일
    19.01.04 18:04
    No. 7

    아...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5 야웅이
    작성일
    19.01.04 19:58
    No. 8

    아...언론에서 그 위급한 상황에서 간호사 탈출 운운하는 기사 보고 개인적으로 속으로 거의 반신반의 했습니다...우리 의료계 현실이 그렇게 썩...그리고 원래 사후에는 좀 미화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버저비터'님 글 보고 괜시리 울컥하네요...안타까운 일입니다.좋은 주치의를 잃으신 님에게 먼저 위로의 말씀 드리고 이 시대 보기 드문 참된 의사인 고인에게도 새삼 고맙고 미안하고...깊은 애도를 표합니다.저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정말 참된 의사였던 고인에게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또 다른 세상에서 영면에 드시기를....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7 moontray
    작성일
    19.01.04 23:50
    No. 9

    슬프네요. 그리고 무섭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오메르타
    작성일
    19.01.05 14:50
    No. 10

    아아! 충격적인 일이군요.
    제가 듣기로 정신과 환자들은 주치의 바뀌는 것에 무척 민감하다던데, 어떡합니까?
    저 윗분 말씀처럼 의인은 하늘이 오염되기전에 빨리 데려간다는데...
    좋은 주치의 만나 다시 따뜻한 치료 받기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 선생님,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아메노스
    작성일
    19.01.06 00:42
    No. 11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바리왕자
    작성일
    19.01.09 21:26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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