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중에 양이의 실체를 일부분이나마 아는 자들이 있는 것처럼 비쳐집니다.
대원군이 미국을 마치 촌락 정도로 묘사한 다음 장면에서 선비들의 대화에서 보면 그렇죠. 하지만 그들 역시 제대로는 알고 있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그리 태평하게 양이의 침략을 걱정하는 정도로 말하진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신미양요가 벌어지던 시기는 제아무리 눈감고 귀닫고 있다고 해도 영국과 미국 등 막강한 해군력과 화력에 대해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인데, 대원군이 저리 말하는거 보면 분명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일부 실체에 대해 알고 있다해도 제대로는 모르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물론 이 작품내에서는 말이죠. 실제로도 그랬는지는 모르는 일이나 결과적으로 실제 역사에서 미국의 국력에 대해 백분의 일 정도로 인식하고만 있었어도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제가 밀덕은 아니라 정확치는 않은데 상당한 고증이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고, 생각보다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풀어내고 있어 보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대원군을 비롯해 특정 개인의 인식과 말투 등이 다소 과장되었거나 축소되어 작가의 사고가 반영되었을 수 있겠으나 결국 신미양요의 사건 전개 자체는 상당히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이면 정말 세계사적으로 이미 이백여년간의 엄청난 변화가 몰아친 시기인데 아직도 화승총에 불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고, 조선이 그때까지 버틴것만 해도 용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떤 분은 침략한자가 잘못이지 왜 침략당한 것을 무능하게 보느냐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중국을 비롯해서 아시아에 검은 마수가 들이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면 가능합니다만...1차 아편전쟁이 벌어진 이후로도
수십년이 지난 후입니다.
문명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라 무려 19세기 말입니다. 즉, 일부러 눈감고 귀닫지 않는다면 전혀 상상할 수없는...결과적으로 무능함을 드러낸...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을 보호하는 개념..즉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의 무형의 계약, 사회가 형성된 근본과 동떨어진 완벽한 그들만의 리그 였다는 말인데...그렇다 치더라도 정도가 너무나 심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이자 시작지점에 미국이 조선에 수교를 요구해온 그 시점은 이미 미국입장에서도 일본의 경험이 있었던 때입니다. 즉, 무작정 온게 아니라 일본을 굴복시킨 경험을 가진 수십년 겪은 후였다는 말입니다.
먼 나라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 외세가 그렇게 무력하게 굴복했음에도 그렇게 무사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로 이미 당시 조선왕조는 왕조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셈이지 않나...
암튼 우리 역사에서 가장 답답한 시깁니다. 그 어떤 참혹한 시기에도 희망이라는게 존재하고 뭘 하려다가 잘 안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니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다른 왕조가 임진왜란 이후로 들어섰어야 신미양요가 있던 시기에 다른 반응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철지난 주자학이 지배하는 나라인 상태에서 맞이하는 외세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달랐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성리학 자체로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문 또는 사상의 하나 일뿐 중심일 수 없는 시대였으니...
역사의 가정은 없다지만 꼭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안타깝네요. 조선이 아니나 다른 왕조가 다른 사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면 미국의 군사력을 막아내진 못했더라도 다른 대응을 했을텐데 말입니다. 적어도 수교요청을 수락하거나 또는 거절하더라도 저렇게 어처구니 없는 대응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그렇게 함부로 내치지는 않았거나 상대에 대해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고 형편없는 군사로 대응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 시절에 조선이 아닌 다른 왕조가 역량이 부족하여 잘 대응하려다 못한거라면 차라리 나았을 거란 ..그런 생각이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이 드라마 1회만 보고도 잘 만든 느낌이네요. 간만에 드라마 볼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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