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키보드 빠돌이 가디록입니다.
여태껏 살면서 제가 모아본 것이라곤 돈이 아니라 포켓몬 스티커 뿐이었는데, 서른즈음에 그만 키보드에 꽂혀버려서 마구마구 키보드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앱코에서 나온 7만원짜리 무접점을 샀다고 헤벌레 했던 바 있지요...
그리고 오늘 이 못된 욕망을 정리하였습니다. 저는 적축과는 도저히 안 맞아서, 청축과 갈축, 그리고 무접점 요 세 개만 돌려가며 쓰기로 했습니다.
덱 헤슘, 쿨러마스터, 그리고 리얼포스 RGB...
각각 청축, 갈축, 무접점 쪽에 있어선 정점에 위치한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명기 라인들입니다. 총합 70만원이 넘어가는군요. PC를 살 때도 50만원 넘는 걸 사본 적이 없는데...!
남한에 대고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김정은처럼 제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저 세 개를 따로 따로 산 것도 아니고 한 큐에 싸그리 결제해 버리고 나니 이젠 될대로 되라는 헛웃음밖에 안 나오네요. 팍 줄어들었을 통장 잔고따윈 아직 조회도 안 해보고 있습니다. 그저 택배 아저씨가 언제 오실까 하는 마음 뿐...한 번 뿐인 인생,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청춘, 지금 안 지르면 늙어서는 더 못 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_ㅠ...
이제 종류별 끝판왕을 모았다는 생각으로 수집의 열망을 그쳐볼까 합니다.
아, 그리고 제 얘기만 해서 영양가가 없었으니, 혹시 키보드에게 관심 있으신 분들께 제 주관적 생각이 담긴 조언도 하나 남기겠습니다.
어차피 축 자체는 대동소이 합니다. 키보드의 가격대를 결정짓는 건 led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다채로운지, 마감이 얼마나 깔끔한지, 버튼(키캡)의 재질이 무엇이고 AS는 잘 되는지 그 차이입니다. 비싸다고 타건감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싸다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염가로 사도 제 값을 한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단지 취향에 따라, 치는 재미의 청축과 조용하고 부담없는 적축과 무난한 갈축 이 셋 중에서 고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갈축을 추천해 드립니다. 청축이 가장 기계식답긴 하지만 소음과 클릭감을 낮설어 하실 수도 있으니, 초심자 분들이라면 갈축으로 입문해 보시는 게 좋겠다 싶네요.
저는 원래 물건을 살 때 브랜드나 네임밸류는 등한시 하고 실용성을 보는 타입이었습니다만...키보드는 너무나도 멋진 것이기에 그러질 못했습니다. 개처럼 번 돈을 개처럼 쓰면 된장 발립니다. 죽을 것 같네요...
p.s / 무접점 7만원짜리 사지 마세요. 키감에 민감하신 분들이나 손이 가느다란 여성 분들께는 잘 어울리겠지만, 저 같이 타자를 힘 있게 치는 맛으로 쓰는 유저들은 무접점 7만원이 솜 키보드나 다름 없습니다. 애가 너무 유순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안 들어요. 나쁜남자 같은 소리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정정합니다. 앱코 무접점은 키캡에 따라 타건감이 하늘과 땅을 오갑니다. pbt 재질의 키캡으로 갈아끼우니 정말 어지간한 기계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타건감이 좋아지네요. 키보드값에 pbt 재질 키캡 값을 고려하면, 일반 기계식을 상대로도 훌륭한 가성비와 만족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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