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사귀던 애(동갑)가 있었다.
22살에 홀로된 어머니의 외아들...
그때는 그런 조건 별로 안 중요했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책 좋아하고, 조용조용하고 다감한 듯 보였던 애.
막상 사귀어보니 목청크고 성격강한 엄마에 대한 '마더스 컴플렉스' 가 있었다.
치마 입어라, 머리는 생머리가 좋다 등등...
내 성격에 왜 사귀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지만 어쨌거나 맞출려고 많이 노력했다.
데이트 할때 밥먹으러 가면 항상 생기는일.
걔 : 뭐먹을래 ?
나 : 칼국수
걔 : 그래 가자. 난 짜장면 먹고싶은데...
(다음장면) 분식집 100 m 앞
걔 : 진짜 칼국수 먹을래?
나 : 응.
걔 : 그래, 가자.
(다음장면) 분식집앞
걔 : 진짜 칼국수 먹을래 ? 칼국수 맛없어.
(다음장면) 중국집에서 나오는 걔와 나
항상 이런식이었다. 그러면사 항상 내 의사를 존중해 주는 듯이...난 진짜 노력했다.
결정적인 그날의 사건...
걔네 엄마가 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셨는데 군고구마를 사들고 찾아간 나.
갔더니 걔네 엄마랑, 걔랑, 여동생이랑, 여동생 친구가 있었다.
모두들 모여서 군고구마를 먹는데 딴에는 여성스럽게 군다고
'제일 큰 걸 골라 껍질벗겨 어머님 드려야지' 하면서 들다가 떨어뜨렸다.
그랬더니 계가 대뜸 큰소리로 이로는거다.
"야, 너만 입이냐? 제일 큰거만 먹을려구."
쪽 엄청 팔렸다.
글고 헤어졌다.
걔는 지금도 지가 고구마 땜에 짤린 줄 모른다.
술먹고 전화해서 G랄을 떨길래 내 본성을 보여줬다.(험한말, 거친말 기타등등)
그랬더니 전화 안하더구만.
어찌어찌 해서 한 남자를 만났다.
홀어머니에 외아들은 아니지만 X구멍이 찢어지게 아난한 집 막내아들. 개천에서 난 수재.
사귀자 그러길래 밥먹으러 갔다.시험삼아.
아침부터 못먹고 몹시 배고픈 얼굴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선택하게 해 줬다. (첨 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정말 많이 배가 고팠을 텐데도 나온 음식의 첫 술을 나에게 덜어 주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별게 다)
그 뒤로 거듭되는 데이트에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 그남자...
한 번은 나도 따라 해 볼려고 커피숍에서 내가 시킨 레몬 홍차를 먼저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한 입 먹고 눈물을 줄줄 흘리던 남자가 알고 봤더니 신 음식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오렌지 쥬스도 못 먹는 남자한테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남자가 신김치 만 먹는 나 때문에 신김치 매니아가 되었다. 전에는 신김치도 못 먹었드래요.)
오래되서 바랜 점퍼에 항상 같은 바지를 입고 나오는 그 남자와의 데이트가 유쾌했다.
내가 그남자랑 결혼을 결심하게 된 첫 번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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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을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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