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 - 반생명적인 모피광고-
다음은 "함께 사는길"에 실린, 반생명적인 모피광고에 대한 글입니다,,,,
제목 : [2000/12] 말·글/ 나뭇잎만한 이야기 - 깊은 밤, 딸애와 모피코트 이야기를 하다
또다시 올 겨울에 모피코트가 유행한다는 광고가 나돌기 시작했다.
“아빠, 여기 또 모피 광고가 나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신문을 펼쳐놓고 석우에게 물었다.
신문을 살펴보았더니, ‘마지막 기회, 대바겐세일 68∼55%’라는 광고카피에 다리를 꼰 외국여자
가 의자에 앉아 있는 전면광고였다. 한쪽 손으로 턱을 받치고 있지만, 강조된 것은 여자의 다리와 여자가 걸치고 있는 검게 보이지만 밤색빛이 도는 밍크코트였다. 그 아래로는 모피를 걸친 남녀 모델들 28명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석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밍크코트를 위해 순식간에 껍질이 벗겨지는 밍크나 여우 사진들을 환경연합 자료실에서 석우는 비디오로 본 적이 있었다. 섬뜩한 필름이었다. 사람의 얼굴로 무심히 바라보기 참으로 힘든 필름이었다. 석우가 본 필름은 태어나서 도살될 때까지 7년 동안 어두운 농장에서 사육되는 여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여우 한 마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0.5㎥. 야생여우의 활동공간에 비해 25만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여우는 껍질이 벗겨질 때까지 사육되고 있었다.
여우가 먹는 먹이의 7%는 일년 전에 껍질이 벗겨진 다른 모피동물의 사체였다. 여우의 최후에는 전기가 동
원되었다. 가죽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전깃줄을 입과 직장에 넣고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여우는 순식간에 가죽으로 남았다. 가죽이 벗겨진 여우의 하얀 알몸에서는 붉은 실핏줄이 몇 천 갈래 드러나 가느다란 피를 연신 뿜어댔다. 그 알몸을 석우는 잊을 수 없었다.
가스를 이용하거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독살하는 장면도 본 듯했다.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 몇 마리의 야생동물이 필요한지 너 아니?”석우가 딸애에게 물었다.
딸애는 가만히 석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1백마리의 친칠라, 11마리의 푸른여우, 크기에 따라 밍크가 45마리에서 2백마리가 필요하단다. 단 한 벌의 모피코트를 위해서 말야.”“……!”
딸애의 미간도 조금 찌푸려졌다.
“한 해에 3천5백만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간단다. 모피코트를 위해.”“그럼 뭐야? 1초에 거의 한 마리씩 죽어간다는 얘기 아냐!”딸애는 이과생(理科生)이었다.
“그러구보니, 그런 셈이로군.”
석우는 늘 딸애보다 계산이 느렸다.
단지 아름다운 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 해에 그렇게 많은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데에 딸애는 경악하는 것 같았다.
석우는 딸애가 어렸을 때, 지는 해를 넋을 놓고 바라보는 로맨틱한 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는 익살스러운 들소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 뿐인가. 묘기를 방해하는 새에게 물을 뿜음으로써 관중들의 시선을 되돌리려는 돌고래, 심심해하는 앵무새,
사랑하는 짝을 잃고 상심해서 죽은 비비 이야기들을 해준 적이 있었다. 케냐의 새끼 코끼리는 어미 코끼리들이 학살당하던 충격으로 밤새도록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래서 딸애는 동물도 사람들처럼 사랑, 열정, 연민, 질투, 수치감, 희망, 분노, 통증, 이타심, 실망감, 향
수 등의 고등감정이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딸애는 어려서부터 동물이 ‘생각없는 짐승’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모피코트가 그렇게도 좋은 거야?”
“아니. 그건 단지 비싸기 때문에 부자들이 장식용으로 필요할 뿐이야.”“장식용이라니?”
“모피코트를 입을 만한 사람들은 추운 데에서 떨 리가 없잖겠니. 그러니 리무진에서 내려서 오페라극장에 들어갈 때 손에 들거나 어깨에 가볍게 걸치기 위해 필요한 거야. 얼마 전에 뒤늦게 실형이 선고된 고관대작 부인들, 기억나지? 그 여자들이 청문회 증언석에서 뭐라고 한 줄 아니?
국회의원이 옷을 입었냐고 물었더니, ‘아뇨. 입은 적은 없고 손에 걸치고만 있었다’고 답했단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게 모피코트를 입는 법인 줄 모르고, 고개만 갸우뚱했던 거지. 그 여자가 알긴 똑바로 알았던 거야.”“재밌다. 하지만, 우리 남편이 힘이 세고 부자라는 것을 뽐내기 위해 모피코트를 걸치는 그 여자들은 뭐야?”“난 남편 빼고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입니
다, 그런 고백을 돈 들여서 하는 셈이지.”“부자들이 싫고, 사냥꾼들이 싫고, 상인들이 싫다.
아빠!”“보통사람들도 거의 다 부자가 되기를 바란단다. 그게 문제지만.”“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헷갈리잖아, 아빠.”
“이 별에서 인간들보다 더 골치아픈 동물은 없을 거다. 하지만 이 별처럼 아름다운 별도 없단다.”“그건 또 무슨 얘기야?”
“너희들이 살아갈 ‘다른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지.”“이를테면,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그런 셈이지.…그 사람들을 아빤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단다.”모피광고 때문에 시작된 딸애와 석우의 이야기는 나중에 ‘이 별’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나아갔다. 깊은 겨울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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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는 모피코트를 단 한 번도 입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단지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강조하기 위해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는 동물들의 털가죽을 벗길 자격이 있을까요?
이렇게 가다가, 언젠가 정말로 인간들의 가죽을 동물들이 덮으며 자신의 부를
과시할 때가 올 겁니다.
그들의 손으로 할 것이라는 게 아닙니다.
제 예상으로, 뱀가죽 코트를 애완견에게 입혀 주는 사람들은 100년 내로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자신의 애완견에게 입히게 될 것 같군요.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죠.
A : 얘, 이것 봐! 갓난아기의 가죽으로 만든 목도리야. 우리 포치 예쁘지 않니?
B : 피이! 모조품 아니니? 우리 미유 좀 봐. 비싸게 밀수한 흉악살인범의
손등 가죽으로 만든 신발 신고 있잖아.
A : 어머! 그 비싼 걸? 역시 사냥개의 풍채에 딱 맞네. 너무 멋지다, 얘~
…설마 이런 미래가 오지는 않길 바랍니다-_-
C : 후후후! 그걸 가지고 뭐 그러니? 우리 둔저 좀 봐! 요괴소녀 가영이의
머리털로 만든 가발 쓰고 있잖아. 너무 귀여워>0<
D : 어머, C 너도 요괴소녀 정품을 가지고 있었네? 우리 금강이는 요괴소녀
한정판매 손가락뼈로 만든 목걸이 가지고 있지롱!
…아아, 끔찍해.(부르르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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