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의 사나이 - 유령 >
죽림칠현의 하나인 유령(劉伶)의 일화.
유령이 어느 날 갈증이 심하여 부인에게 술을 찾았다. 그러자 부인은 술을 쏟아 부으며 술그릇마저 깨어버리고는 서럽게 울면서 제발 술 좀 끊으라고 간하였다. 허구한 날 술로 날을 보내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그 부인의 심정이야 오죽하였을까.
부인의 읍소에 유령인들 처연하기는 매일반이었겠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인가. 그러나 유령은 부인에게,
"좋소. 끊으라면 끊지. (허나) 내가 능히 스스로 끊기는 어려운 만큼 다만 귀신에게 빌어서 스스로 끊겠다는 것을 맹세하리다. (그런데) 술과 고기를 갖출 수 있을지..."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부인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 유령의 마음이 바뀔세라 재빨리 신전에 고기와 술을 장만해놓고 영에게 맹세를 빌 것을 청하였다.
유령은 자못 진지한 포즈를 취한 뒤에 맹세라고 하는 것이 대강 이러한 것이었다.
"하늘이 유령을 내어 술로써 이름나게 하였으니 한번 마심에 열 말의 술을 마시고 다섯 말의 술에야 깨어났나이다. 아낙의 말은 삼가 들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하고는 문득 술과 고기를 끌어다 놓고 싫건 먹고 마셔 크게 취하였다. 지금도 두주불사를 자랑삼아 객기부리는 남편에게 골머리를 앓는 유령의 부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세설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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