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는 연이 안 되서 못 읽었지만,
(라고 쓰고, 이상하게 손이 안 가서 못 읽었다고 읽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제가 꽤나 애독하던 책이었습니다.
책속 곳곳에 엿보이는 작가의 박학다식함이야 굳이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글 중에 드러나는 주제의식은 우매한 중생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형이상학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제가 이 책을 즐겨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선명한 묘사 때문이죠.
그래요, 움베르토 에코는 정말 작가였습니다.
그냥 지식 많은 교양인이 곁가지로 소설을 쓴 게 아님을
장미의 이름은 그 도입부부터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여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법 접근 방어성?이 큰
에코 본인의 서문과 프롤로그를 넘어서야 하지만,
1시과로 시작하는 본격적인 이야기부터는
마치 중세 수도원을 방문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이제 고인이 된 분에 대한 약간의 과장법은 다들 이해해주실 테니.)
선명하게 그 풍경과 인물들이 보여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글을 그 방대한 지식에 대한 압박감만 벗어난다면,
중세의 수도사가 등장하는 탐정소설, 혹은 스릴러 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고,
중세 수도원에 대한 탐방기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영화로도 나왔지만,
사실 대개의 영화들- 문학작품을 각색한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아니 특히 이 작품은
꼭 소설로 읽어보심이 좋습니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시간 상의 제약이 크니까요.
개인적으로 서너 번 보시기를 권하고 싶은데,
처음 읽으실 때는 설렁설렁 읽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공부하듯이 꼼꼼하게 읽으시려다가는 압박감이 너무 클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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