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라울러(왼쪽).(사진=UFC 공식 홈페이지) |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4,미국)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라울러는 지난 3일(한국 시간) 열린 ‘UFC 195’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도전자 카를로스 콘딧(32,미국)을 판정으로 꺾고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했다.
‘새하얗게 불태웠다’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5라운드 내내 이어진 접전에 팬들과 관계자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라울러가 아닌 콘딧의 손이 올라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공방전이었다.
라울러는 콘딧전 외에 지난 1차 방어전이었던 로리 맥도날드(26,캐나다)와의 경기에서도 유혈이 낭자한 혈전을 벌였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시선을 돌리기 어려울만큼 공격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았다.
터프가이로 통했던 라울러는 2경기를 통해 ‘명경기 제조기’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라울러의 경기는 재미있다’는 공식이 완벽하게 성립됐다.
라울러는 지극히 단순한 파이팅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래플링을 거의 쓰지 않고 타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극단적 스트라이커인데 그마저도 거의 복싱에 의존하는 펀처유형이다. 상대들은 라울러가 어떻게 싸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라울러가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에서 챔피언에 올라 2차 방어전까지 성공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분명 라울러의 공격패턴은 단순하다. 복잡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의 펀치테크닉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이른바 ‘진화하는 펀처’로서 거듭나고 있기에 다양한 유형의 상대들을 맞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라울러는 펀처형 타격가의 성향상 킥에 약점을 보여왔다. 워낙 강펀치를 가지고 있는 데다 맷집까지 좋은 라울러와 정면으로 펀치대결을 벌이고 싶은 선수는 매우 드물다. 그럴 역량이 된다하더라도 킥 공격이 가능하다면 위험한 무리수보다는 전략적으로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맞다.
때문에 대다수 파이터들은 라울러와 맞서게 되면 적극적으로 킥을 섞어줬다. 심지어 펀치 파워라면 남부럽지 않은 멜빈 마누프, 조니 헨드릭스까지 그러했다. 하지만 라울러 역시 제자리에 멈춰있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들에게 대항할 자신만의 펀치패턴도 만들어냈다.
지난 경기에서 라울러는 소문난 킥 마스터 콘딧의 다양한 킥에 효과적으로 맞섰다. 콘딧은 빠른 스탭을 활용해 상대의 주변을 돌며 다양한 킥 공격을 구사한다. 이에 라울러는 최근 들어 더욱 좋아진 인-아웃을 넘나드는 패턴으로 콘딧이 마음 놓고 킥을 차지 못하게 했다.
순간적인 대쉬를 통해 킥 타이밍을 잘라먹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자주 거리가 좁혀지면 상대는 라울러에게 킥을 하기가 부담스럽다. 라울러의 펀치력을 감안했을 때 킥공격보다는 일단 방어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라울러는 킥을 허용하면 자신도 맞바로 킥을 차주는 것은 물론 한발 앞서 먼저 킥을 내기도했다. 같이 킥을 내주며 타이밍을 끊어주고 자신 역시도 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거기에 콘딧의 다채로운 콤비네이션 타이밍을 읽어내는 능력도 일품이었다. 처음에는 콤비네이션을 허용했다가 비슷한 패턴으로 또 나오게 되면 여지없이 빈틈으로 펀치공격을 냈다. 패턴에 적응하는 라울러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승부를 가른 라울러의 5라운드 돌격모드 역시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아무리 라울러가 강펀치를 갖춘 인파이터라고해도 무작정 들어가서는 콘딧을 잡을 수는 없다. 라울러는 중반까지는 앞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공격을 많이 썼다. 스탭이 빠른 콘딧에게 정타를 맞추기 위해서는 좀 더 짧은 각도에서 공격을 내야했던 것이 이유다.
라울러는 5라운드에서 뒷손 비중을 갑자기 높였다. 콘딧 역시 4라운드까지 상당한 체력을 쏟았던 탓에 스탭이 어느 정도 무디어져 있었다. 이러한 패턴의 변화는 콘딧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라울러의 싸움꾼 본능이 돋보인 장면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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