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파엘 도스 안요스(32,브라질) |
도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유명 일본만화 <드래곤볼>에는 초사이어인이라는 존재가 나온다.
전투종족 사이어인은 분명 강하지만 원조 끝판왕 프리더 등 더욱 강력한 악당들과 맞서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이 각성해서 초사이어인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피드, 파워, 내구력 등 모든 능력치가 급격하게 레벨업 되며 어떠한 상대와도 대적이 가능하게 된다.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2,브라질)가 바로 그런 존재다. 기량은 좋지만 “체급을 평정할 만큼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어느 순간 갑자기 놀라울 정도로 강해지며 단숨에 정상을 차지했고 이후 방어전까지 깔끔하게 치러낸 상태다.
정상권으로 치고 들어와 왕좌를 차지하고 지키는 과정에서 벤 헨더슨(32,미국), 앤소니 페티스(29,미국), 도널드 세로니(33,미국) 등 잘나가던 파이터들을 줄줄이 격파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닌 경기 내용마저 압도적이라 팬들과 관계자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안요스는 재작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강해졌다. 2004년 데뷔한 그의 10여년 간의 이미지는 뛰어난 파이터이기는 했으나 중간 중간 패배도 기록하는 등 강한 랭커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2014년 이전까지 그의 전적은 20승 6패였다. MMA커리어도 패배로 시작했으며 UFC 첫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판정 경기가 많았으며 넉아웃률도 높지 않았다.
2012~13년까지 5연승을 기록하며 체급 내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같은 신성대결이었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7,러시아)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한계에 부딪혔다는 혹평도 들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더 이상 패배를 추가하지 않은 채 5연승을 내달리며 이제는 라이트급 역사상 최강의 사나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극찬까지 받고 있다.
초사이어인이 된 후 안요스의 가장 달라진 부분은 타격이다. 각성 전 안요스의 타격 수준은 “경쟁력은 있다” 정도였다. 그러나 헨더슨, 페티스, 세로니 등과 겨뤘던 안요스의 타격은 전문 스트라이커 못지않았다. 스피드와 파워가 크게 올라 여러 고급 테크닉을 쓰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단순히 강한 정도를 떠나 동체급 최고의 타격가로 불렸던 페티스를 압도할 정도였다.
헨더슨은 뛰어난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맞추는데 능하고 무엇보다 수비가 뛰어난 파이터다. 그러나 안요스 앞에서는 철벽 디펜스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헨더슨의 빠른 공격에 그 이상으로 반응하며 맞받아쳤으며 무엇보다 파워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당연히 스탠딩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바디샷과 스트레이트는 물론 앞발, 뒷발로 자유롭게 킥을 날렸다.
최강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던 페티스도 스탠딩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페티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르고 강력한 미들킥이다. 별다른 예비동작 없이 날카롭게 들어가는 미들킥이 있기에 상대 선수들은 페티스와의 거리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페티스를 맞아 안요스가 들고 나온 무기는 다름 아닌 미들킥이었다. 안요스는 거침없이 페티스를 압박하며 더 빠르고 묵직하게 미들킥을 찼다. 상대의 주특기로 상대의 예봉을 꺾은 것이다.
안요스는 킥 싸움은 물론 펀치 대결에서도 앞서며 시종일관 페티스를 압박했다. 페티스가 카운터로 반격하면 기다렸다는 듯 어렵지 않게 피해내며 역카운터를 노렸다. 바디샷과 테이크다운을 콤비네이션으로 썼으며 얼이 빠진 페티스가 거기에 대비하자 태클 대신 안면으로 묵직한 펀치를 휘둘렀다. 페티스 입장에서는 5라운드 내내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헨더슨과 페티스를 제압한 안요스에게 한 단계 아래인 세로니와의 타이틀 방어전은 너무도 손쉬웠다. 미국 백인 영웅이미지를 앞세워 주최 측의 총애를 받던 세로니였으나 안요스는 펀치와 킥으로 압박을 가한 후 폭풍 연타로 1라운드 1분 6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말 많고 겁 없던 카우보이를 거대한 호랑이가 화끈하게 응징한 장면이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