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스(오른쪽)는 다소 억울하게 정상에서 내려온 상태다. ⓒ 게티이미지
‘무법자’ 로비 라울러(34·미국)와 도전자 ‘내츄럴 본 킬러’ 카를로스 콘딧(32·미국)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둘은 지난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95’ 메인이벤트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세기의 명승부를 펼쳤다. 뛰어난 기술과 투지를 앞세워 시종일관 숨 막히는 공방전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짧은 5라운드'를 선사했다.
챔피언 라울러의 아슬아슬한 2-1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 ‘승패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도전자 콘딧의 손이 올라갔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둘은 새해 옥타곤에서 UFC 역사에 남을 승부를 펼쳤고 이날 일전은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라울러는 두 번의 챔피언 방어전을 통해 로리 맥도날드(27·캐나다)와 콘딧이라는 체급내 가장 뜨거운 2명의 사나이를 제압했다. 라울러는 ‘피의 챔피언’이라는 평가답게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 혈전 끝에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현재 UFC 웰터급 최강의 사나이는 라울러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라울러가 가공할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분루를 삼키고 있는 최정상급 파이터가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 챔피언 조니 헨드릭스(33·미국)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번의 분루, 실질적 최강자?
재작년 초까지만 해도 ‘지옥의 체급’ 웰터급을 평정하고 새로이 장기 집권에 들어갈 후보로 단연 헨드릭스가 꼽혔다.
헨드릭스는 무시무시한 하드펀처이자 강력한 레슬러다. 스탠딩에서의 화력 대결로 스트라이커를 때려눕히고 레슬링으로 그래플러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한 전천후 괴물이다. 듬직한 체격에 걸맞은 강한 힘을 지녔고, 동 체급 최고의 돌주먹을 소유한 라울러의 카운터성 펀치를 정타로 여러 차례 허용하고도 버텼을 정도로 놀라운 맷집을 자랑한다.
헨드릭스가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무시무시한 펀치력이다.
한때 정상권을 노리던 강자들인 존 피치와 마틴 캠프만을 해머 펀치로 때려눕히며 돌풍을 일으켰다. 워낙 펀치가 세 예비동작 없이 순간적으로 휘두르는 펀치에도 맷집 좋은 파이터들이 나가떨어졌다. 성큼성큼 압박하다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날아들어 피해내기 매우 어렵다.
단순히 파워만 뛰어난 것이 아닌 짧은 움직임 속에서 속임수 동작까지 섞어 쓰고 맷집까지 무시무시해 타이밍을 잡아 카운터로 응수하기 매우 부담스럽다. 펀치의 빈틈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거니와 같이 때린다 해도 훨씬 큰 충격을 받는 쪽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펀치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새 달라붙어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번쩍 들어 슬램식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헨드릭스는 다소 억울하게 정상에서 내려온 상태다. 파이터 인생에서 첫 패를 당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0번의 경기를 치렀다. 그 기간 전적은 8승 2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10전 전승이 될 수도 있었다. 헨드릭스가 당한 2패는 모두 편파 판정 얘기로 시끄러웠던 경기들이다. 더욱이 그 2패는 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 당한 것이라 아픔이 더 크다.
헨드릭스는 전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와 현 챔피언 라울러와의 2차전에서 스플릿 판정패를 당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만 놓고 봤을 때 헨드릭스의 승리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판정단은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판정결과를 놓고 심한 논쟁이 일어났고 지금까지도 상당수는 “두 경기 모두 헨드릭스가 이긴 승부였다”고 말하고 있다.
본인 입장에서 매우 억울할 수도 있는 판정패를 2년 사이 두 번이나 당했다. 그것도 타이틀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정상 복귀 최대의 적은 '체중감량'
헨드릭스의 소극적인 플레이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한때 화끈한 파이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타이틀 매치 등을 치르면서 극도로 소심해졌다. 리드를 잡으면 막판에는 노골적으로 지키기에 들어갔다.
그런 운영이 판정단에게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피치를 더욱 끓어 올리며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라울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헨드릭스는 2012년 이후 치른 5경기를 모두 판정으로 이끌었다.
헨드릭스가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해 화끈함이 떨어진 데에는 체중 감량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헨드릭스는 정상 다툼에서 살짝 밀려난 상태다. 여전히 체급내 누구와도 겨뤄볼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감량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헨드릭스가 다시 정상에 서는데 최대 난제는 ‘체중과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경기 자체를 떠나 체중 감량 부분에서 워낙 고전해 실제로 경기에 나서도 체력이나 컨디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라운드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은 어려워진다.
최근의 헨드릭스는 감량에 있어서 예전보다도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타이론 우들리(34·미국)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에는 대회를 이틀 앞두고 체중을 감량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신장 결석이 생겼고 장이 막혀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경기는 무산됐다. 화가 난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웰터급에서 싸우는 그를 보고 싶지 않다"며 "미들급에서 뛰는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말까지 뱉어냈다. 물론 당사자 헨드릭스는 미들급으로의 체급 전향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의 체격은 웰터급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미들급으로 가게 되면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헨드릭스는 다음달 7일(한국시각) 'UFC 196'에서 가라데 파이터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2·미국)과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10위권에 진입한 다크호스다.
헨드릭스 입장에서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무사히 경기를 치러내 웰터급에서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도 감량 등 다른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동 체급에서의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 헨드릭스가 다시금 웰터급 판도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둘은 지난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195’ 메인이벤트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세기의 명승부를 펼쳤다. 뛰어난 기술과 투지를 앞세워 시종일관 숨 막히는 공방전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짧은 5라운드'를 선사했다.
챔피언 라울러의 아슬아슬한 2-1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 ‘승패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도전자 콘딧의 손이 올라갔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둘은 새해 옥타곤에서 UFC 역사에 남을 승부를 펼쳤고 이날 일전은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라울러는 두 번의 챔피언 방어전을 통해 로리 맥도날드(27·캐나다)와 콘딧이라는 체급내 가장 뜨거운 2명의 사나이를 제압했다. 라울러는 ‘피의 챔피언’이라는 평가답게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 혈전 끝에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어내며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현재 UFC 웰터급 최강의 사나이는 라울러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라울러가 가공할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분루를 삼키고 있는 최정상급 파이터가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 챔피언 조니 헨드릭스(33·미국)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번의 분루, 실질적 최강자?
재작년 초까지만 해도 ‘지옥의 체급’ 웰터급을 평정하고 새로이 장기 집권에 들어갈 후보로 단연 헨드릭스가 꼽혔다.
헨드릭스는 무시무시한 하드펀처이자 강력한 레슬러다. 스탠딩에서의 화력 대결로 스트라이커를 때려눕히고 레슬링으로 그래플러를 압박하는 것이 가능한 전천후 괴물이다. 듬직한 체격에 걸맞은 강한 힘을 지녔고, 동 체급 최고의 돌주먹을 소유한 라울러의 카운터성 펀치를 정타로 여러 차례 허용하고도 버텼을 정도로 놀라운 맷집을 자랑한다.
헨드릭스가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무시무시한 펀치력이다.
한때 정상권을 노리던 강자들인 존 피치와 마틴 캠프만을 해머 펀치로 때려눕히며 돌풍을 일으켰다. 워낙 펀치가 세 예비동작 없이 순간적으로 휘두르는 펀치에도 맷집 좋은 파이터들이 나가떨어졌다. 성큼성큼 압박하다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날아들어 피해내기 매우 어렵다.
단순히 파워만 뛰어난 것이 아닌 짧은 움직임 속에서 속임수 동작까지 섞어 쓰고 맷집까지 무시무시해 타이밍을 잡아 카운터로 응수하기 매우 부담스럽다. 펀치의 빈틈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거니와 같이 때린다 해도 훨씬 큰 충격을 받는 쪽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펀치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면 어느새 달라붙어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번쩍 들어 슬램식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기도 한다.
헨드릭스는 다소 억울하게 정상에서 내려온 상태다. 파이터 인생에서 첫 패를 당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0번의 경기를 치렀다. 그 기간 전적은 8승 2패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10전 전승이 될 수도 있었다. 헨드릭스가 당한 2패는 모두 편파 판정 얘기로 시끄러웠던 경기들이다. 더욱이 그 2패는 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 당한 것이라 아픔이 더 크다.
헨드릭스는 전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와 현 챔피언 라울러와의 2차전에서 스플릿 판정패를 당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만 놓고 봤을 때 헨드릭스의 승리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판정단은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판정결과를 놓고 심한 논쟁이 일어났고 지금까지도 상당수는 “두 경기 모두 헨드릭스가 이긴 승부였다”고 말하고 있다.
본인 입장에서 매우 억울할 수도 있는 판정패를 2년 사이 두 번이나 당했다. 그것도 타이틀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신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정상 복귀 최대의 적은 '체중감량'
헨드릭스의 소극적인 플레이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한때 화끈한 파이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타이틀 매치 등을 치르면서 극도로 소심해졌다. 리드를 잡으면 막판에는 노골적으로 지키기에 들어갔다.
그런 운영이 판정단에게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피치를 더욱 끓어 올리며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라울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헨드릭스는 2012년 이후 치른 5경기를 모두 판정으로 이끌었다.
헨드릭스가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해 화끈함이 떨어진 데에는 체중 감량이라는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헨드릭스는 정상 다툼에서 살짝 밀려난 상태다. 여전히 체급내 누구와도 겨뤄볼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감량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헨드릭스가 다시 정상에 서는데 최대 난제는 ‘체중과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경기 자체를 떠나 체중 감량 부분에서 워낙 고전해 실제로 경기에 나서도 체력이나 컨디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라운드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은 어려워진다.
최근의 헨드릭스는 감량에 있어서 예전보다도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타이론 우들리(34·미국)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에는 대회를 이틀 앞두고 체중을 감량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신장 결석이 생겼고 장이 막혀 응급실로 이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경기는 무산됐다. 화가 난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웰터급에서 싸우는 그를 보고 싶지 않다"며 "미들급에서 뛰는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말까지 뱉어냈다. 물론 당사자 헨드릭스는 미들급으로의 체급 전향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의 체격은 웰터급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미들급으로 가게 되면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헨드릭스는 다음달 7일(한국시각) 'UFC 196'에서 가라데 파이터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2·미국)과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10위권에 진입한 다크호스다.
헨드릭스 입장에서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무사히 경기를 치러내 웰터급에서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도 감량 등 다른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동 체급에서의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 헨드릭스가 다시금 웰터급 판도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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