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용대운
작품명 : 군림천하
출판사 :
※사실 제 이야기가 두서없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샛길로 빠지시기에, 부득불 수정을 합니다.(아, 그리고 짧은 어투는 이해해주시길. 존댓말 꼬박꼬박 붙여가며 쓰자니, 뭔가 좀 답답했습니다. 애시당초 답답함을 밝혀, 함께 풀고자 하는 이야기인데, 쓰면서 더 답답해지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웃긴 일이 아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군림천하를 추천합니다.”
덕분에 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군림천하의 책장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 없이 탐독해 나갔다.
우리는 흔히 정正, 반反, 합合을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 그리고 둘이 함께하는 혼돈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세상 뿐 아니라, 글에서도 그렇다.
실제로 군림천하는 정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끄러운 문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몇 가지 복선과 개성 있는 군상으로 상당한 흡입력을 지닌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반反의 입장이다. 사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그 글의 맥점, 즉 부족하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언사마저 날카롭기 그지없으니, 가히 촌철살인이라(...) 그래도 이번에는 모두들 진정하고 봐주시기 바란다. 정말 부탁드린다.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차분히 봐주시기 바란다.
<너희가 정의일 수는 있으나, 전부일 수는 없다.>
우선 이 한 마디로 시작하기로 하자. 더 보기 싫다면, 그냥 스크롤 내려도 좋다. 사실 이게 이 ‘독후감’의 요지이니까, 이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러니 더 감정 상할 것 같으면, 볼 것 없이 스크롤을 내려주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다만 여기까지 보고 스크롤 내린 분은 댓글 달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것만 보고 나의 모든 생각을 정의내려, 자신과 맞다 아니다를 갈라 댓글을 다는 것은, 늦은 시간에 그래도 의견 내보겠다고 타닥거린 본인에게 참으로 슬픈 일 아니겠는가. 본인은 어디까지나 여러분과 독자 대 독자로 각자의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 고로 먼저 나의 생각을 한 번쯤은 정독해주길 바란다는 사실. 댓글을 달아 본인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가볍게 시작해보자.
첫째로 신공절학에 연연하는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배경이 되는 구대문파의 수위를 차지했던 명문 종남파. 그러한 종남의 몰락은 희대의 내공심법인 ‘육합귀진신공’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데, 내가 눈쌀을 찌푸린 장면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순수한 ‘내공심법’이다. 종남오선이 사라지고, 육합귀진신공의 가장 중요한 구결이 사라졌다고, 종남의 근간을 이루는 내공심법이 송두리째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공은 분명 개인의 무력武力를 판가름하는 좋은 잣대일지는 모르나, 이것이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기에 용대운님과 조금 생각을 달리하는 바다.
-중략(오해의 소지가 많아 생략)-
좋은 무공이란, 좋은 교재와 같다. 한마디로 배우는 이가 쉽게 이해하고 조금 더 높은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잘 정리된, 그 하나로도 충분한 문제집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급의 무공으로 대표되는 삼재기공 등이 쓰레기인 것일까? 아니다. 아무리 나쁜 문제집이라도 그것이 적성에 맞는 이는 분명 있다. 그리고 적성에만 맞는다면, 나쁜 문제집으로 공부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 나온다. 무공이라고 다를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어디까지나 내공심법의 입장에서이다. 동작을 다루는 무술武術적 측면에서 보자면, 나쁜 교재는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공심법은 올바른 깨달음만 본인이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키울 수 있는거라 생각하기에, 교재가 나빠도 적성에 맞고 오성이 뛰어나다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기에 영약을 먹어서 내공을 키우면 뭐하는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정제하는 데만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자체로 아무런 조치 없이 약물도 아닌 날生 것을 복용하다니(만년삼정). 이건 죽자고 하는 짓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물론 환단으로 제조하면, 약효를 제어하고자 첨가한 다른 약재들이 오히려 이물질이 되어 약효의 흡수를 방해, 그 효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지만 적어도 인간이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영물, 혹은 영단은 그것을 먹고 버틸 수 있는 자만이 복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공청석유 등을 일반인이 한 모금만 마셔도 불로장생한다.’, 라는 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가? 불로장생하기도 전에 약기운을 못 견뎌 죽을거라고.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이다. 그냥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그저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는 이야기니까.
두번째로 내가 아쉽게 생각한 것은 ‘종남파’ 자체다.
어째서 종남일까? 분명 무림에는 수많은 문파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구대문파의 수좌에 앉았다가 몰락한 종남이 그 배경일까. 그것이 나를 한동안 괴롭혔다.
물론 내용 진행을 보건데 ‘무림의 냉혹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군림천하’의 뜻을 굳히게 되는 일종의 복선의 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못내 너무 아쉬웠다. 만약 이것이 애초에 구대문파가 아닌, 그저 그런 이삼류의 문파였었다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 되고, 더욱 공감되지 않았을까. ▶과거의 영광을 못 잊어 아둥바둥 창창한 젊은 제자들 희생시키는 것 같아 입맛이 썼다. 자기야 좋아서 한다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참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 아닌가.(뭐, 이야기 흐름상 당연히 튼튼한 독으로 수리될 테지만.) 하긴 문파의 영광, 혹은 개인의 영달을 바라며, 검을 들고 천하를 오시하려는 자들의 이야기도 좀 그렇다. 그냥 본인의 변덕이라고 봐주면 감사하겠다. 애교인거다, 음.
분명 어느 정도 사나이 가슴 울리는 맛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는 과거의 영광된 망령을 잊지 못해, 그 권세를 다시 이룩하고자 발버둥치는 추악한 모습―있던 자가 없게 되면 더 서럽고 분통 터진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200년이나 되었으면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충분히 재지 넘치고 영민한 청년들의 인생을, 이런 ‘쓰잘데기 없는’(사실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쓰잘데기 없는 것이지만. 개개인의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이것은 중요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본인의 시점이다.) 권력욕에 희생시키는 것만 같아 한편으로 입맛이 썼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정도 재능의 청춘들의 목표가 오로지 ‘군림천하’ 하나에 메여서 낭비된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지 않은가. 차라리 이 재능을 각기 장점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발휘했었더라면,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을텐데. ▶개인적으로 종남의 문하들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그것이 비록 캐릭터임에도), 이런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군림천하’와 ‘군림천하기’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정말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의도 자체가, 글의 목표 자체가 이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딴지는 자칫 절대적인 반대로 비춰져, 의미없는 논쟁의 발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한 의미 자체에 대한 회의감은 반드시 언급하고 싶었기에, 부득불 쓰고자 한다.
군림천하의 초반부에, 군림천하의 의미와 군림천하기의 시발점에 대한 설명이 언급된다. 그러나 그곳 어디에도 ‘구대문파’만이 있을 뿐. 사도와 마도, 그리고 중립을 걷는, 또한 수많은 이삼류문파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마디로 ‘있는 자들의 잔치’로만 보였다고 할까.―물론 마도에는 신목령이란 무소불위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물이 있다지만, ‘군림천하’의 의미는 그리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의문의 제기는 이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깊이 들어갔다가는, 어떤 사단이 날지 모르므로.
다만 다시 한 번 묻건데, “과연 진정한 군림천하가, 구대문파만의 인정으로 가능한 것인가?” ▶한백림님이 ‘무당마검’을 통해 이야기 하였다. ‘무언가를 바라고 행하는 것은 협俠이 아니다.’라고. 정正에서 시작한 군림천하. 애당초 ‘군림천하’라는 바라는 바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언제까지 ‘협俠’이란 소재를 담고 나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궁금한 부분이다. 군림천하를 이뤄감에 있어, 어디까지 정도正道의 입장으로서 협의지로를 걸을 것인가. 랄까. 사실 나는 군림천하라는 제목과, 군림천하가 구대문파에 대한 무력시위를 통한 ‘인정’을 통해 이뤄짐을 보고 마도천하를 외치는 ‘패도覇道’의 패왕들이 생각나고 말았던 것이다.―초반의 운문세가와의 우연한 엮임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천봉궁의 여인을 도와준 것은 매우 흡족하지만, 이것이야 애시당초 군림천하의 의지와는 무관하였으니(그저 길가다가 돌맹이에 발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 <천하를 향한 행보 중의 협객행>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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