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지 R, R. 마틴
작품명 :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왕좌의 게임
출판사 : 은행나무
1부의 마지막장을 닫는 순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왜 1부 밖에 주문을 하지 않았을까.'
최근 몇 년간 읽은 책들이 수백권에 달한다. 유키, 토마스, 발틴, 에멀린, 헤일, 등등등, 서고(?)라고 하기엔 그렇고 책장에 꽂힌 책들이 벽의 전면을 차지하고 그에 끼지 못한 책들이 박스에 담겨 책상 아래에 놓였는데,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밤을 새워 읽게 만든 책은 위의 '얼음과 불의 노래'였다.
중간 중간 '읽기 싫다.', 단순하게 '짜증난다.', '저 자식을 왜 살려둘까?', '어라? 왜 죽였지?' 등등의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왕좌를 놓고 벌어지는 암투, '이 자식이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은 번번히 빗나갔다. 결국 그 결과를 접했을 때야, 앞부분의 대화가 왜 그래야 했는지를 알 수 있었으니 '조지'라는 사람의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난 아직도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어떤 사람이 주인공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집중할 때면, 그는 싸늘한 시신이 되거나, 머리가 잘려버렸다. 허탈했지만, 그것은 허탈이 아니었다. 그것은 허탈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감탄이었다.
난 이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주인공을 찾고 싶다. 아니 꼭 찾아야겠다. 아마 다음주 초에 책이 오면 난 또 밤을 세울지 모른다. 하루를 일해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나이지만, 그 하루를 버린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이 책이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도 있다. 단점이란, 지나치게 등장인물들의 복색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화려함과 영상미를 풍기기위해 그랬을 수도 있지만, 과장되게 말해 책의 1/4이 옷과 장식에 대한 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생각했다. 그것이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지만, 눈이 아프다. -_-; (사실 나 같이 귀차니즘의 노예가 된 사람에게 그런 상상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 머릿속에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같이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일일이 읽으며 상상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나도 창작에 대한 열의(?)가 있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없었다. 판타지를 중세의 배경으로 쓰고 싶다면 반드시, 아니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두 번째, 아쉬웠던 점은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뚜렷한 주인공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집중하고 있는 뒤통수를 가차 없이 내리쳐 버린다. 가끔 눈이 쏙 빠져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눈을 비빌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눈이 튀어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내 눈이 자리를 잘 잡고 있음에 감사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을 때 '이 사람이 주인공이야'라고 생각하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의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지면, '조지'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너무 공평하다는 것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자에게는 난장이라는 신체적인 단점을 주었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인물에게는 부덕을 주었으며, 이야기를 풀어주며 독자의 호감을 받을 만한 사람을 가차없이 추방시켜버렸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이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입체적으로 꾸며 놓았다. 이것이 장정이면서도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기 책에서는 어디에 집중을 하고 어떤 캐릭터에서 몰입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뒤통수를 때리나까. 그게 묘미일 수도 있지만, 그 캐릭터가 죽거나 불구가 되면 허탈해지거나, 아니면 책을 놓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책을 놓지 말고 끝까지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모른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_-;
세 번째,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된다. 아무래도 이것은 내 머리가 나빳기에 나온 단점일 것 같다. 수많은 가문과 문장과 상징들, 정말이지 기억력이 떨어지는 나로서는 모두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뭐 전부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가끔씩 툭 튀어나오는 녀석이 '어느 편이지?' 하는 생각에 앞을 뒤적거리던 일도 있었으니....
네 번째, 정말 짜증나는 것은 양장본만 출판이 된다는 것이고, 일반 책은 품절이라는 것이다. 젠장-_-; 그런데 그 양장본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18500원-_-; 두 권이면? 네 권이면? 여섯 권이면?
심각한 출혈이다. 쿨럭;
왜? 양장본만 판매를 할까? 썩을, 우라질, 니미럴, 정말 뭐 만한 딱따구리라는 욕지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사야 한다. 재미있으니까 ㅠㅠ
각설하고, '얼음과 불의 노래'는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임은 명백하다. 위의 단점은 내 스스로가 내리는 단점이었다. 극찬? 극찬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 곁에도 위의 책과 비슷하거나, 뛰어난 작품들이 있을 테니까. 아직 내가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오늘 밤 다시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러면 내가 발견하지 못한 단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코 깍아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책을 손에서 놓기 위해서이다. 웃기지만, 살까, 말까를 무척이나 망설이게 했던 책 중에 하나였다. -_-;
이미 읽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읽지 않았다면 한번은 읽어봐도 괜찮을, 아니 잃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결코 책은 잡은 손이 허탈하거나, 지불한 금액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다.
나도 이렇게 멋진 세계관, 등장인물, 배경, 자연, 신화를 창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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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생각을 옮기느라 반말로 썼습니다. 아무래도 그것이 개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비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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