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홍정훈
작품명 : 월야환담 창월야(전 10권)
출판사 : 파피루스
*편의상 작가에 대한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비ː평(批評) 사물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따위를 평가함.
*비방(誹謗) 남을 나쁘게 말함. 남을 헐뜯고 욕함.
그럼 '까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ㅂ')~
월야환담 시리즈는 국내 상당히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휘긴’ 홍정훈의 어반 판타지물입니다. 시리즈의 시작인 <월야환담 채월야>는 흡혈귀에게 가족을 잃고 되갚음에 나서는 한 청년(한세건)의 복수물이죠.
<월야환담 창월야>는 라이칸스로프의 피를 타고난 늑대인간 서린이 그럭저럭 고교생활을 하다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간상 채월야의 뒷이야기입니다. 비록 주인공은 다르지만 전작 채월야의 주인공이었던 한세건도, 여러 주요인물도 그대로 등장하므로 채월야와 창월야는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창월야에 대해 가장 쉽게 평가를 내리자면, 채월야와 비교하는 것이 편하겠습니다.
서로 다른 두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점을 부당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월야환담 시리즈는 작품 간의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만큼, 채/창월야 상호간의 비교는 가장 강력한 비교대상을 설정함으로서 꽤 합리적인 비평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비단 창월야뿐만 아니라 채월야에 대해서도 약간~ 많이~ 부실한 면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
시작해 볼까요.
전작이었던 <채월야>는 어떻게 보면 아주 전형적인 복수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잃게 된 고교생이, 무서운 집념과 증오로 적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죠.
그러나 채월야가 복수물 코드를 주축으로 했음에도 그닥 진부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은, 다양한 소재의 활용이라는 강점의 영향이 클 겁니다.
홍정훈은 폭넓은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습니다. 채월야의 나타난 총기, 마약, 마법의 활용을 보면 작가가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이 그리 깊지는 못해도 ‘오버(over)'없이 배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사이키델릭 문‘이라는 마약입니다. 사이키델릭 문은 흡혈귀 사냥꾼들이 복용하는 마약으로, 인체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마약을 복용했을 시 생기는 특이한 현상이 있는데 ’달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월야환담의 이미지인 ’미친 달의 세계‘는 여기서 나타납니다. 또한, 작품의 제목인 ’채월야‘도 이것을 의미합니다.
채월야가 가지는 최대 매력은 무대를 우리의 도시-이를테면 서울-등으로 설정함으로서 오히려 현실과의 이질성을 노린 거예요. 이러한 현실과의 괴리감, 일탈감이야말로 판타지가 여타 장르와 비교해 가지는 강점인 것이죠. 거리를 가득 메우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흡혈귀가 있다- 호러(horror)적 소재를 한껏 살린 설정이죠. 이것만으로도 흥미를 끌어오기는 충분한 요소가 되는 겁니다.
또한 채월야는 라이트 노블(light novel)적인 면까지 갖춰 십대에서 이십대 사이를 공략합니다. ‘진마’의 설정은- 각자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는 물론이고, 마치 보스집단 같은 면은 대중적인 히로익 판타지의 코드를 따릅니다. 특히 미청년, 미녀, 미소년, 미소녀 코드는 저연령대에게 크게 어필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인간의 순수성’에 대한 치열한 고뇌, 광기로 치닫는 증오로 온 몸을 내던져 흡혈귀를 학살하는 모습은 참 ‘간지나는’ 것일 겁니다.(개인적으로는 “등신아. 난 인간이었을 때도 울어본 적이 없어” 장면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낄낄)
이제 창월야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결코 창월야에 대해 칭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창월야는 실망스런 부분 투성이입니다.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전작과는 달리, 창월야는 굉장히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대한민국을 벗어나 러시아가 무대죠. 새로운 세계가 무대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 무대설정이 아무런 득이 안 됩니다. 독자들이 가보지 못한 생소한 무대- 러시아의 설정까지는 좋았는데, 무대가 바뀌었으면 그러한 새로운 신세계의 새로움이 와닿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게 없죠. 묘사능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창월야의 무대로 기억나는 건 역, 공항, 도시. 물론 장소는 자주 바뀌죠. 그런데 시종일관 ‘크다’ ‘높다’ 만 반복할 뿐 빙글빙글 바뀌는 배경은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스케일만 커졌을 뿐, 오히려 무대가 작품의 퀄리티를 해치고 있어요.
캐릭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주인공 ‘서린’. 늑대인간이죠. 적어도 저번 주인공인 한세건보다는 강력한 캐릭터입니다. 미소년에, 고등학생에, 늑대인간! 아주 화려한 스펙이죠? 그런데 매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스스로 ‘밝은 분위기로 나가겠다’ 했지만 홍정훈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 표현에 능력이 크게 부족합니다. ‘휘긴’ 이미지조차 시니컬, 광기로 대표되는 작가죠. 작가의 여타 작품들을 살펴봐도 ‘밝고 훈훈한’ 어필은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서린은 ‘밝은’ 캐릭터입니다. 잘 될 리 없죠. 그러다보니 비중도 점점 약해지고, 종내에는 등장하는 장면만 많지 어필하는 정도는 극미한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 인물은 늑대인간에다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입장이면서도 천하태평이죠. 한세건처럼 자기 정체성과 순수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없습니다. 하는 것 없이 끌려다니며 둥글둥글 살아가는 이 주인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 맥빠지게 만듭니다.
한세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던 강렬한 증오와 치열한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강력한 능력만을 앞세운 돌격형 캐릭터로 추락해 버렸습니다.
그들의 농담따먹기.
‘아이 엠 챠밍 보이~’ ‘나에게 반하지 마라~’
........
...............
.......................으아아아아아아악!
세건과 서린의 농담따먹기는 저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어요. 이건 비단 세건과 서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여라 3류개그 합창회는 안드로메다 저편입니다.
능력은 되지 않는데 억지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니 대실패한 겁니다. 캐릭터들의 만담회(혹은 토크쇼)를 보고 싶지는 않단 말입니다. 재미도 없고요.
여타 캐릭터들, 이제 라이칸스로프가 추가되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되었습니다. 너무 강력한 녀석들이 많기 때문에 밸런스 조절이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홍정훈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고 작가들 중에서는 본좌급이라는 전투신. 저는 평소에도 그 평에 별 동의하지 않았지만 창월야의 전투신은 도무지 실망스러웠습니다.
캐릭터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탓인지, 마법과 주술, 육탄공격이 펑펑 난무하는 장면만 가득한 전투신은 페이지를 그냥 휙휙 넘겨버리게 만들어 버렸죠. 꽝꽝 깨지고 부서지기만 할 뿐 너무 전환이 빠르고 끊고 맺는 부분도 적절한 시점을 찾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비단 창월야뿐만 아니라 홍정훈의 전 작품에 공통되는 제 의견이지만, 홍정훈의 문체는 너무 단정적이고 고압적입니다. ‘저러하니 이러하다!’ 식의 문장이 많죠.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게다가 쓰는 소재, 소품 면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이건 완전히 자기 지식 드러내기 문장 아닌가?” 싶은 문장이 곳곳 눈에 띄었습니다.
인포덤프(Infodump). 작가가 작품의 이해에 필요한 정보를 독자에게 거침없이 풀어놓는 행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정도가 심하면 읽기 괴로울 정도의 지루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키죠. 장르 특성상 인포덤프는 어쩌면 필연적이겠지만 창월야는 조금 지나쳐요.
훌륭한 작가라면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인포덤프의 양을 가능한 한 적게, 은근히 끼워넣어 스스로 추론을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설명하게 되면 이게 소설인지 매뉴얼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이렇다 보니 힘들게 짜놓은 플롯도 힘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가는 신비한 이야기가 아니라 온통 총탄과 마법과 피로 범벅된 엉망진창 모자이크가 되어버렸죠.
창월야가 가장 나쁜 점은 전작에서의 장점 대부분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지만, 채월야와 비교하지 말고 창월야만을 따로 평가해도 저 위의 단점은 상당 부분 적용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논란도 많은 부분인데 창월야가 ‘동인삘’이 난다는 평입니다. 개중 신랄하게 비판하는 분들은 ‘창월야는 동인녀 서비스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평까지 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창월야가 채월야에 비해 그런 논란을 남길 소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딱히 욕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미륵관심법을 못 쓰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확실히 꼬집어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상당수의 독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겁니다.
저는 딱히 홍정훈의 ‘빠’도 아니고 ‘까’도 아닙니다. 채월야는 좋아하는 작품이죠. 하지만 창월야는 ‘후속작’으로서의 기대감을 완전히 박살냈습니다. 오탈자는 둘째치고서라도 정말 읽기 고역이었죠. 이토록 재미가 없다니.
책을 산 입장에선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입맛이 씁쓸해요.
이상 월야환담 창월야에 대한 엉망진창 ‘까기’였습니다. 오르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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