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체역사물이라는 소설들을 정말 싫어합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이 뒷받침 되어야
그 글은 생명을 얻고 독자가 몰입할 수 있게 되는데
대체역사 소설들을 읽고 있으면 불쾌합니다.
마치 ... 사춘기 소년의 마스터베이션 같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판타지/무협 같은 장르 문학에선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힘, 다른 세계들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선사하는게 주목적이지만
대체역사물은 그것보다도 훨씬 천박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가진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그 열등감을 노리고 쓰여지는게 대체역사물이라는 이름부터도
웃긴 글이긴 한데 ...
갠적으로 역사 가지고 장난치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더 싫은 것 같네요.
사족이 길었고 ... 추천하려는 열왕기는 좀 다릅니다.
이건 대체역사물이라기 보다는 그냥 대하소설에 좀 더 가깝네요.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빈곤한 상상력을 메우기 위해
전생기억, 시간이동, 고대문명 등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들로 대한제국, 쥬신제국, 환국, 신 고조선 같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웃기는 나라들을 만들어내고
그 나라들이 왜와 중국을 쳐부수고 나아가 서양까지 털어버리는
기막힌 자위질을 보여줬다면
무대선님의 열왕기는 기본 뼈대는 철저하게 실제 역사에
기초하되 각 인물들의 사건 관계와 당시 국제 정서를 고려하여
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열왕기라는 제목처럼 이 글에는 동북아시아의 군주들의
파워게임이 시작될듯 한데요.
배경은 임진왜란이 끝난 조선
왜란으로 온갖 수모는 다 겪은 조선의 왕 선조의
수명이 얼마 안남았고 ... 선조는 난리통에 책정한 세자
광해군 대신에 어린 중전에게서 본 세손에게 세자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조정 대신들은 친 광해군 파, 반 광해군 파, 중도파로 나뉘어져
서로간의 미묘한 대립을 하고 ...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고
웅크려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본격적으로 지배자로
등극하려 하고 ...
요동에서는 누르하치의 금나라가 그 기지개를 피려하고 있고
이를 막히 위해 명나라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실제 역사 기록에 의거해 조금씩 자신의
상상력을 덧씌워 진행하니 ... 그 개연성에 무리가 없습니다.
역사를 주제로 글을 쓰려면 이 정도의 조사는 필수라고 봅니다.
작가님의 노력과 정성이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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