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가는 아닙니다. 저도 창작작업을 하지만 어쨌든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요. 이번 금강님의 예비작가를 위한 글을 읽고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작가는 독자 위에 존재해야 한다. 지식의 사슬로 보아, 먹이사슬처럼 독자 위에 작가가 서지 못한다면 결코 독자를 만족시킬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첫째 글쓴이로서의 자존심
한담에 올라 오는 글 중에 가끔 어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작가로서의 자존심이랄까 그런게 없어 보이는 경우인데 일례로 주인공 이름 지어 주세요. 같은…
작가는 말과 글을 다룹니다. 적확한 표현 하나를 위해서 며칠을 싸매고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 말과 글이 가장 함축되어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남에게 지어 달라 하다니… 전 제 아이의 이름을 아니 내 고양이의 이름도 그리 간단히 짓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둘째 주제의식
가끔 여기 글쓰시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쓰시는건지…아니 말하려는게 있기는 한건지.. 독자는 주인공을 통해서 말하려는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합니다. 글은 도구입니다.
셋째 필력
여기서 제가 칭하는 필력은 묘사력에 가깝습니다. 만화로 치면 그림실력. 좋은 내용이어도 그 장면이 눈에 보일 듯 선하게 묘사가 안되면 몰입이 어렵습니다. 오로지 다독과 훈련이겠죠
넷째 편집력
좋은 필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가끔 묻히는 소설의 경우가 구성력이라 생각합니다. 어디서 끊고 어디서 보이며 얼마만한 호흡으로 이 장면을 끌고 가며 등등. 요즘 cf 보시면 장면 전환이 대단히 빠릅니다. 클로즈업도 많구요. 심지어 대형 영화상영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에서도 클로즈업샷을 자주 씁니다. 클로즈업 부분은 필력에 해당하지만 요즘 트렌드와 연관이 있어 얘기 했습니다. 금강님이 말씀하시는 책을 많이 보라는 이유중에 하나가 다른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는가에 대한 훈련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섯째 설정.
설정이 순위가 좀 낮습니다. 제가 생각한 기준이니 별 생각 마시고;;
위에 주제가 설정 되었다면 그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내 보일 수 있는 설정이 들어 가야 합니다. 절대 글은 한두가지 아이디어로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큰 아이디어와 작은 아이디어의 수많은 교차로 이루어지지요. 이것은 작가의 취향에 관련된 부분이어서 설정이 때로는 크게 또는 작게 작용합니다만 cf문화세대라 아무래도 특이한 설정이 시선을 일시 잡아두는데는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설정에 억매이지는 마시길;;; 설정이 좋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지의 제왕처럼 새로운 언어까지 개발할 마인드는 있는 것이;;;여섯째 사전조사.
이 부분이야 머 다들 아실 터이니 다만 현재 사회 정치등에 관심 좀…
예전처럼 시대정신이니 머니 하는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아주시길.
그리고 아무리 한글이 좋다하나 한자 공부 좀… 오타로 틀리는 맞춤법은 이해합니다만 한자표기를 몰라 틀리는 경우는 좀;;;
주인공이 어리버리하거나 특색있는 개성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불만 없습니다. 찌질이든 머든 암튼 그녀석은 그 시선으로 세계를 볼테니까요. 하지만 작품전체를 아우르는 작가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건 좀 곤란합니다. 작가는 어느 정도 상식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주변인물을 통해서든 다른 대상 묘사를 통해서든 보여줘야 하구요. 단지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독자가 판단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가끔 이걸 혼동하는 분이 계셔서 답답할 때가 좀 있습니다. 작가가 주인공이 된 듯한;;;
이번에 장영훈님의 절대마신의 마공탓에 내상을 입으신 분들이 많더군요 ^^
처음부터 절대강자인 위치에서 이젠 거의 먼치킨이 되어 버린 주인공입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하지만 필연적인 객잔씬에서 당연히 아주 아름다운 아가씨와 일이 있고 당연히 못된 사람들이 아가씨를 해치려 들고 당연히 주인공이 해결합니다. 너무 뻔한, 모든 독자들이 질린다하는 스토리 아닌가요? 하지만 작가님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필력과 편집으로 우리 모두를 아뭇소리 못하게 하고 담편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설마 주인공이 당할까바 걱정되서 그러는 분은 없겠죠^^ 우린 모두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대하게 만드는 것 이게 숙련된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생각하시는 것처럼 장르문학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가장 많이 팔린책이 장르문학입니다. 해리포터요. 아주 찌질한 주인공이지요 자기 의지나 계획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레코드판이 가고 CD가 갈 때 대중음악 죽었다 했습니다. 그래도 대중가수들 살아 남았습니다. 전 예술계에 걸쳐 대중적인 취향의 작품만이 살아 남고 있습니다. 장르문학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없어서 입니다. 작품성이 있는 볼거리가 있는 글들은 팔리게 되어 있습니다. 단지 호흡만 길게 가지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작가를 나이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최인호님만 봐도 이게 고등학생글이야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나이를 핑계 삼지는 말으시길. 독자는 오로지 작품만 봅니다.
이상 사슬 중간쯤에 있는 독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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