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보면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소설이 있고 '아, 이건 취향을 좀 많이 타겠구나' 싶은 소설도 있습니다. 절대시계는 후자입니다. 주인공이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지만, 그 환경을 능동적으로 헤쳐나가면서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어찌어찌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글로 보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가 어두운 편인데다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서술 방식도 평범하고 친절하게 설명해가며 풀어가지 않고 1인칭 시점에 의식에 흐름에 따라 글을 풀어나갑니다. 당연히 불친절한 부분이 생기고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굉장히 취향이 타는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일부 독자들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할 구성입니다. 소수의 독자만 챙겨가는 글이죠.
간단하게 도입부를 소개해 보자면 주인공은 어머니와 여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가정에서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가지면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죠. 어린 여동생이 한명 더 있는데, 이 여동생의 경우는 폭행을 받고 있진 않지만 거의 무관심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병약한 여동생을 돌보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냉장고에서 절대시계를 발견하게 되고 그걸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보면 데스노트 같이 만능아이템을 써서 일을 벌이는 이야기가 예상될 수 있습니다만, 주인공은 절대시계를 능동적으로 이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 글의 독특함이 드러나는데, 보통 시계를 통해 인생을 확 바꿔 볼만한 상황이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않죠. 더이상 내용을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어질듯하니 여기서 끊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보면서 처음 든 느낌은 이상의 날개와 닮았다는 겁니다. 암울한 배경과 무능력한 주인공, 유사한 서술이 그런 느낌을 줬었죠. 이 우중충함을 참아내지 못하시는 분에게는 매우 재미없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 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시고 재미있는 소재를 독특하게 요리하셔서 맛있으면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하루에 2편씩 올리시는 기염을 토하고 계십니다. 후딱후딱 나와요. 기존의 평범한 소설에 지치신 분들은 일독을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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