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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한 공방, 은빛 수염과 머리칼을 길게 기른 늙은 마법사가 진중한 얼굴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내려 하는 것은 아직 그 자신도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것으로서, 만약 그 시약이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연금술과 시약조제술의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할……
“에잉, 귀찮구먼. 그냥 때려치워야지.”
나이 300이 넘도록 동정을 지키고 계시는 정통파 대마법사 그레고리우스는 확 짜증을 내며 비커를 뒤엎어버렸다. 반응이 일어나고 있던 시약이 쓰러진 비커로부터 흘러나와 실험대 한편에 놓여있던 끈 팬티에 스며든다. 어째서 끈 팬티가 이런 곳에 있느냐 하면 손녀에게 줄 선물이기 때문이다. 절대 그가 여자 팬티를 입고 하악대는 변태이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손녀의 옷장에서 훔쳐왔기 때문도 아니다. 절대로.
“바람이나 쐬야겠구먼. 아니, 태석 군이나 좀 괴롭혀줄까? 흠, 요즘은 평범하게 빚을 지는 것도 익숙해진 것 같던데,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산 채로 팔아주면 새로운 자극이 될 것도 같구먼.”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며 그레고리우스는 공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 뒤를 잇듯 눈이 부실 정도로 원색적인 파란 머리칼의 청년이 공방으로 들어온다.
“홍보를 하라고? 하! 말 같지도 않은 소릴! 그딴 건 그 멍청하게 생긴 누베 알타스의 제자에게라도 맡기시지!”
연신 툴툴거리는 그의 이름은 고자. 악명 높은 대마법사 그레고리우스에게 당해 남자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게 된 불쌍한 청년이다.
“아쉬뎀이다!”
악에 받쳐 외치고, 아쉬뎀은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실험대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슥 둘러보니 제대로 된 물건은 이 실험대와 의자뿐이고 나머지는 아무 것도 없다. 거 참 살풍경한 공방이 따로 없다. 아무래도 홍보를 위해 급히 세트장을 준비하다보니 예산과 시간이 모자라서 말이다. 조금만 더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주신다면 더 완벽한 세트장을 준비할 수 있다구요!
“망할, 염병할, 젠장, 빌어먹을……. 또 한국어 욕이 뭐가 있더라?”
“여어, 형씨. 기분 참 나빠보이네?”
그때 갑자기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곶……아쉬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살풍경한 공방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쉬뎀 하나뿐이었다.
“여기라구 여기. 형씨 눈은 뒤통수에라도 달렸냐?”
그제야 아쉬뎀은 목소리가 실험대에서 들려온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뭔가 미묘한 액체에 젖어있는 가느다란 끈 팬티가 있었다.
“……팬티?”
“어허, 그냥 팬티가 아니라 이 몸은 끈 팬티라 이 말씀!”
“……끈 팬티?”
“그래! 작가신의 명을 받아 당신의 홍보를 돕기 위해 특별히 강림하셔으아악!?”
아쉬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미묘한 액체로 푹 젖은 말하는 팬티를 쓰레기통에 내다버렸다.
“이젠 별 같잖은 병신 같은 것들이……”
“이 몸을 감히 쓰레기통에 버리다니! 당신 부숴버릴 거야!”
다시 의자에 앉으며 툴툴거리는 순간 쓰레기통의 쓰레기들이 확 솟구치며 그 안에서 방금 전 버린 팬티가 튀어나왔다. 눈도 없는 주제에 그 팬티는 이글거리는 분노로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끈 부분이 불타고 있다.
“뭐, 무슨……, 으아아악!”
당황한 아쉬뎀이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불타는 팬티가 날아와 그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아쉬뎀은 기겁하며 팬티를 떨어뜨리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팬티는 그의 얼굴을 빈틈없이 감싼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아쉬뎀은 팬티가 좋아서 어쩔 수 없어 얼굴에 팬티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변태 같은 몰골로 벌떡 일어나 발광하기 시작했다.
“떨어져! 떠, 떨어지란 말이다! 축축해서 기분 나쁜데다가 네놈 진짜로 불타고 있어!”
“하하하하하하! 내 승리다! 팬티를, 끈 팬티를 우습게보지 마라 고자!”
“아쉬뎀이랬지이이이!”
아쉬뎀이 불타는 끈 팬티와 씨름하며 공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와중, 공방 문이 슥 열리며 어딘지 개운한 표정의 그레고리우스가 걸어 들어온다. 그의 손에는 돈이 잔뜩 든 두툼한 종이봉투가 들려있다. 제자인 태석이 자고 있는 사이 라이컨슬로프로 변화시키는 약을 먹이고, 아인종 해부에 환장하는 변태들에게 그대로 팔아치워 받은 돈이다.
“어디보자, 총 450만 달러로구먼. 저번에가 아마 200만이었지? 허허, 태석 군도 몸값 참 많이 올랐……응?”
그제야 그는 공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아쉬뎀을 깨달았다. 아쉬뎀과, 말도 하고 불도 붙은 축축하게 젖은 팬티를 보고 그레고리우스는 나직히 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슥 몸을 돌리며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 천천히 말하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많은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지. 그래, 이를테면 팬티가 말을 하는 것과 같은 것 말일세. 자네들은 그런 신비한 일을 기적이니 헛것이니 치부하네만, 사실 그것들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며 또 기적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네. 그리고 자네들이 그 신비한 현상을 헛것이나 기적으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세상은―그리고 자네들은 필시 지금보다도 훨씬 더 유쾌해질 수 있다네.”
척 하고 양 손을 펼치는 그레고리우스. 그의 뒤에서 화려한 연출효과처럼 불꽃이 터지고 사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그를 비춘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터진 불꽃에 휘말린 아쉬뎀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다!
“그래, 바로 이 나처럼 말일세! 허허허헛!”
얼렁뚱땅 결론 내고, 여기서 홍보 끝!
“으아아악! 내, 내 몸이 불타고 있어! 더러운 고자 새끼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걸 이제야 알아차린 거냐 이 미친 팬티가! 그리고 아쉬뎀이랬잖아악!”
정말로 끝!
~4회 홍보 기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No.1~
아쉬뎀 테마송
~Got Got Got~
곶곶곶
곶곶곶
곶곶곶
곶쉬뎀~
그는 수줍은 남자~
곶쉬뎀~
그는 델리케이트한 남자~
오오~ 곶쉬뎀~
“……이, 이게 뭐야!”
아쉬뎀은 노래를 듣자 얼굴을 조금 붉히며 화를 냈다!
아쉬뎀은 화가 난 척 하지만 사실은 노래가 조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런 적 없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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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유쾌하게 이루어지리니!' 줄여서 '유쾌하게!'는 현대 마법사물이며, 보기만 해도 유쾌한 소설을 지향하는, 성깔 거지같은 대마법사와 그 밑에서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매일 같이 구르는 주인공의 구차한 인생을 그리는 소설입니다!
P.S.2. 안녕하세요 페더입니다!
P.S.3. '유쾌하게!'는 신체에 장애를 가지신, 주로 성기능 쪽에 장애를 가지신 불쌍하신 분들이 많이 나오는, 연민 많으신 분이라면 필시 눈물을 감출 수 없는 슬픈 소설이기도 합니다!
P.S.4. '유쾌하게!'는 책이나 막대기는 물론이고 끈팬티까지 개나소나 말하는 이상한 소설입니다!
P.S.5.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사실 끈팬티는 말하지 않습니다.
P.S.6. 아 하지만 끈팬티는 나옵니다.
P.S.7. 야, 야한 소설 아님!
P.S.8. 꽤 오랜 잠수기간동안 그래도 참고 기다려주셨을 독자분들을 위해 연참대전 참가했습니다. 앞으로 한 달 쉴새없이 즐겨주시기를!
P.S.9. '유쾌하게 이루어지리니!'는 정규연재란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P.S.10. 연재란 직링이 곳곳에 있습니다.
P.S.11. 제목이 선정적이라 죄송합니..... 어?
P.S.12. 홍보글 끝!
주인공 태석이 몸값 500만불 넘어가는 꼴 보고 싶으면 클릭
P.S.13. 이거 내가 봐도 진심으로 정신줄 놓은 글 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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