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2탄입니다. 사실 1탄 올릴때 반응이 ‘뭐가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 그럼 니가 써봐 ㅅㅂ’ 이럴까봐 후덜덜하고 있었죠;;
그런데 쓰고 보니 확실히 어떤 님 댓글대로 명작을 바라고 있었네요...;;;; 입문을 드래곤 라자와 세월의 돌로 한지라 눈이 좀 높습니다. 다만, 입맛은 미식가인데 요리솜씨는...과연?
이것저것 의견 달아주신 분이 많았는데 참 좋은 거 같아요. 어떤 글을 읽었을 때 그 글의 불만사항을 작가님께 대놓고 전달하기에는 좀 애로사항이 많지 않습니까? 원래 싫은 소리 하기 쉽지 않죠. 입맛에 안 맞으면 exit하면 그만. 그런 의미에서 가끔 이런 글 올라오는 거 좋지 않겠습니까? 독자와 작가의 활발한 의견 교류를 할 수 있죠...(자기 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_-;;;)
자, 그러므로 이 글의 목적은 작가와 독자의 대화에 있습니다. 탕탕!!(응? 언제부터?)
절대! 작가님한테 자기 입맛에 맞는 글을 써달라고 이래라저래라 요구하는 글이 아닙니다. 가끔 리플로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려고 하거나 자기 입맛대로 써달라는 식으로 할 땐 어이가 없기도 하다는...(희망사항으로 그랬음 좋겠다 하는 거 말고요.)
사실 1탄도 2탄도 전부 제가 예전에 글 쓸 때 느꼈던 어려움이 반영된 글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판타지를 썼던 적이 있었죠. 그게 어언 6년전... 다시 보기도 부끄럽다는... 그저 올림픽 정신으로 완결한-_-;;
비요른 님이 말씀하신 비중없는 조연 이야기인데...
그때를 떠올려 보니, 스토리 전개하기 어려울 때 막무가내로 일단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봤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스토리 끊기고 나중에 뒷수습 안되고... 생각없이 조연 늘리면 피봅니다ㅠㅠ 아놔 이걸 싹 죽일수도 없고... 최근에 다시 보면서 아니 넌 누구냐 하고 있다는-_-;
요즘 소설도 그런 경향이 많은 듯 해요. 스토리 좀 막힌다 싶으면 뉴훼이스 등장...
잡설이 길어졌는데, 2탄 올려봅니다. 1탄에 비해서는 조금 지엽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복선? 예언?
가끔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님, 예언자 노릇은 그만 하시죠~
글 쓸때 시점 정하는 거 정말 힘듭니다. 1인칭으로 할지 3인칭으로 할지 점이라도 쳐보고 싶다니까요?(응?)
개인적으로 1인칭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시각, 정보만으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데다가-주인공이 없는 장면에선 3인칭을 쓰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주인공의 헛소리나 넋두리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플러스 주인공 성격도 좀 유머러스하거나 박식한 면이 있어야 재밌죠. 그런 의미에서 후치는 참 좋은 서술자였던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3인칭으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게 글쓰기에는 편하죠. 주인공의 심정은 물론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언급해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가끔 목소리가 들립니다. ‘나 이거 굉장히 특이한 설정이야 좀 알아줘.’
혹은 복선이라는 걸 지나치게 티내면서 깔아서 ‘아, 이 뒤로 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팍팍 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죠.
“지금의 이 작은 사건이 상상도 못할 일을 불러오게 된다.”
“이 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ㅇㅇㅇ’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과연 이게 나중에 호재로 작용할지 악재로 작용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이런 문장 읽으면 페이지 넘기기가 싫다고나 할까... 아 미래는 적당히 알려주십사 합니다. 요즘 이런 문장 유난히 많이 봅니다...-_-;;;
4800만이 함께 쓰는 관용구는 식상합니다. 무협에서 ‘내 검에는 눈이 없소.’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로군.’이라고 무심코 말해놓고 스스로도 민망해하는 그런 거죠.
네, 그러니까 위에 저 문장도 조금 식상해졌다 할 수 있는데... 저걸 보고 ‘오옷, 뒤가 흥미진진해지겠군! 사건의 예감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 놔 김빠지네’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양날의 검이죠.
복선은, 나중에 뒤편을 읽으면서 갑자기 머리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 들며, 서둘러 앞부분을 찾아보게 되는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근한 맛이 없는 건 복선이 아니라 단지 ‘노출’일 뿐이라고요. 3인칭 ‘전지전능’ 작가 시점에서 이런 일이 많죠.
그러다 보면 주인공이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전 글 읽을 때 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하기 때문에 손오공이 되기는 싫습니다...(물론 이건 취향 문제.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쓰기 전에 글에 어울리는지 잠시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글을 쓸 때 작가는 상당히 많은 복선을 깔고 그물을 짜고, 알아챌 수 있게 이것저것 안배를 해 놓습니다. 그런데 그걸 못 알아채고 넘어가면 섭섭할 수도 있죠. 바뜨~ 그렇다고 예언자가 되지는 마시길... 작가의 안배 중 드러나는 것보다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몰라도 됩니다. 가끔 알아채는 독자가 스스로 '이걸 눈치채다니 난 천재야 우핫핫'이라고 할 기회를 주세요.(웃음)
오히려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게 되면 글이 좀 싸구려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3번: 혼자 아는 이야기만 하지 마!(마스터베이션은 금물) 하고는 조금 상반되는 내용인데 이 사이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면 확실히 그건 명작이겠죠...ㅠㅠ)
3번과 4번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런겁니다.
본인은 처음 보는 영화를 보는데, 옆에 있는 친구는 이미 본 영화인 경우.
3번: 말하지는 않지만 슬쩍슬쩍 아는 체한다. “아~ 저기서 저러면 안되는데...” “쯧쯧. 돌아가기 정말 힘드네...” “이 부분 잘 봐둬....” “이 영화는 여기가 포인트지!”
4번: 제대로 미니리름 하는 경우. “나중에 저게 문제가 돼.” “사실 쟤가 악역이야.” 아흑...
복선 잘 깔았다고 생각하는 글이... 예를 들고 싶은데 생각이 안난다는ㅠㅠ 뭐가 있을까요??
5. 글의 강약조절(강약약 중강약약?)
주인공이 남자든 여자든 읽는 사람은 어느 정도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시키기 마련입니다. 하렘 양판소, 신과 맞짱뜨는 먼치킨 등이 꾸준히 시장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결국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4번과 연결해서)전지적 작가 시점은 아무래도 객관적인 설명, 서술이 되기 쉽죠. 그래서 주인공의 분노나 슬픔에 몰입하지 못하고 그냥 브라운관 속의 세상만 보게 됩니다. 감정이입이 힘들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글이 된달까요. 진동폭이 작은 주파수 같은 걸 생각하면 좋겠네요.
최근에 이런 걸 느낀 것으로는 Hoo이 있군요. 주인공이 너무 냉철하고 무감각한 사람이어서인지, 전혀 몰입이 되지 않더란 말입니다. 주인공이 분노하는 장면이 있긴 있는데 어째 와닿지가 않으니...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 깨달음을 얻어서 갑자기 강해졌을 때도 ‘오오~ 멋있다’가 아니라 에이 뭥미... 이었다는. 왜냐하면 그 주인공의 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꼭 주인공 성격문제라기보다 ‘중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글 속의 시간이 항상 1배속으로 흘러가더군요. 가끔은 2배속, 가끔은 0.5배속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약조절이라고 해서 그저 글이 발단-전개-절정-결말 이런 스토리로 흘러가는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파도를 타는 것 같은 리듬감~ 즉 독자를 좀 쥐락펴락 해줬으면 좋겠습니다.-.ㅜ(저는 M이 아닙니다...)
현대사회에 평등이 중요 이념이라지만 분량은 좀 불평등해도 됩니다. 1배속은 싫어요!
(그렇다고 감정부분만 너무 질질 끌면 지루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oo Boo라던가... 뭔가 감동적인 감정서술을 하려고 신경쓴 거 같은데 인간적으로 너무 길고 스토리 진행은 없고 비슷한 주제와 뉘앙스의 반복... 억지감동은 그만, 하고 접었다는. 그래도 요즘 글들은 대체적으로 묘사나 감정표현보다는 짧은 문장의 사실적 상황 설명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서 이건 논외 이야기입니다.)
6. 술취하셨습니까?
요즘 글을 읽으면 참 답답한게... 동어반복이 참 많더라구요.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사람이 글을 읽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에 있던 말 또 나오면 조금 짜증납니다. 요즘 사람들 글 빨리 읽는단 말입니다. 결국은 어휘력, 묘사력이 빈곤하다는 말인데...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모 소설에서, 시스템 안내음은 항상 ‘사근사근한’ 여자 목소리입니다.
Booo에서 어떤 여자는 항상 눈을 ‘반짝이며’ 말하더군요.(부담스럽다 야...)
금발머리는 항상 황금을 녹인 것 같고...(아니면 벌꿀같다거나...)
붉은머리는 항상 불타고 있으며...(그만 좀 태워...)
악역은 항상-특히 배신하거나 음모를 꾸미는 역은-눈을 번뜩였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못 보더라구요.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인데, 아 놔~
묘사하는 말을 다양화하거나, 그게 안되면 차라리 안 쓰면 안되겠습니까? 조금 과장해서 한 페이지마다, 등장할 때마다 저런 말이 나오니 읽다가 화딱지가 납니다. 눈 좀 그만 반짝여!!
셰익스피어가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 작품에서 같은 어휘를 절대 두 번 이상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판타지 소설과 희곡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바로 앞에서 쓴 말은 뒤에서는 대체하거나 다른 표현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게임퓨전 소설에서는 Ctrl+c, Ctrl+v를 쓰는 것 같더라구요. 항상 그 여신을 지칭할 때 나오는 말이 똑같은... 그게 신성어로 된 인사처럼 여신님을 말할 때 꼭 붙여야 하는 문장이라면 할 수 없지만 그렇다 해도 도대체 한 권에 몇 번씩이나 나오는 건지...ㅠㅠ 작가님, 제발 붙여넣기는 자제해 주세요 라고 메일보내고 싶었다는. 아니 어떻게 레폿도 아니고 판타지를 쓸 때 짜깁기를 할 수가...
퇴고를 2번정도 하면 본인 스스로 느끼지 않을까요? 한 번 읽은 부분이 뇌에서 사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읽다가 ‘응? 이거 좀 전에 비슷한 말 했었는데 또 했네?’하고 말입니다.
괴테가 그랬다던가요? ‘나는 하늘의 푸른빛에 대하여 1000페이지라도 쓸 수 있다.’라고요. 괴테 맞나 모르겠네.(옛날에 들은거라 기억이...)
뭔가 엄청난 미사어구나 수식, 번지르르한 말들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쓸데없는 테크닉은 노노노. 사람이나 상황을 항상 같은 단어로만 표현하는 것은 자제해주길 하는 것뿐입니다. 한 번 그런 이미지로 나오면 그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수식을 쓰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냥 참신하지 않다고 태클거는 게 아닙니다. 레퍼토리가 하나면 재미 없잖아요.
암튼, 작가님이 추상적으로 ‘잘 써야지.’라고 해도 당장 뭘 해야하는지 막막하죠. 지난번에는 독자분들이 세세하게 의견 달아주셔서 작가님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믿습니다!) 저도 보면서 ‘아아, 이런 것도-’라고 했다는. 그런 의미에서 여기도 의견 많이 달아주세요.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이제 끝이군요. 3탄은 여러분들의 리플로ㅎㅎ
다음편에는 소재 얻는 법이나 글 쓰는 팁같은거 쓰고 싶었는데 작가가 아니다보니...-- 뭔가 주제넘은 내용이 될 것 같아서 스킵.
만약 다음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이 글이 잊혀질 때쯤에 써야 할 것 같아요. 독자로서 말한다고 주절주절 이런 글 쓴다음에 작가 집단으로 넘어가면... ‘넌 얼마나 잘 쓰는지 보자.’가 될 것 같은? 덜덜덜.
뱀발. 이번에 산 복숭아는 맛이 없어요. 흑.
사족. 이거 쓰는데 4시간 걸렸어요...ㅠㅠ
PS. 파비안이 도대체 뭐였죠? ooo의 기사? 헉 두글자로 기억하던 나는 뭐지... 제가 판타지고수가 아님이 뽀록나 버렸네욤. 정답 알려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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