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판의 주류는 아무래도 판타지와 무협입니다. 그런데, 저는 SF도 무척 좋아하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은영전과 FSS(어쩌다 보니 두작품 다 일본 작품이네요 ^^;;) 그리고, 한국의 가니메데게이트. 이제는 거기에 [슈]라는 작품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은영전의 박진감 넘치고 생동감있는 함대 전투와, 모략, 궤계들.
FSS의 광대한 스케일의 은하계 역사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인간형 거대로봇 전투씬.
가니메데게이트의 절절한 현실성과 살아서 숨쉬는 듯한 캐릭터들.
슈를 보면서 이 세작품의 장점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슈의 도입 부분은 자칫 지루할 수 있습니다. 슈가 본격적으로 매력적인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하는 것은 서너편 정도 지나고 나서 부터죠. 아직은 네토 항성 점령중이지만, 노아군이 인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맥파부족의 배신과 폴스협곡 전투, 24시간 전투를 거쳐 레미행성을 점령하고 네토 성계에 진출하여 센트, 이스트를 굴복시키고 파괴신 시바를 찾기 위한 원정까지. 마치 깊은 산속의 작은 샘에서 시작된 냇물이 도도한 물줄기의 강으로 변해가는 흐름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웅장하게 또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슈를 보면서 내심 불만스러웠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짓기 같은건데요. 제목인 [슈]는 인간탑승형 거대 생체로봇 병기인 엘르의 탑승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FSS의 기사 처럼 말이죠. 작가이신 대장정님께는 죄송하지만, 그 이름에서 좀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로마를 빗댄 롬 성계, 아랍권을 빗댄 알성계등 그리고, 레미행성의 왕인 프톨레와 클레오. 이집트의 프톨레미 왕조와 클레오파트라 여왕을 빗대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죠. 거기에다가 신전에 감추어진 7대 엘르의 이름인 오시리스 등등등 이집트 고대신들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것들. 그런데, 말이죠. 그런것들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느새 [슈]라는 작품의 매력의 한부분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연장선상. 언제일지 모를 먼 미래. 그러나, 현재의 역사가 일부분 전해지는 시공의 한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친숙감을 가지고, 마치 미래의 일들을 그보다 더 먼 미래에서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보았습니다. 그다지 색다른 시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거부감없이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대었지만, 결국 [슈]의 진가를 알고 싶으신 분은 어여 달려가서 직접보세요. 그리고, 재충전 중인 [대장정]님이 얼른 돌아와서 [파괴신 시바]편을 완결 지을 수 있도록 다같이 압박을 합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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