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신가 글쟁이.
넌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겠지만, 난 너의 소설에 대해서 잘 알지.
넌 너의 소설을 소중히 하지 않았지.
이제부터 그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
외전의 히로인(?)과의 진한 러브 스토리를 쓰던, 마왕님(?)이 활기를 치는 전투 씬을 쓰던,
선택은 자네의 몫이야.
자, 연재를 시작하지.
얼마 전 나무 탁자에 원고지뿐인 어두운 어딘가에 갇혀 탈출을 위해 소설을 쓰는 꿈을 꾼 페이트노트입니다. Hero of the Day라는 지금은 고전인 소설을 기억 하실 런지요. 흔한 주인공 먼치킨의 양판에, 특징이라고는 단지 주인공의 상대인 마왕님이 주인공+인류 랑도 맞장 뜰 정도로 쵸큼 강한 정도? 인 소설이지요. 오랫동안 연중 후에 이제 와서 근황을 올리려니 쑥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먼저 사족을 달아 봅니다. 하지만 내용은 한담 카테고리에 맞게 지금은 근황과 더불어 한담을 좀 해볼까 합니다. 소설의 근황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내용을 전부 건너 뛰고 아래 댓글의 Ps. 부분만 보시기 바랍니다.
Hero of the Day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지만 이고깽 양판의 반발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판타지 소설의 메타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는 이고깽 양판이 판을 치던 시대였습니다. 이계로 넘어간 주인공이 아무런 고민과 별다른 노력 없이 큰 힘을 갖게 되고 그전에 왕따였건, 자살을 했건 그 힘을 통해 자신이 영웅인양 다른 세계에서 깽판을 치는 내용이 주류였죠. 소설 속 영웅이라 함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존재여나 하거늘, 그 당시 대부분이 고난과 역경은 오로지 주변인들의 몫이요, 주인공은 그런 거 모르고 오로지 쉽게 마냥 얻은 쩌는(?)힘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그로 인한 대리만족의 재미만을 주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각 소설들이 누가 처음 사용 한건지도 모를 퍼즐 맞추기 식의 반복되는 스토리 라인. 같은 내용 다른 소설. 소재만 약간 다르고 같은 내용의 누가 더 잘 꾸미고 필력이 뛰어나나. 누가 누가 잘 쓰나 게임. 고민도 없고, 위기도 없고, 노잼 노스트레스의 사건 진행. 매번 똑같이 써먹는 눈앞이 뻔한 성공 노선. 뭘 하든 잘되는 주인공과 그 뒤의 주변 인물들의 찬양. 제게 그 소설들의 영웅행세를 하는 주인공들은 제 취향의 용사물, 영웅물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멀고먼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히 내가 써도 저거보단 잘 쓰겠다는 심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취향의 글들이 너무 사라지자, 그럼 나라도 써 볼까 하는 그 계기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래서 저는 강하지만 인간적인 면을 가진 산전수전 다 겪은 만랩 용사. 평생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았으며, 그럼에도 세계를 구한 영웅스런 업적을 남긴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 그저 주인공의 강함을 빛내줄 단순한 장치이자, 언제나 말 뿐이고 설정 상에서만 강한 그저 그런 악역이 아닌. 이론상, 설정 상으로도 그렇고. 실제 소설 속에서도 단신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뒤엎고 인류와도 맞상대 할 힘과 능력을 갖춘. 타협 따윈 하지 않는 ‘프라이드’와 카리스마를 가진 적. The 마왕님(?)이 주연인 Hero of the Day라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연재 후 그 마왕님이 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게 될 줄은 이때만 하더라도 까맣게 몰랐지만 말이지요(^^).
그렇게 시작한 처음 연재는 소설의 주인공마냥 고난과 역경의 시작이었습니다. 초보 글쟁이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소설을 쓸 리가 없지요. 필력은 그게 먹는 건지 잘 모르겠고, 문장력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 게다가 오타는 어찌나 많은지... 저 역시 그 사실을 너무 잘 아는 지라 처음부터 인기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고, 완결쯤 가서 제 노력의 가치를 알아본 한 100명(많나요? ^^;)정도의 독자와 제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화자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었죠. 예상대로 한 20편을 연재 할 때만 해도 제 예상대로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인기도 없고 평균 조회수는 10에서 안팎. 간혹 달렸던 프롤로그의 댓글조차 그다지 호의 적이진 않았죠. 그러나 소설의 내용이 1부의 결말. 1부 완결에 가까워짐에 따라 추천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생겨났고, 조회수와 댓글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금처럼 초보글쟁이로서는 과분한 인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제 글을 추천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나이가 들고 글을 써가다 보니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글쓰기를 취미로 하기에는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일상생활에서도 투자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일과 취미를 병행하기에는 조절도 힘들고 글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상위 몇 프로만이 살아남는 전업 작가를 노리기에는 제게 자신감도 없고, 다 던저버리고 전업 작가로 나서기엔 우리나라의 소설 환경이 이러니 더 이상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지요. 설상가상으로 연재도중 이와는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로서 냉정히 저를 판단해 보자면 노련한 글 솜씨도, 필력도 없는. 인기 없는 글쟁이의 요소란 요소는 두루 갖춘 글쟁이 였습니다. 연재 당시 특출 난 장점이 없던 저는 날고기는 작가 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심각하게 궁리를 해야 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치밀한 스토리텔링 이었습니다. 그래서 단기간 성장이 어려운 문장력이나, 표현력, 묘사 실력들은 일단 제쳐두고, 노력으로 가능한 스토리라인의 준비만은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초보 글쟁이인 제가 믿을 거라곤 노력으로 만든 깨알같이 준비한 복선과 설정. 스토리텔링뿐이었지요. 복선에 복선을 더해 만들어진 스토리 라인. 애초에 제 소설의 특성상 각 주요 인물마다 한 시간 단위로 스토리 테이블을 짤 수 있었고, 과거편. 주요 대사와 그때그때 꼭 넣어야 하는 요소들. 스토리라인의 정리만으로도 대략 6,7권 분량. 서술하고 사라질 평풍 같은 배경이 아닌 소설의 진행 속에 살아있고 실제 쓰여질 설정만 2권 분량 이상. 엑스트라 포함 캐릭터들의 과거 현재 미래. 극중 행동원칙. 인격 형성에 있어 주요 사건요소와 과거사 들이 2권 분량. 글을 써가면서도 차츰 더 다듬어 대략 10권 분량에 다다라는 설정집이 만들어 졌습니다. 연재에 있어서는 실제 스토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연출의 방법이나, 묘사 같은 살을 붙이는 작업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아시는 분은 이미 다 아실법한 하드펑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걸 한 번에 날려버린 사건이었죠. Hero of the Day의 모든 걸 적어둔 하드는 날아가고, 오래전에 구 설정집을 넣어둔 usb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자세히 말한 적은 없지만, 그때의 타격은 말로는 이루 다 설명하기 힘들만큼 큰 일 이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 기회에 글쓰기를 그만두기에는 지금이 적정기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 였으니까요. 그러나 기다려 주시는 팬 분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거웠고, 그래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켠에 둔 상태였지요.
하지만 타격은 여전합니다. 갈수록 상황이 바빠지다 보니 하얀 것은 백지요. 까만 것은 글이니 컴퓨터 앞 의자에 앉자니 피곤함에 잠만 오고 그저 막막할 뿐이지요.
주요 스토리라인이야 지금도 기억에 있습니다만, 적어둔 그게 전부 기억난다고 하기에는 제 기억력이 형편없고. 대사의 거의 대부분까지 완성된 뼈대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었습니다. 연중 후 지금까지 마음을 잡고 복구해 보려고 끄적여 봤습니다만 쉽지는 않더군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Hero of the Day를 완결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아직도 저의 복귀를 기다려 주시는 팬 분 들이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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