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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의 기사

작성자
Personacon 文pia돌쇠
작성
14.12.09 11:46
조회
3,087

보리밭의 기사

판타지, 퓨전 보리밭의 기사 루이캇트

오랜 세월 마법과 검 그리고 신의 율법이 지배하던 암울한 대륙 구석 한 켠 소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했으나 생애의 끝에 닿아 스스로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니 이전 세상의 경계와 규칙을 모조리 허물어 버린 걸 깨달아 버린 남자. 하지만 세상은 그를 구시대의 파괴자로 기억하기보단 오히려 구시대의 유일 상징으로 여기니 괴이한 일이다.


작가의 말 : 일반적인 판타지와는 좀 다릅니다. 내용상 대리만족할 것도 별로 없고 분위기도 좀 험악할 겁니다. 그 점 유의해 주세요.

** 주인공 절대 만능 아닙니다. 초반 주인공에게 불리하게 작용된 견제와 함정 그리고 복선때문에 암 유발 될 수도 있습니다. 한참 더 읽어나가셔야 해소됩니다. 그러니 유료 읽으실 때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1. 한줄평

   가진 거 하나 없고, 주변에는 적밖에 없는 어린 영주의 분투기!


2. 간략 줄거리

   제국 동부 제일의 성세를 자랑하는 대귀족 마룬 이라클리온의 다섯 째 아들인 데오나트 남작의 독자로 태어난 파비안.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은수저 정도는 물고 태어났다고 봐도 되는 축복받은 인생!
   그런 그가 어머니와 함께 가문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를 단검으로 찌르게 될 줄은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고. 목숨을 걸고 어머니와 외가로 탈출했으나 반겨주는 사람은 없다. 있는 거라고는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친척들 뿐.
   어쩌다 남부의 사나운 호랑이로 불렸던 외할아버지의 눈에 띄어 얻게 된 남쪽의 영지. 과거에는 상당히 풍요로웠던 곳이라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었나? 남은 것이라고는 다 무너져가는 건물과 능글맞은 가신 두 명이 전부다. 금화? 곡식? 영지를 지킬 병사 한 명 없는데 그런 게 있겠는가! 아버지와 외삼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이곳으로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가진 게 하나도 없다.
   앞이 안 보이는 암울한 상황! 하지만 12살 먹은 어린 영주 파비안은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거친 삶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을 택한다.


3. 캐릭터

   ● 파비안 : 이야기의 주인공. 12살의 어린 나이에 다 망해가는 사르켈 영지의 주인이 된 인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으며, 아버지를 단검으로 찌르기까지 한다. 덕분에 아버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강력한 병력을 보유한 외삼촌에게까지 미움을 산다. 영리함과 판단력으로 다 망해가는 영지를 되살리는 저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 루카 & 파룬 : 파비안의 첫 번째 가신이 되는 두 할아버지. 능글맞은데다가 음탕하기까지 한  루카와 그보다는 조금 덜 골치를 썩이는 파룬. 그 두 할아버지는 어쩌면 인간미를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에 놓여 있는 파비안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 메르윈 & 레이나 & 네이샤 : 파비안이 노예시장에서 사온 엘프 여성들. 인간을 초월하는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며, 파비안의 곁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파비안과 이성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으나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 살라온 디 장기 : 영지의 가까이에 있는 항구를 지배하는 이교도 장군. 파비안에게 호의를 베푸는 인물로, 파비안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그에게 비장의 무기(?)를 전해준다.

   ● 데오다토 남작 : 파비안의 아버지. 파비안이 자신을 단검으로 찌른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며, 부유한 영지의 영주가 아니라 초반에는 파비안의 영지에 용병단을 보내 괴롭히는 정도에 그친다. 아직 파비안과 크게 격돌하지는 않았으나 언젠간 서로의 목숨을 끊기 위해 싸우지 않을까?

   ● 유스테스 백작 : 파비안의 외할아버지가 사망한 후, 제국 남부의 패권을 쥐기 위해 일어서는 인물로 파비안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영웅적인 모습을 보였던 본인의 아버지에 비해 상당히 쪼잔한 인물로 파비안을 미워하고 있다. 능력도 평범한 편.

   ● 이라클리온 공작 : 파비안의 할아버지. 파비안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으나 막강한 세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후에는 엄청난 적으로 파비안을 막아서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4. 뷰 포인트

사실적으로 그려낸 중세판타지 세계관
   중세를 배경으로 차용한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은 그 시대를 상당히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물론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환상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리밭의 기사’는 그런 판타지 소설의 전형을 따르지 않는다. 소설의 초반부를 보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어둡고 우울하게 시대를 그려낸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처럼 말이다.


입체적인 주인공
   파비안은 현실적이다. 영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노예무역을 하고, 주변에 있는 용병단이나 도적단을 습격해 그들의 장비와 재산을 털어먹기까지 한다. 이는 이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다. 파비안은 합리적인 선택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또 이렇게 현실적이기만 하다면 보기만 해도 재수 없는 캐릭터가 되기 싶다. 파비안은 어머니에게 약하며, 자신을 키웠던 시녀가 수치를 당했을 때 그것을 무마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골칫덩이 부하가 사고를 치면 벌을 내리면서도 만회할 기회를 준다.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기에 파비안은 냉철한 영주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캐릭터로 완성된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파비안이 단순히 종이 위에 쓰인 캐릭터가 아니라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살아서 춤추는 인물이 되는 게 아닐까?


생생한 전투묘사
   전투 역시 그렇다. 제후가 동원하는 병사의 숫자는 허황되지 않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 뽑아내듯 심심하면 10만대군, 100만 대군씩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싸우는 방식 역시 현실적. 검 하나 든 기사가 천 쪼가리 하나 걸치고 투구도 쓰지 않은 채로 “내가 최강의 소드마스터 김소드다!”라고 외치며 한 번에 수백 명씩 죽이는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궁병과 창병, 기병들이 유기적으로 제법 사실적으로 연계해 전투에 임한다. 그래서인지 ‘보리밭의 기사’에 나오는 전투장면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전투장면이 그려지는 것이 특징. 주인공 파비안이 창병을 돌격시키라 명령하면 어느새 내가 창을 쥐고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담대하면서도 영리한 주인공의 이야기
   배경 서술과 묘사를 사실적으로 했다고 해서 글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실적인 글이 보고 싶다면 역사 교과서를 보면 된다. 우리는 주인공 파비안의 이야기가 궁금해 ‘보리밭의 기사’를 보는 게 아닐까?
   파비안은 기습과 계략을 통해 영지에 침입한 도적 패거리를 소탕한다. 보통 소설 속의 계략이라는 것이 조금만 잘못하면 말도 안 되는 억지 술책이 되기 쉬운데, 파비안이 쓰는 계략은 그렇지 않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논리가 있다. 주변에 있는 거대한 도적 세력을 토벌할 때는 이간책을 사용하는데,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가 항상 왜 그런 상황이 됐느냐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비안이 항상 안전제일주의로 모든 일에 임했냐? 만약 그랬다면 보리밭의 기사는 김빠진 맥주 같은 글이 되고 말았을 거다. 파비안은 종종 자신의 목숨을 건 모험도 한다. 기습에 실패하면 영지가 망할 것을 알면서도 강행하곤 한다. 물론 파비안은 근거가 없는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파비안이라는 인물에 공감을 하고 그의 행보를 기대하는 것이다. 가끔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5.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 너무 모범적이며,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주인공이 싫으신 분

   ● 빠른 전개속도 생생한 묘사가 있는 작품이 그리우신 분

   ● 전쟁! 전쟁! 전쟁!




글: 이재환 (웹진R)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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