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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칼

작성자
Personacon 文pia돌쇠
작성
15.01.22 17:05
조회
2,877

조선의 칼(종료230227)

일반소설, 대체역사 조선의 칼(종료230227) 송진용

조선시대 명종 임금 때에 활약했던 임꺽정의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한 것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임꺽정이 토포사(討捕使) 남치근에게 잡혀 죽은 그 사건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보았다.
이 글은 조선조 13대 왕인 명종 시대를 무대로 해서 당시의 악명 높은 권신이었던 윤원형과 요부 정난정 그리고 명재상 정유길과 남치근, 토정 이지함, 보우선사 등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이 얽히고 풀려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본격 역사소설은 아니고, 적당한 허구와 가상의 사건이 그 시대상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말 그대로 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활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꺽정이 죽지 않고 살아서 숨어 있었던 것이라면? 하는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에게 한을 품은 주인공 이장생(李長生)이 칼 한 자루를 들고 세상 끝까지 그의 존재를 찾아다닌다는 게 큰 줄거리이다. 그것에 역사 속 인물들과 다양한 관계와 정서로 얽히면서 가지가 뻗고 잎이 돋아난다. 그 과정에 사랑과 음모, 배신, 애증이 있다는 것은 여타 소설들과 다를 바가 없다.
소설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눈부시게 활약하는 이장생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한줄평
   혈채를 갚기 위해 짐승이 된 한 남자의 비장한 이야기.


2. 간략 줄거리
   진사 이춘명의 서자, 이장생.
   이장생은 학문과 글, 그림, 무예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며 그의 친형들마저 꺾는다. 그러나 어머니가 기생인 천출인 탓에 그에게는 출세할 기회가 없다.
   주색잡기로 허송세월 하던 어느 날, 이장생에게 부친의 부고가 전해진다. 학현의 현감이라는 벼슬을 받아 임지로 떠난 부친 이춘명이 임꺽정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일평생 아버지와 형님들에게 서출로 가족 취급을 받지 못했던 이장생은 이춘명의 영전에서 맹세한다. 임꺽정에게 복수하여 아버지의 원한을 씻겠다고.
   임꺽정을 찾아간 이장생은 화전민촌에서 임꺽정 무리와 조우한다. 이장생은 임꺽정의 이름난 수하들과 무예를 겨루지만 결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꺽정이 이장생의 앞에 나선다.
   임꺽정은 죽은 이춘명의 아귀 같은 탐심과 이장생에게 무예를 가르친 스승과의 인연으로 이장생에게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에게 압력을 느낀 이장생은 끝내 무기를 빼들고 만다. 그들은 칼을 맞대고 무예를 겨룬다.
   이장생은 임꺽정에게 패한다. 임꺽정의 수하 배돌석은 임꺽정에게 이장생을 죽이지 않느냐고 외치지만 의로운 임꺽정은 자신은 아비를 죽이고 그 자식마저 죽이는 살인귀가 아니라고 말한 뒤 사라진다.
   이장생은 복수를 맹세했던 상대에게 동정을 얻어 구차하게 살아났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는 임꺽정을 죽여 선부의 한을 풀고 그로써 서출로 괄시받던 지난날의 한을 풀기를 소원하게 된다.


3. 캐릭터
   ● 이장생 : 서른을 목전에 둔 청년으로 진사 이춘명의 서자. 장생의 부친인 이춘명은 왕족인 이량의 먼 친척뻘인 세도가로, 춘향이라는 기생에게서 장생을 얻는다. 장생은 학문, 글과 그림, 무예에서도 대단한 성취를 보인다. 그러나 가진 재능이 아깝게도 서출인 탓에 그 재능을 발휘할 길이 없다. 그에 대한 반항인지 장생은 스무 살 무렵부터 한양의 저자를 떠돌며 한량으로 이름을 높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춘명이 임꺽정에게 살해당했다는 부고를 듣는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이 한이 된 이장생은 임꺽정에게로의 복수를 결의한다.
   ● 임꺽정 : 날고 기던 이장생을 가볍게 제압하는 놀라운 고수이며, 아직은 그 진의가 보이지 않는 신비의 인물이다. 이장생의 부친인 이춘명 등 탐관오리들의 재산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는 의적이다.
   ● 임가선 : 화장추색이라 불리며 황진이와 비견될 정도로 이름이 높은 기생. 미모가 출중하고 거문고를 잘 타며 시(詩)에도 밝은 명기의 자질을 지녔는데, 무엇보다 그녀의 이름을 높인 것은 바른 행실과 선한 심성이다. 이장생을 깊이 사랑한다.


4. 뷰 포인트


 실제 역사를 알고 나면 더 재밌는 대체역사소설
   어느 장르에도 약간의 진입장벽은 있다. 미리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손에 잡은 책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다른 독자들과 향유할 수 있는 재미는 각별하다.
   검색을 통해 알아낸 짧은 지식에 의하면, 임꺽정이 난을 일으키기 전 황해도 지역에는 흉년이 들고 전염병이 돌았다고 한다. 사는 순간순간이 고비라면 사람의 도리보다 한 움큼의 식량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역시 사람의 생존 본능이 아닐까. 그러니 황해도에서 도적떼가 출몰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백정 출신의 의적 임꺽정은 그런 황해도에서 출현했다. 그러나 그 세가 점점 불어나 산간지대를 벗어나 후에 강원도, 경기 지역까지 내려왔다고 하니 그를 단순한 도적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임꺽정은 1562년 1월, 토포사 남치근에 의해 체포된다.
   「조선의 칼」은 그 임꺽정이 죽지 않고 살아서 숨어 있었다면? 이라는 상상에서부터 출발한다. 독자들은 깊은 원한을 가진 짐승이 되어 임꺽정을 추적하는 이장생과 함께 오백년 전의 한양 뒷골목을 누비게 된다.


 군더더기를 쑥 뺀 미녀처럼 담백한 글
   쉽게 읽히는 글들이 강세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 그야말로 뿅 가버리는 글들이 있다. 「조선의 칼」도 그렇다.
   「조선의 칼」은 이렇게 서두를 연다.
   ‘사내는 허공에 대하여 크나큰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점점 무심해져 가고 있는 내면이 바람소리 같은 중얼거림을 칼끝을 통해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리라.’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얼마쯤 가니 그 답이 보였다. 이장생의 아버지 이춘명과 그를 죽인 임꺽정과 이장생의 삶 전체를 옭아매는 악법의 그림자. 단 한 번에 모든 진의가 파악되고 슥슥 넘어갈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이야기의 진행도 그와 같다.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극적인 사건들을 엮어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글은 좋은 글이 범람하는 문피아에서도 찾기 쉬운 글은 아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잘 읽히지 않는 부분들을 뛰어넘고 지나가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조선의 칼」은 농축된 글이다. 이장생의 유년시절, 성장 과정이 하나의 씬으로 스쳐 지나간다.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볼 때 10분만 졸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 것처럼 집중해야 봐야 하는 글이다.
   「조선의 칼」은 스크롤이 휘리릭 내려가는 글은 아니다. 그러나 군더더기를 쑥 뺀 미녀처럼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이 담백하며 아름다워 그 자체로 좋다.


 짐승과 의적의 대립구도가 던지는 의문들
   ‘사람은 죽어도 원한은 남는다.’ 이런 강렬한 서로 시작하는 「조선의 칼」을 보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왜 이장생인가. 왜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천출인 탓에 방황해야 하며 끝내 짐승의 길을 택한 이장생인가. 그의 부친 이춘명은 왜 하필 주인공의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탐관오리였는가. 이장생의 복수의 대상은 왜 의로운 도적 임꺽정이며 그 임꺽정은 자신의 죽음 뒤에 숨어 무엇을 꾸미고 있는가.
   임꺽정이 그저 강하기만 한 도적이었다면 이장생은 짐승을 넘어 야차, 두억시니가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임꺽정에게 원한을 갚는다는 것은 임꺽정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장생은 방황하고 갈등한다.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조선의 칼」은 권선징악, 흔한 복수담으로 마무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백정 출신의 의적 임꺽정의 진면목이 드러날수록, 암중에서 움직이는 이들의 행보가 드러날수록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원한을 가진 자와 그 대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는 남으며 그 사이에는 피맺힌 칼날이 있다.
   때문에 「조선의 칼」을 더욱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이 작품의 진정한 재미가 숨어 있다.


5.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까?
   ● 깊이 있는, 리얼리티가 있는 글을 찾는 독자들
   ● 대체역사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
   ● 비장미가 느껴지는 주인공의 내적인 성장을 지켜보고자 하는 분들




글: 김가영 (웹진R)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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