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진
작품명 : 장진 희곡집 - 덕배랑 달수랑.
출판사 : 살림
장진 희곡집 중, [서툰 사람들]
최근, 학원의 강사 형을 따라서 차 병원 쪽 [극단]을 찾아갔다. 그 형이 뒷 그림을 그리는데 그냥 따라갔었다. 그곳에 가서 여러 구경도 하고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은 뭐니 뭐니해도 바로 이것. [장진 희곡집, 덕배랑 달수랑(이 반대일 지도 모른다=_=)] 총 4편 가량의 단편이 들어있는 희곡집인데 그 중 첫번 째가 바로 [서툰 사람들]이다.
장진.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 [간첩 리철진]과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와 [박수칠 때 떠나라]를 만들었다는 것 외엔, 연극 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단지 정말 재미있게 본 박수칠 때 떠나라를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집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본 영화 중 '나는' 박수칠 때 떠나라를 정말 재미있게, 최고로 재미있게 봤다. 허나 장진의 골수 팬들은 그 작품(영화 버전)을 장진 최악의 작품으로 손꼽곤 한다)
암튼 이 작품. 장난이 아니다. 뭐랄까, 이야기를 아주 가지고 논달까나?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유화이]라는 미혼녀 혼자 사는 집에 [장덕배]라는 강도가 침입해 오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장진 특유의 말장난과 점점 묘하게만 꼬여가는 상황이 이 작품의 백미이다. 더욱이 난독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있어 거의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는 희곡은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였다. 연극을 기반으로 해서 상상하기도 쉽고.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느꼈다. " 아, 정말 이 사람은 차원이 다르구나. 판타지 소설 보다 더 판타지 하구나." 라고 말이다. 워낙 가벼움의 극에 달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누가 말했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절대 모르는 만큼 감동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긴 말은 필요 없고 다음의 본문을 읽어보다. 이 사람, 뭔가 다르다.
본문 중) 장덕배 : 세상에 외칠 꺼야, 거꾸로 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든 걸 외치고 죽겠어. 난 대한민국의 마지막 소설가다!
유화이 : 거기서 떨어지려는 거에요? 미쳤어요. 여긴 오층이에요.
(전화벨이 울린다. 유화이 받는다) 여보세요? 호출이요? ... ... 당신 호출했어요?
장덕배 :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유화이 : (전화기에 대고)여기 호출한 사람 없어요. (전화를 끊는다) 이봐요. 다시 생각해 봐요. 당신이 뭐 대단한 도둑이라고 이러는 거에요?
장덕배 : 음악을 틀어줘. [홀리데이]를 틀어줘.
유화이 : 당신 미쳤어요? 어서 내려와요. 거기서 떨어지면... ... 다친단 말예요.
장덕배 : 다쳐? 난 죽을꺼야. 어서 음악을 틀어줘. 부탁이야. 홀리데이를 틀어줘.
유화이 : (덩달아 울상이 되어간다) 턴테이블이 고장나서 안 나와요.
장덕배 : 이 놈의 집구석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라디오라도 틀어봐. 아무거나 라도 좋으니까... 음악을 틀어줘.
유화이 : 아, 알았어요.(라디오를 튼다)
라디오 : 지금까지 청취해 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엠.비.씨.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장덕배 : 꺼!!! 당장 꺼!!!(유화이 냉큼 끈다)
유화이 : 미, 미안해요.
장덕배 : 당신이라도 불러.
유화이 : 네?
장덕배 : 당신이 부르란 말이야. 홀리데이 몰라?
유화이 : 제발 이러지 말아요..
장덕배 : 어서 불러(칼을 들이댄다)
유화이 : (떨며 부른다) 아 유어 홀리데이... 서치 홀리데이(음치다)
장덕배 : 그만해. 소름끼쳐.
유화이 : 미안해요.
(이 때, 밖에서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 : 이봐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생명은 귀중한 것이오.
장덕배 :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자식들이 날 설득하나 본데?
유화이 : 당신이 자살한다는 걸 어떻게 알죠? 밑에선 안 보일 텐데.
경찰 : 이보시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그렇지. 처자식 까지 있는 양반이 그러시면 됩니까. 당신의 아이들을 생각해 보십시요.
유화이 : 당신 유부남이에요?
장덕배 : 무슨 소리야. 난 총각이야. 오리지널 숫총각이라고.
경찰 : 일단 라이타는 치우고 얘기 합시다. '신나'는 인화성이 강해서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온 몸에 불이 번집니다.
장덕배 :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라이타는 뭐고, 신나?
유화이 : 당... 당신이 아닌가 봐요.
장덕배 : 뭐라고?
김추락 : 다들 비켜! 너희들이 뭔데 왜 맘대로 죽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내 인생은 끝났어. 난 나쁜 놈이야. 불에 타 죽어도 싸단 말이야! 모두 가! 가란 말이야!
유화이 : 당신이 아니에요. 아랫집 같아요.
장덕배 : 빌어먹을... 그럼 난... ...
유화이 : 어서 내려와요.
장덕배 : 그럼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유화이 : 참 기가 막혀서. 뭐가 어째요? 대한민국의 마지막 소설가?
장덕배 : 내가 뭐... ... 알았나.
유화이 : 홀리데이를 틀어 달라구요?
장덕배 : 알았어... 그만 좀 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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