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에밀리앙
작성
06.07.01 01:39
조회
1,087

작가명 : 장진

작품명 : 장진 희곡집 - 덕배랑 달수랑.

출판사 : 살림

장진 희곡집 중, [서툰 사람들]

최근, 학원의 강사 형을 따라서 차 병원 쪽 [극단]을 찾아갔다. 그 형이 뒷 그림을 그리는데 그냥 따라갔었다. 그곳에 가서 여러 구경도 하고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수확은 뭐니 뭐니해도 바로 이것. [장진 희곡집, 덕배랑 달수랑(이 반대일 지도 모른다=_=)] 총 4편 가량의 단편이 들어있는 희곡집인데 그 중 첫번 째가 바로 [서툰 사람들]이다.

장진.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다. 영화, [간첩 리철진]과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와 [박수칠 때 떠나라]를 만들었다는 것 외엔, 연극 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단지 정말 재미있게 본 박수칠 때 떠나라를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집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본 영화 중 '나는' 박수칠 때 떠나라를 정말 재미있게, 최고로 재미있게 봤다. 허나 장진의 골수 팬들은 그 작품(영화 버전)을 장진 최악의 작품으로 손꼽곤 한다)

암튼 이 작품. 장난이 아니다. 뭐랄까, 이야기를 아주 가지고 논달까나?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유화이]라는 미혼녀 혼자 사는 집에 [장덕배]라는 강도가 침입해 오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장진 특유의 말장난과 점점 묘하게만 꼬여가는 상황이 이 작품의 백미이다. 더욱이 난독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있어 거의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는 희곡은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였다. 연극을 기반으로 해서 상상하기도 쉽고.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느꼈다. " 아, 정말 이 사람은 차원이 다르구나. 판타지 소설 보다 더 판타지 하구나." 라고 말이다. 워낙 가벼움의 극에 달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누가 말했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절대 모르는 만큼 감동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긴 말은 필요 없고 다음의 본문을 읽어보다. 이 사람, 뭔가 다르다.

본문 중) 장덕배 : 세상에 외칠 꺼야, 거꾸로 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든 걸 외치고 죽겠어. 난 대한민국의 마지막 소설가다!

유화이 : 거기서 떨어지려는 거에요? 미쳤어요. 여긴 오층이에요.

(전화벨이 울린다. 유화이 받는다) 여보세요? 호출이요? ... ... 당신 호출했어요?

장덕배 :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유화이 : (전화기에 대고)여기 호출한 사람 없어요. (전화를 끊는다) 이봐요. 다시 생각해 봐요. 당신이 뭐 대단한 도둑이라고 이러는 거에요?

장덕배 : 음악을 틀어줘. [홀리데이]를 틀어줘.

유화이 : 당신 미쳤어요? 어서 내려와요. 거기서 떨어지면... ... 다친단 말예요.

장덕배 : 다쳐? 난 죽을꺼야. 어서 음악을 틀어줘. 부탁이야. 홀리데이를 틀어줘.

유화이 : (덩달아 울상이 되어간다) 턴테이블이 고장나서 안 나와요.

장덕배 : 이 놈의 집구석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라디오라도 틀어봐. 아무거나 라도 좋으니까... 음악을 틀어줘.

유화이 : 아, 알았어요.(라디오를 튼다)

라디오 : 지금까지 청취해 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엠.비.씨.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장덕배 : 꺼!!! 당장 꺼!!!(유화이 냉큼 끈다)

유화이 : 미, 미안해요.

장덕배 : 당신이라도 불러.

유화이 : 네?

장덕배 : 당신이 부르란 말이야. 홀리데이 몰라?

유화이 : 제발 이러지 말아요..

장덕배 : 어서 불러(칼을 들이댄다)

유화이 : (떨며 부른다) 아 유어 홀리데이... 서치 홀리데이(음치다)

장덕배 : 그만해. 소름끼쳐.

유화이 : 미안해요.

(이 때, 밖에서 확성기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 : 이봐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생명은 귀중한 것이오.

장덕배 : 이게 무슨 소리야. 저 자식들이 날 설득하나 본데?

유화이 : 당신이 자살한다는 걸 어떻게 알죠? 밑에선 안 보일 텐데.

경찰 : 이보시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그렇지. 처자식 까지 있는 양반이 그러시면 됩니까. 당신의 아이들을 생각해 보십시요.

유화이 : 당신 유부남이에요?

장덕배 : 무슨 소리야. 난 총각이야. 오리지널 숫총각이라고.

경찰 : 일단 라이타는 치우고 얘기 합시다. '신나'는 인화성이 강해서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온 몸에 불이 번집니다.

장덕배 : 잠깐. 이게 무슨 소리지? 라이타는 뭐고, 신나?

유화이 : 당... 당신이 아닌가 봐요.

장덕배 : 뭐라고?

김추락 : 다들 비켜! 너희들이 뭔데 왜 맘대로 죽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내 인생은 끝났어. 난 나쁜 놈이야. 불에 타 죽어도 싸단 말이야! 모두 가! 가란 말이야!

유화이 : 당신이 아니에요. 아랫집 같아요.

장덕배 : 빌어먹을... 그럼 난... ...

유화이 : 어서 내려와요.

장덕배 : 그럼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유화이 : 참 기가 막혀서. 뭐가 어째요? 대한민국의 마지막 소설가?

장덕배 : 내가 뭐... ... 알았나.

유화이 : 홀리데이를 틀어 달라구요?

장덕배 : 알았어... 그만 좀 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Comment ' 5

  • 작성자
    Lv.70 테사
    작성일
    06.07.01 02:09
    No. 1

    색다른 작품에 대한 추천. 멋진데요. 추천 꾸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에밀리앙
    작성일
    06.07.01 02:33
    No. 2

    어이쿠 캄사 캄사.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0 화수분
    작성일
    06.07.01 18:12
    No. 3

    비극적이게도 절판이네요.
    그저 아쉬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회계하라
    작성일
    06.07.01 23:27
    No. 4

    저는 작년인가 서툰사람들 연극으로 봤는데, 정말 색다르고 멋진 극이었네요. 정말 추천 추천!! 하면서 돌아다녔을 정도로..

    다른 연극과 다르게 '막'이 없어요. 본래 연극은 1막이 끝나면 어두워졌다가 다시 무대배열하고 사람들이 바뀌고 2막을 열자나요..

    그런데 이 연극은 유화이의 아파트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막과 막이 없이
    영화처럼 쭉~ 이어져요. 끝날때까지.. 등장인물도 주인공 두명과 1인다역하시는 남자분 한분(위에 신나뿌리고 자살하시려는 분ㅋ) 뿐이구요.

    정말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희곡으로 보니깐 기억이 새록새록!! ^^ 추천꾹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Nui
    작성일
    06.07.02 16:28
    No. 5

    최고의 이야기꾼. 좋은 감상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738 기타장르 감상은 아니지만 아쉬움.. +10 Lv.1 란테 06.07.26 1,130 0
2737 기타장르 마에스트로를 읽고… +3 민네 06.07.24 1,084 3
2736 기타장르 Room No. 1301 +4 파락호13호 06.07.19 1,379 0
2735 기타장르 채월야 감상평. Did You Rock It? +5 에밀리앙 06.07.16 1,489 1
2734 기타장르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4 파락호13호 06.07.15 1,123 0
2733 기타장르 허접하지만 적어봅니다-진홍빛광염소나타(... +1 Lv.1 검은달눈물 06.07.14 857 0
2732 기타장르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네타는 없음?? +12 Lv.1 전검 06.07.13 1,278 1
2731 기타장르 <강추 乃>김진명님의 [한반도] +11 Lv.1 마지막눈물 06.07.08 1,742 1
2730 기타장르 [감상문]반가운 느낌이였습니다 +4 Lv.85 소엽 06.07.08 1,301 3
2729 기타장르 권왕무적 10권, 철혈무정로 3권, 올마스터 ... +3 Lv.38 애랑 06.07.06 2,880 0
2728 기타장르 이계진입,환생물..추천... +5 Lv.73 빨간머리N 06.07.06 3,181 1
2727 기타장르 신 귀문둔갑 추천해요! ^^ +2 Lv.99 버들이 06.07.04 2,614 0
2726 기타장르 신조협려를 다시보고 +7 Lv.4 천상용섬 06.07.03 2,058 1
» 기타장르 즐겁게 농락 당한다. 장진 희곡집 - 덕배랑... +5 에밀리앙 06.07.01 1,088 3
2724 기타장르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 Lv.53 야채별 06.06.28 1,247 0
2723 기타장르 종횡무진을 읽고나서... +3 Lv.34 생갈치1호 06.06.26 2,018 0
2722 기타장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7 Personacon 금강 06.06.26 2,130 5
2721 기타장르 세피로스3권을 읽고. +5 l엿l마법 06.06.21 1,115 3
2720 기타장르 조아라에서 이만큼 매력적인 소설을 발견하... +16 Lv.42 자묵 06.06.15 6,837 15
2719 기타장르 박빙을 읽고... +3 Lv.6 제로커멘드 06.06.15 1,241 4
2718 기타장르 몇몇 작품 추천! +3 Lv.75 인외 06.06.13 2,669 1
2717 기타장르 박빙을 읽고........ +14 Lv.1 칼날같은삶 06.06.13 1,777 2
2716 기타장르 김용의 소설속 주인공을 나열한것을 보니 +19 Lv.4 천상용섬 06.06.12 3,164 1
2715 기타장르 군림천하 17권...한마디에 모든걸 담아 봅시다 +36 Lv.1 월무 06.06.11 6,288 1
2714 기타장르 군림천하 17권 +10 소혼객 06.06.09 3,696 0
2713 기타장르 규토대제 주인공 성격? +31 Lv.44 인란고수 06.06.09 3,696 2
2712 기타장르 추천 - 세발까마귀 +3 Lv.62 신곤 06.06.09 1,625 1
2711 기타장르 초우 작가님의 "호위 무사"를 읽고.. +10 Lv.1 파천쟁패 06.06.08 1,756 0
2710 기타장르 최근 한달새 읽었던 작품 Best & Worst +15 Personacon 제갈미미 06.06.08 5,626 0
2709 기타장르 비평요청합니다. Lv.1 [탈퇴계정] 06.06.08 860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