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진산
작품명 : 무협 단편집
출판사 :
"진산"이란 작가는 분명 특이한 존재다.
남성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협이란 세계에 독보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여성 작가.. 최근에 여성 무협작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존재는 홍일점이라 하기에 가히 부족함이 없다.
<진산 무협 단편집>은 과연 그녀, 라는 말이 나오게 했다. 말초적인 남성성과 폭력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충분히 속이 꽉 찬 무협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건 장편이 아닌 '단편'이기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 단편이 가진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유제강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럽지만 강함을 능히 제압하는, 그런 힘이 진산의 글엔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단편집의)첫작품 '광검유정'이 특히 그랬다. '복수'와 '과거'라는 테마가 어우러진 이 글은 비장하지도, 그렇다고 처절하지도 않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칼부림 속에 스며들어 있는건 세련된 절제미이고, 응어리짐이다. 이 길지않은 글의 마지막 부분까지, 그러한 절제미는 유지된다. 그리고 동시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정처리까지. '독자=등장인물'의 몰입감은 상상 이상이다. 단순히 문체의 차이라고 보기엔.. 아닌듯싶다.
연작이라고 할 수 있는 후의 4편도 그렇다. '사군자'라는 하나의 끈에서 시작된 각기 네 인물의 다른 이야기는 그렇게 패도적이지도, 극대화되어있지도 않다.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첫번째 이야기였던 듯..) 떠나간 옛 연인을 좇는 순간 터질것 같은 감정은 오히려 세련되고 깔끔하다. 글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이러한 절제미를 통해 안에서부터 북받치는 무언가를 발견했고, 그것은 뒷편을 보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무언가 하고픈 말은 있었는데 막상 활자로 적으려니, 졸렬한 실력에 이상한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산 무협 단편집>은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협 단편'묶음집'이라는 것이고, 그 작은 책자 속에는 여느 장편에 못지 않은 글들이 담겨 있다는 거다. 그것이 말초적이고 패도적인 것은 아니라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같은 그런 글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건 <천사지인>같이 도가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과는 또 다르다. 그녀가 여성작가이기에(또한 단편집이었기에) 가능한, 그런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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