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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6.12 20:32
조회
1,611

작가명 : 아야사토 케이시

작품명 : B.A.D. 2권 - 마유즈미는 결코 신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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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차피 따분한 이야기긴 하지. 내 취향의 요소라고는 하나도 없어”

하품을 하며 검은 고딕 롤리타 복장을 걸친 소녀, 마유즈미 아자카는 말했다. ‘움직이는 낙서’의 범인을 잡는다.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해괴한 사건은 나와 마유즈미를 이능력을 가진 일족, 미나세가의 자존심과 절망과 배신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자신의 긍지를 위해 사람의 목숨을 짓밟는 그들에게 나는 분노를 느끼는데...

잔인하며 애절한,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미스터리어스 판타지, 대반향의 제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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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가공되지 않은 '호러 판타지'의 영역에서 능수능란하게 긴박감 넘치는 드라마를 제공했던 B.A.D.의 2권.

1권이 그야말로 취향을 직격하는 최고의 책이었던지라 2권은 상당히 기대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2권의 평가가 좋았고요.

감상한 시점에선, "이번에도 재밌다!"와 "약간 아쉽네"라는 두 감정이 공존합니다.

일단 아쉬운 부분부터 말해 보자면, 이번 2권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미나세 가문'의 이야기로 책 전체가 이어집니다.

기껏 '영능 탐정 사무소'라는 배경설정을 한 바에야, 다양한 의뢰인들과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말이지요. 주변의 평가는 별로 안좋았지만, 1권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들이 전 꽤나 좋았거든요.

그런 의미는 없고, 어두컴컴하고 질척질척한 분위기의 뒷맛 나쁜 에피소드가 쭉 이어지며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거야말로 이런 '옴니버스 호러' + '사무소물'의 묘미라고 생각하는지라.. 거 왜 XXX 홀릭같은 거. 전 와타누키 정체에 대한 이야기 하는 본편보다, 온갖 의뢰인들이 나와서 막막 제멋대로 자멸해가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더 좋다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2권은 이야기 전체에 얽힌 인물들의 '감정'이 너무 착해요. 질척질척! 끈적끈적! 구제불능! 그런 파멸밖에 남지 않은 검은 감정이 막막 쏟아지길 원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1권 첫번째 에피소드는 참 좋았어요. 그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파멸적인 맛'이 톡톡 튀는게, 본편격인 1권 마지막 에피소드만큼이나 취향.

뭐 각설하고.

이야기 자체는 책 한권을 통째로 사용한 만큼 탄탄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림이라는 수단으로 현실에 자신의 개념을 구현화하는' 이능력을 가진 미나세 가문. 그 가문의 배신자가 마유즈미를 노리고 있다. 그 이유는 '살아있는 신'으로 숭앙받는 마유즈미의 피를 사용하여 '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가문에서 벌어진 일을 직접 처리하기 위해 마유즈미를 호위하게 된 미나세 일가. 그리고 그런 미나세 일가의 당주인 어린 소녀 시라유키. '용'을 구현화할 수 있을정도로 뛰어난 이능력자.

1권에서의 '원한'이나 '정념', '꿈' 등 개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비해 꽤나 물질적인 이능력이 등장하는 2권. 이능력과 이능력이 부딪히는 것은 '배틀' 장면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정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많으며, 개념적인 묘사가 많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초능력 배틀로의 전개는 이뤄지지 않지만요.

시종일관 어두컴컴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광기가 지배하던 1권에 비해, 상당히 분위기가 가벼워졌습니다.

뭔가 보이기만 하면 그게 괴물이던 이능력이든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이든 가차없이 야구배트로 쳐날려버리는 먼치킨스러운 유우스케라던가, 갑자기 헤타레 페로몬을 뿌려대는 주인공이라던가, 대놓고 나쁜여자삘 풀풀 날리는 꼬마아가씨 나나미라던가, 돌발사태에 그동안 유지하던 이미지 다 깨며 당황하는 마유즈미라던가. 헤타레에 코가 꾀인 시라유키라던가.

특히 잠시 등장했던 나나미와 주인공의 행태는 뭔가 '괴물이야기'에서 센고쿠 나데코 앞에 선 아라라기 코요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뭐, 이야기의 근본에 깔린 감정도 1권의 철저한 '악의'에 비하면 '연민'의 감정에 가까웠고 말이지요. 하는 짓거리를 보자면 동정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작 내에서 나온 설명에 생각이 미치지 좀 다른 생각도 들더군요.

"이능력을 접한 시점에서 너희들은 평범하게 살 수 없다"라는 노인의 말.

어찌보면 이번 '적'도 평범하게 절망하고, 평범하게 단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허나, 그에게는 그것을 회복할 수단이, 주워진 '이능력'이 있었으니까.

'볼 수 없는 곳'을 봐 버린 인간은, 그것을 결코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가능성'을 안다면 그것을 시도해 버리지 않고서는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이리저리 헤타레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며 여자 여럿 홀힐 것 같은 주인공입니다만, 마유즈미가 그걸 능글맞게 넘기지 않는것도 또 의외. 시라유키의 편지가 가진 뜻을 넉살 좋게 해설해주는 것을 보고 있자면, 주인공의 눈치없음을 꽤나 좋은 페이스로 보충 해 줄 것 같아서 다행스럽기도 하네요. 뭐, 여자라면 학을 때도 모자랄정도로 크게 대인 주인공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게다가 주인공 이 놈, 애 딸린 미혼남이고(...).

그나저나 이 책, 큰 에피소드가 해결될 때 마다 착실하게 '아이템'을 주워 챙깁니다. 1권에서는 도깨비. 2권에서는 금붕어. 하나같이 최종병기급 묘사를 보여주는데... 거기에 대항이라도 하듯, '적'도 마지막에 갑툭튀 해서 하나 챙겨가고.

그나저나 정말 요즘 보기 드문, 제대로 다크다크한 물건. 한국에 벌써 3권이 나와있는데, 하루빨리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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