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백야
출판사 : 청어람 외
제목 : 무림포두 (9권 완결), 염왕 (14권 완결), 낭인천하 (6권 진행 중)
오늘 퇴근해서 낭인천하 6권을 재밌게 봤습니다.
짤막하게 내용을 쓰면 함께 잘 도망쳤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암시하는 떡밥이 나오면서 끝. 9권 완결 예정이라는데, 남은 3권도 기대하겠습니다.
6권 스포일러 하기는 그렇고, 대신 지금까지의 무림오적 시리즈에 대한 개인 감상을 써봤습니다.
"모든일은 사람의 질투와 음모, 분노와 욕망으로 벌어진다." - 무림오적 시리즈
무림오적 시리즈는 작가님의 기존 시리즈인 사대천왕가 1,2부 였던 <천하공부출소림> 때로 부터 200여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 입니다. 정파와의 20년 전쟁에서 패망한 사마의 무리들이 음지에 숨은채 절세고수를 키워 정파연합의 집합체인 태극천맹에게 복수하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림오적은 결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인공 다섯 명의 구심점 역활을 할 인물은 사마외도 거두들의 유지를 받든 사파인이며,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입니다. 여기에 독특한 주인공들이 그녀와 그녀의 세력들과 각종 인연, 악연, 회유, 협박, 음모 등으로 얽혀가며 무림오적(武林五賊)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첫 작품 <무림포두>의 주인공 강만리는 정의감 있고 남자답지만, 세상의 씁쓸한 생리에도 타협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그는 각종 악연을 과감히 끊지 못해 지속적으로 사건에 연루되며 앞으로도 계속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닐 인물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부터 이 시리즈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염왕>은 장예추라는 15세 소년이 홀로 무림에 떨어진채 복수라는 목표만을 위해 나아가다가 사람의 자격을 하나 둘 잃어가며 망가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표리부동한 인물이며, 결국 마지막까지 진심을 나누는 동반자가 단 한명 없는 비참한 정신적 외톨이가 됩니다.
지금까지 나온 <낭인천하>의 주인공 담우천은 <염왕>의 장예추와 대칭이 되는 성향의 인물로 이미 비참한 과거로 망가져버린채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사는 주인공입니다. (장예추 초중반 - 마음은 나름 협객인데 거짓만 표출하는 인물, 담우천 초중반 - 진실만을 보이는데 마음은 정상이 아닌 인물 ; 자기는 항상 진실한데 왜 사람들은(독자는 물론) 멍한 반응을 보이는지 의아해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알고보니 자기가 이상했더라 하는..)
5권에 나오듯이 그는 유아 시절부터 자살시도를 지속적으로 할만큼 처절하게 살인병기로 키워지며 인격을 상실했고, 대부분의 인생을 명령에 따라 살인만 행했던 인형으로 살아왔습니다.
‘인성 상실 + 주입식 정파 교육’ 으로 담우천이란 요상한 인물이 탄생했으며 그간 그가 보여줬던 강박관념에 가까운 기묘한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그 안습한 과거의 산물임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본인은 못 깨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힌트들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세상에 자기 자식들을 귀찮아 하다니 정상적인 인물일리가 없지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에 정상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담우천이 어떤 반응과 행동들을 보일지, 최종적으로 그는 변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지켜보는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편, 남은 주인공 중 하나로 보이는 설벽린(무림포두에 살짝 등장)의 경우도 이미 드러난 가족사나 주변 정황이 일일막장드라마를 방불케하며, 만만찮게 파란만장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 막장 한명 추가요!)
글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 주인공들만 소개하고 끝내는데,
결론적으로 무림오적 시리즈는 영웅들과 거리가 먼 주조연들이 한데 어울려서 머리끄덩이 부여잡고 흙먼지탕을 뒹구는 듯한 치열하고 적나라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대리만족형 무협이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수 많은 등장인물의 다양한 인연과 악연, 그에따른 감정이 극적 요소들과 함께 흥미있게 잘 엮여 있고, 동시대 인물의 교차를 다룬 시리즈물 고유의 깨알 재미에도 충실합니다.
개인적으로 여타 무협들은 얼마든지 대체할 만한 다른 작품들이 많은데 비해서 무림오적 시리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반드시 모두를 이롭게 하는 영웅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께는 강력하게 비추천 합니다. <무림포두>에서 갸우뚱 하실테고, <염왕>에서 책을 집어던질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짜증 대신에 흥미가 생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무림오적 시리즈를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 합니다.
아, <낭인천하>의 경우 익히 논란이 됐다시피 남성 독자들이 영 좋아하지 않는 소재가 전면에 부각돼 있기 때문에 추천하기는 좀 그렇군요. 저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ㅠㅠ 개인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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