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신승
출판사 : 북박스
요즘 무협소설들 다양하게 악인들이 많죠. 대사중엔 꼭 세상을 얻은 듯이 '으헤헤' '하하하' 부터 시작하거나 끝납니다. 우습죠. 나이 댓발이나 먹어가지구 저런 웃음기가 터져나옵니까?
악인들의 대사도 그렇거니와 행동거지또한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무협소설은 대게 정파의 위선자와 사파의 대마두가 주로 악인으로 등장하는데 우선 위선자부터 말하죠.
위선자는 우선 사파의 마두보다 훨씬 더 불쌍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착한 척 했다가 들키니깐 바로 마두로 변신합니다. 얼마나 쪽팔리겠습니까. 하는 건 개뿔도 없는데 괜히 등장했다 나잇살먹고 쪽팔림을 감수하고 들키는 겁니다. 그것도 까마득한 어린 후배인 주인공때문에 말이죠.
여기서 주인공은 반드시 위선자를 찾아내거나 정체를 밝혀낼때 20세기의 대천재 아이슈타인을 능가하는 지능적 센스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지가 밝힐거면서 고민은 진짜 많이 합니다. 물론 대폭 늘어난 연령층으로 아이들이 보면 흥미진진하죠.
이래서 위선자가 불쌍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심한 무협소설에서 주인공은 꼭 어디서 넘어옵니다. 싸가지가 드럽게 없죠. 주인공은 꼭 어떤 가문이나 문파의 장로에게 할말 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힘 있다고 뻗대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인생의 애송이가 제집마냥 시비거는 주인공을 어이없듯이 바라보는 가문이나 문파의 원로를 새겨둡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쌍합니다.
사파의 대마두는 그나마 낳습니다. 그들은 음침한 광소를 터트려도 이해합니다. 사파의 무공을 익히고 있을테니깐요.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왜 대마두는 꼭 개뿔도 못이기는 주인공을 피하지 않고 덤비는 것일까? 그리고 주인공이 대마두가 불쌍해 놓아주면 반드시 한 마디는 남기고 도망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의도를 접목시켜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당연히 돋보이겠죠. 백살은 그냥 넘은 대마두는 맨날 여자를 끼면서 놀아댔는지 그 엄청난 연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그냥 깨집니다. 여기서 그냥 깨진다는 얘기는 한마디로 엄청나게 싸워대지만 결국 진다는 얘깁니다.
저는 또 의아해합니다. 왜 사파의 대마두는 그 나잇살을 먹고도 정파의 은거한 기인같은 힘이 없는 것일까? 정종무공이 아닌 사악한 마공이라서? 그도 아니면 음모를 꾸미느라 무공을 익히지 못해서?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작가도 모를겁니다. 알 턱이 있나. 작가도 쓰면서 피식 웃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까지 이러한 일련의 설정을 가진 무협소설을 읽어왔기에 당연히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전 속았습니다. 우롱당한것입니다.
신승을 보았습니다. 정각은 소림사에 입문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설설 깁니다. 엄청 약합니다. 개처럼 움직이는 견질보를 익힙니다. 어린 동자승에게 무시당하고 오줌까지 지립니다. 설정이 참신하더군요.
그렇게 계속 읽어가다가 정각이 어느날 신공을 얻어 강해지고 정파에게 쫓기다 절세신마의 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절세신마! 진짜 지존입니다.
그는 사파의 대마두가 아닙니다. 절대 안집니다. 아니,질수가 없습니다. 무당파의 검성. 깝죽대다 죽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찌나 통쾌하던지. 말로 못합니다. 당하기만 하던 악의 무리가 정의가 우러러 보는 인물을 쓰러트린 다는 것에서 큰 의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절세신마는 다 죽입니다. 그런데 일반 무협소설처럼 너 재수없어 그러니깐 죽어 하는게 아닙니다. 절세신마는 한 대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 대로는 신선에 가는 경지였고 절세신마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정각을 위해주는 척 하다가 위로하고 내원과 외원을 철저히 이용합니다.
여기서 진짜로 놀라야 할 점. 센스쟁이 주인공이나 정파의 정의로운 인물들의 센스가 감히 꿈도 못꿀 기가막힌 센스를 발휘했다는 점입니다. 이 얼마나 통쾌합니까.
게다가 황제도 죽입니다. 이야, 주원장인가요? 암튼 황제 죽습니다. 그것도 괴롭게 죽습니다. 이제까지 황제 죽이는 사파의 대마두 보신 적 있습니까? 절세신마는 죽입니다. 마치 싱하형님 같습니다.
군사도 별거 아닙니다. 무림의 고수도 별거 아닙니다. 심지어 같은 동류의 사파의 마두들조차 그를 두려워합니다. 모두가 그를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다른 무협소설과는 달리 신선의 길을 걷기 전엔 그다지 죽이지 않았습니다. 내원과 외원의 인물들이 덤벼들어도 봐줍니다. 왜냐구요? 이것도 하나의 센스인데 그건 보시면 압니다.
하여튼 정리하자면 신승의 절세신마는 무림의 고수나 삼류무인이나 황제나 그놈이 그놈입니다. 그는 필요에 의하면 누구든지 죽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아무리 깝죽대도 안죽입니다. 나중에 쓸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각이 살아 그의 진전을 이은 것이고 절세신마는 신이 됩니다.
이 얼마나 완벽한 절대 악 이 아닐 수 없습니까? 물론 비슷한 예로 천마군림처럼 마교가 다른 종파들과 힘을 합쳐 황궁과 무림을 지배하기는 합니다만 절세신마는 독보적입니다. 그래서 더욱 매력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진정한 악이며 그래서 더욱 값진 캐릭터입니다. 저는 혹시나 묻습니다. 절세신마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 마두가 있는지 그리고 그 마두는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루었는지 말입니다. 정각은 마지막에 막으려다 실패했죠.
토론마당에 올렸는데 감비란으로 올립니다. 지적해주신분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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