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새벽 1시.
매서운 밤바람이 가계문을 스치고 지나가며 횡한 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떤 한분이 들어왔습니다. 찰랑거리는 단발에 안경이 어울리고 도톰한 입술을 소유하고 있었죠.
그분은 하이트캔 한개와 포카칩을 하나 들고는 매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음료수매대에 잠시 서성이더니, 포카리를 하나 꺼내 들었죠.
여느 손님과 다름없는 모습이라 전 책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어느덧 물건들을 다 집으셨는지 카운터에 내려놨는데, 아까산 맥주와 포카칩, 포카리가 전부였습니다.
띡.띡.
"4450원 입니다."
아무말 없이 5000권을 꺼내 주셔셔 그 고운 손으로 저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거스름 돈을 그분에게 쥐어주고 물건들을 봉투에 담는 순간,
"아, 그 포카리는 안 담아 주셔도 되요."
전 어리둥절 하여,
"예?"
"그건 안담아 주셔도 되요. 여기다 두세요."
"아, 예..."
봉투에 고이 담긴 물건들을 그분에게 넘겨주고 작별에 인사를 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 분은 싱긋 웃으며 카운터를 벗어나 입구로 향했습니다.
딸랑.
자그마한 방울이 한번 울리고 그분이 제게 말을 걸어왔죠.
"그거 맛있게 드세요."
수줍은듯 말하고 재빨리 문을 나서는 그분을 한참 바라보다 카운터를 보니 아까 안담은 포카리가 그대로 있는 겁니다.
'아...'
그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딸랑.
한 번더 울리는것을 끝으로 방울은 잠잠해 졌고, 제 앞엔 차가운 포카리 하나만 남았습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음료수에 정말이지...
정말이지...
정말이지...
...
울고 싶군요.
아, 누군 편의점 하면서 아리따운 낭자를 만난다고 하는데 왜, 어찌하여, 어째서 남자만 꼬이는 겁니까.
잭일.
레알 소름 돋았습니다. 진심.
어쨋든 사준거라 넙죽넙죽 잘 받아 마셨긴 한데... 초면에 정신 멀쩡한 20대 청년이 얼굴붉히면서 포카리 건내주면 역시 그냥 불쌍한 편돌이 구재하는 구호 물품이겠죠?
남자가 남자에게 쿨하게 포카리를 넘겨줬으니?
근데 왜 살포시 웃으며 저런 연출을 해주는 겁니까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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