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양판소 작가 죽이기
작가 : 제너럴킴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양판소라 불리는 소설들을 대놓고 직접적으로 조롱하는 소설입니다. 허나 아이러니 하게도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왜 양판소가 재미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전개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보통은 책의 반 권 정도를 소모하는 무익하고 식상한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단 한 장도 안 되는 분량으로 정리해 버리고 곧바로 최종보스인 작가를 잡으러 이동합니다. 작가를 잡으러 가는 도중 1년에 한 번 열리는 검술대회에서 100번 우승을 차지한 20살 기사단장 같은 캐릭터가 언급되는 등 의미 없는 조연에게 과도한 묘사를 붙이는 등 하는 것에 딴지를 걸며 파죽지세로 나아갑니다. 이런 패턴이 한 번 더 반복되고 이야기가 완결됩니다.
글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코미디가 그렇듯이 남 조롱하는 것을 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딱 여기까지인 소설입니다.
작가가 양판소를 조롱하는 이유로는 뻔한 클리세와 개연성 없는 사건을 대표로 뽑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도 그랬고 아마추어 중에 ‘내’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인터넷 소설을 써서 올리는 어린 학생 작가들에게 작품성 있는 그들의 소설을 요구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제를 작가가 아닌 글을 팔아먹는 플랫폼의 문제라 생각합니다만, 이는 여기서 말하기엔 적합지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양판소를 조롱하는 양판소에 불과합니다. 어떠한 작품성도 느껴지지 않고 문제에 관한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조롱과 양판소 특유의 병맛 같은 전개가 낄낄 거리며 웃을 수 있게 만듭니다. 제가 읽은 양판소 작가 죽이기는 조롱 말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소설입니다.
화장실에서 잠깐 읽을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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