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건중
작품명 : 배틀로드
출판사 : 문피아(?)
추천이 많길래 한번 보았습니다.
그리고 비평합니다. (응?
1. 게임이 현실의 능력을 반영한다?
많은 게임소설이 가진 특징이라고 하더군요. 주인공은 무술의 고수. 게임 속에서 그 능력을 십분 살려서 레벨과 장비의 차이를 무시하고 펄펄 날아다닌다...
이 설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의 배경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는 점이지요.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상현실 속에서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상현실은 플레이어의 뇌파나 혹은 어떠한 특정 신호를 읽어서 데이터 덩어리인 캐릭터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일테니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검도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은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파지법부터 배우고 허공에 수천번 검을 휘두르고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수만번 두들긴 후에야 사냥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는 반대로 현실 속에서 아무리 검술의 고수라고해도 게임 속에서는 결국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휘두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게임사는 검도나 중국 검술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생각만 하면 그에 반응하는 검술의 정형화된 패턴과 궤도를 구현했을테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야구배트 휘두르듯 검을 휘둘러서 몬스터를 잡을겁니다.
게다가 게임에는 능력치 개념도 있습니다. TRPG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자주 겪었을 상황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플레이어가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해도 그 행동에 적용되는 캐릭터의 능력치가 너무 낮으면 아무리 적절한 행동도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화살을 쏴서 100미터 밖의 밧줄을 끊습니다'라고 선언해도 '빗나갔습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없습니다. 즉 주인공이 아무리 사람 잡는 기술을 많이 알고 있고 그걸 실행해도 능력치가 안되면 말짱 꽝입니다.
2. 급소를 때리면 크리티컬?
그럴리가 없죠. 그렇다면 민첩성 능력치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치명타 확률 상승이라는 옵션이 무색합니다. 아무리 민첩성이 높아도 급소가 아닌 곳을 때리면 크리티컬이 뜨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민첩성에서 치명타 확률을 빼면? 사람들에게 정신없이 사냥하면서 몬스터마다 다른 급소를 일일히 확인하고 때리란 소리지요. 게다가 그렇게 된다면 다들 급소만 때리지 다른 곳은 때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현실의 능력 차이로 그렇게는 못 때린다구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상현실 속에서는 현실의 능력이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적용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지식류의 능력 뿐이겠죠.
3. 용병
용병이 죽었을 경우 고용주에겐 아무런 제제가 없는 것이 상식입니다. 용병은 '아, 진짜 귀찮은데... 니가 돈까지 줘가며 애걸하니 좀 같이 놀아줄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발 제 목숨을 돈으로 사주세요!'라는 존재입니다.
물론 고용주가 용병을 너무 굴려서 용병이 앙심을 품고 배신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용병과 고용주의 관계는 무슨 주술적인 절대복종 관계는 아니니 그 부분은 가능하지요. 하지만 용병의 죽음을 이유로 용병길드에서 고용주에게 페널티를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용병길드는 노조가 아닙니다. 알선소죠.
4. 주인공
전형적인 막가파입니다.
깡패인지 무도인인지 구별이 안 갈 정도로요.
검도는 정신수양의 비중이 높은 무술입니다. 그건 실전검도로 가도 변함이 없겠죠. 아니, 오히려 진검을 휘두른다면 더더욱 신중함과 정신적인 완숙함이 요구됩니다.
게다가 배틀로드는 시작부분에서 분명히 정신적인 측면 때문에 무술이 중시되는 시대라고 배경을 설명합니다. 즉 무술의 살상력보다는 수양이라는 측면이 강조되는 시대란 뜻이죠.
그런데 주인공은 제법 큰 유파(?)의 사범이면서도 지극히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면을 보입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그 유파의 책임자라면 그런 위험한 제자는 파문하거나 사범직에서 물러나게 할 것입니다. 조폭과 무도인의 경계가 애매한 사람을 수련생들 가르치는데 쓰다니요. 더군다나 정신수양이 강조되는 시대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닙니다.
5. 총평
추천이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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